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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골목 곳곳 파고든 무인점포…'단순 일자리' 종말 알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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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무인점포’ 전성시대다. 코로나19로 ‘비대면’이 일상화하면서 ‘사람 없는(무인) 가게’가 골목 구석구석을 채워나가고 있다. 주거 밀집지나 학교 인근 골목에서 빨래방, 아이스크림 가게, 편의점 등 ‘생활밀접형’ 무인점포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된 지 오래다.

그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홍대·강남 등지에선 사진관, 애완용품점, 휴대폰 판매점, 밀키트숍, 성인용품점 등 ‘테마형’ 무인점포가 성행 중이다.
사장님·소비자 모두 편한 무인점포
27일 찾은 서울 마포구 망원동도 그랬다. 이른바 ‘망리단길’을 포함해 직선거리로 이어지는 포은로 약 1.5㎞ 거리에만 무인점포 19개가 자리잡고 있었다. 80m를 지날 때마다 무인점포를 만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는 셈이다.

이곳에서 만난 무인점포 운영 점주들은 인건비와 운영 편의성을 동시에 갖춘 점을 창업의 주된 이유로 꼽았다. 10개월째 무인아이스크림·과자점을 운영 중인 윤모씨(43)는 “초등학생 아이들을 키우고 있어 부업으로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 무인점포를 하게 됐다”며 “인건비가 들지 않고, 1주일에 두 번만 가게에 가면 되기 때문에 관리가 편하다”고 말했다.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무인사진관 두 곳을 운영하는 A씨(40)는 “코로나19로 홍대 상권이 큰 타격을 받았지만 우리는 인건비나 관리비가 거의 들지 않아 주변 점포에 비해 타격이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은 편리한 결제방식과 저렴한 가격 등을 무인점포의 장점으로 들었다. 무인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만난 곽모씨(23)는 “편의점에서 1200~1500원인 아이스크림을 400원~700원이면 살 수 있어 한번에 많이 사놓는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물품을 파는 망리단길 무인 펫숍을 찾은 이모씨(20)는 “가게 직원의 눈치를 보지 않고 오랫동안 고민하다 살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창업도 인기
이에 따라 무인점포는 요즘 자영업자 사이에서 인기 창업 아이템으로 꼽히고 있다. 소자본 창업이 가능하고 별다른 기술력이 필요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서울 금호동에서 프랜차이즈 무인편의점을 운영하는 B씨(35)는 “수익은 크지 않지만 소액으로 창업이 가능해 시작했다”며 “초기 자본 7000만~8000만원으로 투입 자본 대비 연 10%의 수익을 내고 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다른 창업 아이템과 마찬가지로 결코 만만하게 봐선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김종율 보보스부동산연구소 대표는 “벌써부터 입지가 좋은 일부 지역에 비슷한 상품을 파는 점포가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는 출혈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며 “보안비용, 설비의 감가상각비도 고려해 신중하게 창업해야 한다”고 말했다.

“불가피한 시대적 흐름”
무인점포의 유행으로 아르바이트 등 일자리가 더 빠르게 줄어들 것이란 우려는 현실화하는 추세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코로나19 이후 자영업 특성별 고용현황 및 평가’에 따르면 고용원을 둔 자영업자는 지난해 137만2000명으로 1년 전보다 16만6000명(10.8%) 줄어든 반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407만 명에서 416만 명으로 2.2%(8만 명) 늘었다.

그렇다고 무인화라는 메가트렌드를 피할 수도 없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인건비 상승과 기술의 진보가 맞물려 무인점포가 더 활성화할 것이란 얘기다. 로보틱스·인공지능(AI)이 가져온 키오스크·보안산업의 발달은 무인점포 활성화를 불러온 기술적 배경으로 지목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인건비 상승, 온라인 소비 증가, 기술 진보에 코로나19까지 더해져 무인점포 시대가 예상보다 빨리 찾아왔다”며 “한국이 첨단산업 분야의 글로벌 선도국이란 점을 감안하면 미국 ‘아마존 고’ 같은 무인점포가 빠르게 보편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다은 기자/원동희·권근영 인턴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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