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공자가 ‘음주 뺑소니’로 처벌받았다는 이유로 국립묘지 안장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행정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부장판사 이종환)는 4·19 혁명 국가유공자 A씨가 “국립 4·19 민주묘지 안장 비대상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4·19 민주묘지 관리소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 대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4·19 혁명에 참여한 사실이 인정돼 2010년 국가유공자로 등록됐다. 이후 그는 지난해 “국립 4·19 민주묘지 안장 대상에 해당하는지 생전에 판단해달라”고 신청했으나 국가보훈처 소속 국립묘지 안장대상 심의위원회로부터 대상이 아니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유는 A씨의 음주 뺑소니 처벌 전력 때문이다. A씨는 1981년 8월 9일 서울 도봉구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운전하다가 행인을 치었으나 피해자를 구조하지 않았다. 결국 ‘음주뺑소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국립묘지 안장대상 심의위원회는 A씨가 국립묘지에 안장될 경우 영예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A씨는 4·19 민주묘지 관리소장을 상대로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행정소송을 냈다. A씨는 “비록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았으나 교통사고를 낸 이후 사고현장으로 다시 돌아와 경찰에 신고했다”며 “피해자에게 잘못을 사죄하고 치료비와 위자료를 지급해 원만히 합의했다”고 반박했다. 또한 “국가와 사회의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했고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 등 각종 상을 받았다”며 “이를 종합해보면 국립묘지의 영예성을 훼손한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국가나 사회를 위한 희생과 공헌이 그 전후에 이뤄진 범죄로 인해 훼손되지 않아야 한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음주 사고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0.39%)가 당시 도로교통법이 허용하는 한도보다 여덟 배 높았다”며 “사회적·윤리적 비난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설명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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