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바이오주는 국내 주식시장의 핵심 업종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시가총액 자체가 2~3배 늘었을 뿐 아니라 글로벌 무대에서 위상도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한국산 진단키트가 전세계에 수출됐고, 전세계 코로나19 백신이 한국 공장을 거쳐 세상에 나오고 있습니다. 개발이 어렵다는 코로나19 치료제도 한국 기업이 개발했습니다.
그럼에도 K-바이오는 끊임없는 고평가설에 시달려왔습니다. 벌어들이는 돈에 비해 주가가 과도하게 책정됐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고평가설이 단순한 주가수익비율(PER)이나 밸류에이션의 문제는 아니라고 했습니다. 고평가되는 업종이야 얼마든 존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테슬라의 경우 PER이 1000배를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국내 전문가들이 꼽은 핵심 이유는 상대적 투자매력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한 바이오 애널리스트는 “같은 기업규모나 실적을 놓고 비교하면 해외에는 넘사벽 기업들이 많다”고 했습니다. 해외와 비교하면 추천할 수 있는 종목이 단 한 개도 없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증권사 추천 종목으로 꼽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도 마찬가지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국내 주요 바이오주와 글로벌 기업들의 시가총액과 이익규모를 비교해봤습니다. 부채규모, 파이프라인 등을 뺀 단순비교지만 국내외 차이를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비교할 국내 기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으로 택했습니다. 2일 기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시총은 57조5711억원, 셀트리온은 36조6858억원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비슷한 규모의 시총을 가진 미국 바이오기업은 바이오젠(시총 59조6700억원), 버텍스파마슈티컬(59조4600억원), 리제네론파마슈티컬스(69조5300억원)입니다. 일본 1위 제약사 다케다제약도 시총이 60조3600억원으로 비슷합니다. 중국 대표 제약사인 항서제약과 복성제약은 시총이 각각 74조9781억원, 25조3600억원입니다.
작년 실적을 살펴보겠습니다. 바이오젠은 영업이익이 약 5조170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버텍스는 3조9700억원을 나타냈습니다. 리제네론은 영업이익이 공시되지 않아 순이익(4조1600억원)을 찾았습니다. 다케다제약은 영업이익이 5조1900억원, 항서제약은 1조1300억원입니다. 중국을 제외하고 4~5조원대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국은 어떨까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작년 영업이익이 2928억원입니다. 올해 4200억원으로 늘어난다지만 글로벌 제약사에 한참 못미칩니다. 시총은 비슷한데 영업이익은 10분의 1 수준도 안되는 것입니다. 단순 계산으로 10배 이상 고평가됐다는 결과가 나옵니다. 바이오를 보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아니라 ‘김치 프리미엄’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셀트리온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셀트리온 작년 영업이익은 7121억원입니다. 시총이 삼성바이오로직스보다 작고 실적은 크니 고평가 정도가 덜한 것입니다. 하지만 해외와 비교하면 여전히 고평가입니다. 단순 비교를 위해 셀트리온 시총과 실적을 두배 곱했습니다. 그 결과 시총 72조원, 영업이익 1조4000억원, 순이익 약 1조400억원이 나왔습니다.
시총이 비슷한 리제네론과 비교해보겠습니다. 리제네론은 순이익이 4조1600억원입니다. 같은 순이익으로 비교하면 체급이 4배정도 크다는 결과가 나옵니다. 다만 시총이 74조인 항서제약과는 밸류에이션이 비슷합니다. 항서제약은 작년 영업이익이 1조130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셀트리온의 경우 중국 대표 제약사 정도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것입니다.
박의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