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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시장만으론 안돼" vs 윤석열 "민간 혁신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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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환 시대의 대대적인 산업경제구조 재편은 민간기업과 시장만으로 감당하기 어렵다.”(이재명 경기지사 출마선언문)

“혁신은 자유롭고 창의적인 사고, 자율적인 분위기, 공정한 기회와 보상, 예측 가능한 법치에서 나온다.”(윤석열 전 검찰총장 출마선언문)

여야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 각각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출마선언을 통해 대조적인 경제관을 드러냈다. 이 지사는 국가가 경제 문제에 적극 개입해 불공정 등 시장실패를 교정하는 ‘큰 정부’를 내세웠다. 반면 ‘자유민주주의 신봉자’인 윤 전 총장은 국가 권력의 개입을 최소화한 ‘작은 정부’를 통한 민간의 자율적 혁신에 무게를 실었다.
李는 ‘케인스’ 尹은 ‘프리드먼’
이 지사는 1일 대통령선거 출마선언문에서 자신의 경제철학을 대표하는 단어로 모두가 함께 평등하게 살아간다는 의미의 ‘대동세상(大同世上)’을 꺼내 들었다. 대동세상을 향해 가는 방법으로는 특권과 반칙에 기반한 강자의 욕망을 절제시키고 약자의 삶을 보듬는 ‘억강부약(抑强扶弱)의 정치’를 제시했다. 정부가 민간 영역에서 개인 간 ‘기회의 균등’을 보장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결과의 평등’까지 보장해야 한다는 국가 개입주의적 관점을 밝힌 것이다.

이 지사는 현재 국면을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이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해 ‘뉴딜 정책’을 추진한 1930년대에 빗대기도 했다. 그는 “뉴딜처럼 대전환 시대에는 공공이 길을 내고 민간이 투자와 혁신을 감행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대공황 당시 총수요 증대를 위해 뉴딜과 같은 적극적인 재정 팽창정책을 권고한 영국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로 대표되는 ‘케인스주의’가 연상되는 대목이다.

모든 국민에게 일정 수준의 소득을 보장해 총수요를 끌어올리겠다는 기본소득 등 이 지사의 ‘보편적 복지’ 정책도 이런 철학에 기초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출마선언을 한 윤 전 총장은 이 지사와 경제관이 사뭇 달랐다. 윤 전 총장은 “자유는 정부의 권력 한계를 그어주는 것”이라며 “자유가 빠진 민주주의는 진짜 민주주의가 아니고 독재요 전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제적 혁신의 조건으로 자유롭고 창의적인 사고, 자율적인 분위기, 공정한 기회와 보상, 예측 가능한 법치 등을 제시했다.

앞서 윤 전 총장은 검찰총장에 취임했던 2019년 7월 당시 “시카고 학파인 밀턴 프리드먼과 오스트리아 학파인 루트비히 폰 미제스의 사상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는 설명자료를 내기도 했다. 그는 “시장경제와 가격기구, 자유로운 기업 활동이 인류의 번영과 행복을 증진해왔고, 이는 역사적으로도 증명된 사실이라는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지사 ‘경제’에 많은 비중 할애
두 후보의 출마선언문은 경제 문제에 대한 비중에서도 큰 차이를 보였다. 이 지사의 3500자 길이 출마선언문에는 ‘경제’가 18번이나 등장했다. 이에 비해 윤 전 총장은 출마선언문(3100자)에서 경제를 다섯 차례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이날 이 지사의 출마선언을 두고 1992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빌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가 현직 대통령이던 조지 부시 공화당 후보를 겨냥해 내건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라는 슬로건을 연상케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만큼 이 지사는 출마선언문에서 자신의 경제 비전을 제시하는 데 역점을 뒀다. 그는 에너지 대전환과 디지털 대전환이 산업경제 재편뿐 아니라 일상생활의 틀마저 바꾸도록 요구하는 상황을 ‘위기’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강력한 경제정책이 대전환 위기를 기회로 만든다”고 했다. 구체적인 해법으로는 산업경제구조 개편과 뉴딜, 규제 합리화, 대대적인 인프라 확충 등을 제시했다. 1970년대 중화학공업화를 추진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연상될 정도로 적극적인 ‘산업정책’을 공언한 것이다.

윤 전 총장 출마선언문에서는 ‘자유’가 22번으로 언급 빈도가 가장 높았다. 그중 여덟 번은 자유민주주의를 언급하면서 나왔다. 이어 공정 9회, 법치 8회, 분노·정권교체 각각 7회 등 순이었다.

윤 전 총장이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분노와 정권교체 필요성을 자유민주주의라는 가치를 부각하며 역설했지만 경제정책이나 비전 제시는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평가와 일치하는 결과다.

오형주/조미현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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