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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이 없는 비트코인은 탄생한지 13년 동안 (많은 부침이 있었어도) 우상향해왔다. 아무도 비트코인 가격을 관리하지 않고, 누구도 비트코인을 마케팅하거나 책임지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비트코인 가치는 제로(0)이며 거품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런데도 왜 13년 전 갑자기 세상에 나타난 이 존재는 몇천만원의 가치를 평가받고 있는 것일까? 아직 13년차인 만큼 어떻게 청소년기를 거쳐갈지 더 지켜봐야겠지만, 현재 무엇을 근거로 가격이 형성됐는지 살펴본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2009년 비트코인 탄생 극초반에는 '네트워크 보상'에 관한 개념이 중심이 됐고, 2011년에는 코인이라는 이름 때문인지 '디지털 화폐'의 개념에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극심한 변동성 때문에 '화폐로서 의미가 있느냐'는 공격이 쏟아졌다. 화폐로서 의미가 완전히 인정된 것은 아니지만, 실제 비트코인은 송금 등 특정 분야나 화폐가치가 매우 불안정한 국가에서 화폐로서의 강점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진지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개념은 '디지털 금'이다.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이라는 개념이 확장되면서 지난해부터 기관투자가들의 매입도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지난 기고문에서 '디지털'의 의미를 알아봤으니, '금'의 의미를 떼어서 살펴보도록 하겠다.
기원전 수천년부터 1970년대까지 금은 '돈'이었다. 1970년대 닉슨 쇼크 때 금을 돈과 분리시켰기 때문에 요즘은 금을 돈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줄었지만 '금화=화폐'라는 인식은 인류 역사와 함께 했다. 역사상 돈이란 'A가 어떤 일을 하였음'이라는 노동의 가치를 적은 것부터 시작했다. 그러다가 이 가치를 금화나 은화로 바꿔서 통용했다. 그런데 금이나 은이 너무 무거우니 '금을 가지고 있음'이라고 쓰인 기록지, 즉 종이를 나눠주기 시작했다. 즉, 금을 얼만큼 갖고 있으니 그만큼 종이로 바꿔주겠다는 게 현금의 시초가 된 것이다. 지금 중앙은행들이 찍어내는 현금도 '가치를 종이에 기록한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화폐가 되기 위해서는 ① 가치저장 수단 ② 가치측정 단위 ③ 교환 매개수단의 기능을 갖고 있어야 하는데, 이를 다 갖춘 게 금과 은이었다. 금과 은은 ① 가치저장 수단이 되기 위한 희소성과 내구성이 있었고 ② 가치측정 단위가 되도록 동질의 물건이어야 하는 조건도 갖췄고 ③ 교환 매개수단이 되기 위한 휴대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 세 가지 특성을 모두 갖춘 화폐가 아니어도, 이들 중 일부만 갖춰도 '자산'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다. 현재 비트코인은 금의 특성인 가치저장 수단으로서 희소성과 내구성을 인정받아가는 중이다. 디지털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가치측정 단위도 일부 인정 가능하다. 교환 매개수단으로서의 휴대성도 없다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정부 등 현실세계에서 교환해줄 것인가의 문제가 풀리지 않았기 때문에 이는 더 나중의 일로 여겨진다.
금의 특성인 희소성을 비트코인이 인정받고 있다는 점을 가정하고, 희소성의 가치 평가 근거를 알아보자.
비트코인은 약 4년에 한 번씩 반감기가 찾아온다. 나카모토 사토시는 총 2100만개의 비트코인을 만들어 묻어놨고, 슈퍼컴퓨터가 이를 채굴해 세상 밖으로 꺼내게 코딩을 해놨다. 채굴자들이 슈퍼컴퓨터를 돌려서 채굴하고 네트워크를 연결하면 보상으로 비트코인을 받는다. 그런데 약 4년에 한 번씩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이게 반감기다.
첫 반감은 2012년 11월에 있었고, 보상금을 50개 비트코인에서 25개로 줄였다. 가장 최근 반감기인 2020년 5월에는 6.25개로 줄었다. 반감기 때문에 슈퍼컴퓨팅 효율이 좋지 않은 채굴자들은 보상 비트코인 개수가 줄면 손해를 볼 수 있다. 이 반감기 이후 비트코인의 큰 상승이 있어왔다. 2012년 첫 반감기 당시 12달러이던 것이 1년 동안 8000% 상승했다. 피크였던 2013년 말로 계산하면 9500%가 올랐다. 두 번째 반감기인 2016년 7월 이후 1년 동안에는 280% 상승했다. 피크였던 2017년 말까지로 보면 3000%가 올랐다. 2020년 5월 반감기 이후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는 600% 상승했다. 이 같은 반감기 이후 급격한 상승세는 비트코인 공급이 부족해지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비트코인이 괴물 같은 존재라서 희소성에 의해 급등락이 심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들 수 있다. 희소성이라는, 가치를 좌우하는 시장의 마법은 비트코인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금과 다이아몬드 같은 귀금속들의 가치도 희소성이 기준이 된다. 여기서 가치는 가격이 아니라 시가총액으로 계산한다. 희소성은 현재 비축량 대비 향후 채굴량의 비중으로 본다. 채굴량이 많아지면 지금보다 가치가 희석된다는 의미다.
이 관점에서 금의 비축량 대비 연간 채굴량(공급증가율)은 1.8%이고 다이아몬드는 5.3%, 은은 35.2%다. 그래서 금의 시총이 제일 크고 그 다음이 다이아몬드, 은 순서가 된다. 신기하게도 2009년 이후 비트코인의 반감기를 지나며 공급증가율이 조정될 때마다 이 공급증가율·시총의 상관관계 그래프를 비트코인은 따라오고 있다.
공급증가율·시총의 상관관계에 따라 희소성을 평가하는 모델을 '스톡 투 플로우(Stock to Flow Valuation)'라고 부른다. 세 번째 반감기를 지난 비트코인의 공급증가율은 금과 같은 1.8%가 됐다. 금의 현재 시총은 약 10조 달러다. 비트코인은 약 6500억 달러다. 희소성으로 시총이 평가되는 귀금속과 비트코인을 같은 선상에서 본다면, 비트코인은 저평가 구간에 있다. 만일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으로서 금의 가치저장 역할을 대체하게 된다면 상승 여력이 존재한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비트코인의 가치를 평가하기 위한 모델을 '금'에 빗대는 것이 맞는 것인지는 역사가 증명해줄 것이다. 여전히 높은 변동성과 규제 리스크, 펀더멘털 부재와 같은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서도 비트코인을 비롯한 디지털 자산에 대해 회의론자들이 부정적인 견해를 표출한 점도 유념해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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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글은 국내외 유일한 가상자산 공시 정보 포털로, 디지털 자산 가치가 국경과 언어를 초월해 거래될 때 보다 투명하게 정보를 볼 수 있도록 정보를 통합·표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쟁글에서는 2000개 이상의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오프체인 및 온체인 정보를 볼 수 있으며, 지금까지 150여개 디지털 자산에 대한 신용도 평가를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