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트윈, 어설프게 도입하면 막대한 돈을 들인 ‘사장님’용 게임 영상에 그친다.”
최근 기업들의 디지털트윈 도입 움직임을 두고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내놓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기업이 디지털트윈을 쓰려는 이유부터 분명히 한 뒤 작은 설비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목적이다. 장영재 KAIST 산업 및 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많은 기업이 ‘일단 디지털트윈을 만들어 놓으면 어디든 쓸 데가 있겠지’ 하며 가상현실(VR) 이미지 구축부터 알아본다”며 “그 전에 공정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개선할지를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류 교착 방지, 공정 통합 제어 등 목적을 확실히 하면 단순한 도형만 가지고도 디지털트윈을 구현해 원하는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장 교수는 “디지털트윈 이미지를 현실과 지나치게 똑같이 만들려고 하는 게 가장 흔한 실수”라며 “화려한 그래픽에 많은 돈과 시간을 쏟을 필요 없이 데이터만 정확하게 입력하는 것만으로도 디지털트윈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트윈의 현실 모사에만 치중하면 주객전도가 일어나기 쉽다. 글로벌 대기업인 A기업 사례가 그렇다. 수년 전 대규모 공장 하나를 가상공간에 그대로 옮겨놓으려 했지만 비용만 날렸다. 지나치게 자세한 그래픽 때문에 컴퓨팅이 늦어져 시뮬레이션 속도가 현실 공정보다도 더뎠기 때문이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MS)가 내놓은 디지털트윈 공장관리 솔루션은 제조라인을 간단한 3차원(3D) 이미지로만 구현한다.
소규모로 시작하는 것도 좋다. 디지털트윈은 현실 데이터를 많이 반영할수록 정교해진다. 개별 설비마다 사물인터넷(IoT)과 센서를 활용해 장기간 데이터를 쌓아야 한다. 이 때문에 처음부터 공정 전반을 가상에 구현하려면 실제 혁신까지는 시간이 매우 오래 걸린다. 작고 간단한 설비부터 디지털트윈을 만들어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후 각 설비 디지털트윈을 아우르는 게 효율적인 이유다. 김탁곤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 명예교수는 “새로운 기술을 적용할 때는 간단한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단순한 것부터 디지털트윈을 마련해 가시적인 효과를 내고, 이를 바탕으로 도입을 확장하면 된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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