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방역 상황을 언급하며 “국가와 인민의 안전에 커다란 위기를 조성하는 중대사건을 발생시켰다”고 말했다. 그동안 코로나19 확진자가 없다고 주장해온 북한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해석의 여지를 열어둔 것이다. 김정은이 ‘중대 사건’의 책임을 간부들의 직무 태만과 ‘사상 불순’으로 돌린 가운데 북한 정권의 주민 통제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북한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정은은 전날 정치국 확대회의를 소집하고
“책임 간부들이 세계적 보건 위기에 대비한 국가비상방역전의 장기화 요구에 따라 대책을 세울데 대한 당의 중요 결정 집행을 태공(태업)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정은은 중대사건의 구체적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세계적 보건 위기와, 비상방역전을 언급하며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을 시사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25일 공개한 ‘코로나19 주간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보건성은 지난 17일까지 3만1083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했지만 확진자는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코로나19 확산이 아닌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정은은 당 전원회의 종료로부터 불과 11일만에 확대회의를 열어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 등 고위 간부의 해임 및 인사이동을 단행했다. 5명으로 구성된 정치국 상무위원은 북한의 핵심 권력인데 이 중 군 서열 2위인 이병철 부위원장이 문책당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정은이 바라보고 있는 가운데 이병철이 시선을 떨구고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이 밖에도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김덕훈 내각총리의 경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정은은 이날 “현시기 간부들의 고질적인 무책임성과 무능력이야말로 당 정책 집행에 인위적인 난관을 조성하고 혁명사업 발전에 저해를 주는 주된 제동기”라며 경제난의 책임까지 당 간부들에게 돌렸다.
김정은이 당과 주민 통제 강화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정은은 이날 시종일관 ‘무능’·‘무지’·‘무책임’ 등의 단어로 간부들을 비판하며 “간부들 속에 나타나는 사상적 결점과 온갖 부정적 요소와의 투쟁을 전당적으로 더 드세게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이 지난 1월 8차 노동당 대회 때부터 반(反)사회주의 배격을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중대 사건’을 구실로 당과 주민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 한다는 분석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당 전체회의 규모의 확대회의를 열었다는 건 급하게 한 게 아니라 준비를 했다는 의미”라며 “당 상무위원 해임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북한 체제의 어려움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을 증명하게 된다”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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