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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통해 30분이면 '환각 파티'…마약의 늪에 빠진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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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검색창에 마약을 가리키는 은어인 ‘OOO’을 입력했다. ‘OOO안전거래’ ‘△△△ 팝니다’ ‘XXX 투약 방법’ 등의 글이 주르륵 쏟아졌다. △△△과 XXX는 모두 마약 종류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런 게시물을 올린 이들은 텔레그램 아이디를 글 뒷부분에 적어놨다. 메신저로 거래가 성사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0분 남짓이었다.

암호화폐·다크웹·SNS 등을 통해 마약 구매가 간편화하면서 젊은 중독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류 사범은 총 1만8050명으로, 전년(1만6044명) 대비 12.5% 늘어났다.

이 가운데 20대 이하의 비율이 26.6%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젊은 세대를 파고들고 있는 마약 범죄를 지금 억제하지 못하면 향후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다크웹에서 열리는 ‘마약 장터’
과거 국내에서 마약은 유흥주점 등 특정 장소에서만 거래되거나 주변 지인을 통해 전파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마약 판매상도 수사기관의 눈을 피하기 위해 ‘신분’이 확실한 사람에게 판매하는 것을 선호했다.

하지만 최근 암호화폐, 다크웹 등 추적이 어려운 각종 거래수단이 등장하면서 마약거래 판도를 통째로 바꿔놨다. ‘첨단 정보기술(IT)을 이용하면 더 많은 수요자와 거래할 수 있고, 검거도 피할 수 있다’는 인식이 판매상 사이에 퍼졌다.

다크웹에는 인터넷 플랫폼 내 쇼핑몰과 비슷한 형태의 ‘장터’가 속속 열리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다크웹상에서 암호화폐를 통해 마약류를 판매한 49명을 지난달 초 무더기로 검거했다. 이들은 한 외국인이 개설한 판매 사이트에 ‘입점’해 마약을 판매했다. “조직을 구성해 움직인 게 아니라 개별적으로 아이디를 만들어 활동했다”는 게 경찰 측 설명이다. 검거된 유통·투약사범 521명 중 58.5%(305명)가 20대였다.

일반 인터넷상에서도 마약 광고가 판을 치고 있다. 구글 등 포털사이트에 마약을 뜻하는 은어를 검색하면 판매를 홍보하는 트위터 등 SNS 게시글이 여과 없이 표출된다. 판매상은 추적이 어려운 텔레그램 아이디 등을 올려 대화를 유도한다. 구매자가 판매자의 암호화폐 지갑 주소로 금액을 지급하면, 판매자가 특정 장소에 마약을 놓고 가는 ‘던지기’ 수법이 일반적으로 활용된다.
“젊은 층은 모든 계열의 마약에 취약”
마약 유통 수법의 변화는 새로운 소통 수단의 적응이 빠른 10~20대 마약 투약률을 크게 높였다. 20대 마약류 사범은 2018년 전체의 16.8%(2118명)를 차지하다가 2019년 21.9%(3521명), 지난해엔 24.9%(4493명)로 불어났다. 지난해 19세 이하 적발인원은 313명(전체 1.7%)으로 전년(239명) 대비 31.0% 급증했다.

“젊은 층은 다른 연령대에 비해 약물을 한 번 접하면 중독에 깊이 빠질 가능성이 높아 문제가 심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현실에 몰두할 대상이 없고 사회적 기반이 약한 젊은이들이 쾌락에 탐닉하거나 도피성으로 마약을 하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마약류사범의 직업별 점유율은 사회적 기반이 취약한 ‘무직’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전체 마약류 사범 중 32.3%(5826명)를 차지해 10명 중 3명꼴이었다.

조성남 국립법무병원 치료감호소 원장은 “마약은 크게 업 계열(흥분제)과 다운 계열(억제제), 사이키델릭 계열(환각제)로 나뉜다”며 “젊은 층은 자극 추구와 위험 회피 성향이 높기 때문에 모든 계열의 마약에 쉽게 빠진다”고 말했다. 조 원장은 이어 “젊을수록 신체적 자극과 감각 등이 민감해 상대적으로 욕구 또는 충동에 대한 통제력이 약하다”며 “한번 접하면 심각한 중독으로 이어질 위험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최한종/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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