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이 연이은 ‘부실 급식’ 폭로에 뷔페식 병영식당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병사들이 취향에 따라 한식·양식을 골라먹을 수 있도록 하고 뷔페식 샐러드바를 상시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전군을 망라해 쏟아진 부실급식 관련 폭로 속에서 육군이 선제적으로 개선 방안을 내놓은 가운데 정착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육군은 28일 서울 용산 육군회관에서 ‘장병 급식체계 혁신 토론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더 좋은 병영식당’ 시범운영 방안을 제시했다. 병사들이 한식, 빵식, 뷔페식 샐러드바 등 다양한 메뉴를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조리병들의 휴식 여건을 고려해 자동 퇴식 컨베이어를 설치하고 주말에는 즉석요리 코너를 운영한다는 방안도 담겼다. 육군은 올해 안에 3개 부대에 이같은 병영식당을 시범 적용한 뒤 2024년까지 전 부대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더 좋은 병영식당은 지난 몇 달 간 이어진 부실 급식 폭로에 따라 육군이 내놓은 해결 방안이다. 군은 지난 4월부터 부대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휴가 복귀 뒤 격리됐던 병사들이 잇달아 부실 급식을 폭로하며 홍역을 치렀다. 군은 지난달 28일 이번 사태와 관련해 처음으로 주요 지휘관 회의를 열고 ‘격리 병사에게 선호 메뉴 10~20g 증량 배식’, ‘각 부대에 저울 비치 여부 확인’ 등의 방안을 내놓았다가 여론의 빈축을 샀다. 군은 지난달 다시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육류 등 병사 선호 메뉴를 10% 증량 배식하는 등의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국방부가 아닌 각 군이 병영식당 제도를 통째로 바꾸겠다고 방안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육군은 ‘선(先) 메뉴 편성, 후(後) 조달’이 가능한 학교 급식 조달체계를 부대 급식에 적용하겠다는 방안도 제시했다. 지금까지 공급자 중심이었던 병사 급식 조달체계를 수요자인 병사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장병 급식·피복 모니터링단 이미정씨는 “곧 입대할 아들을 둔 엄마 입장에서 오늘 제시된 더 좋은 병영식당과 참신한 개선안들이 탁상공론에 그치지 않고 하루 빨리 구현돼서 우리 장병들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기 바란다”고 밝혔다.
남영신 육군참모총장이 주관하고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의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이 공동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는 민·관·군 급식 관계자 50여 명이 참석했다. 육군은 “이날 논의된 사안에 대해 국방부와 국회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 법제화를 추진하고 세부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며 “MZ세대 장병 눈높이에 맞는 장병 급식체계 혁신을 완성해 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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