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포천시 포천힐스CC(파72·6610야드)의 3번홀(파5)은 선수를 시험에 들게 한다. 길이 570야드의 평범한 파5홀로 보이지만 그린 옆에 커다란 해저드가 자리잡고 있다. 페어웨이 가운데에는 가파른 경사가 있다. 무리하게 2온을 노리다간 해저드에 빠져 벌타를 받을 수 있는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선수가 여기서 세 번으로 짧게 끊어 안전하게 그린을 노린다.
김지영(25)의 선택은 달랐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BC카드·한경레이디스컵 2라운드가 열린 25일, 이 홀에서 김지영은 두 번째 샷을 앞두고 3번 우드를 집었다. 283.6야드나 날아간 티샷이 평지에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린까지는 약 270야드가 남아 있는 상황. 김지영의 선택은 ‘닥공(닥치고 공격)’이었다. “2온을 시도하기에 좀 위험한 자리긴 했어요. 왼쪽 훅이 걸리면 해저드에 빠지게 되니까요. 그래도 3번 우드에 대한 믿음이 있었고 자신있게 샷을 했습니다.”
작전은 성공이었다. 3번 우드를 맞은 공은 268.1야드를 날아 해저드를 건너 그린 바로 옆에 멈췄다. 온그린에는 실패했지만 정교한 쇼트게임으로 버디를 낚았다. 1라운드에 이어 이틀 연속 공격적으로 2온을 노린 출전자는 김지영이 유일하다. 김지영의 과감한 시도는 이틀 연속 버디로 이어졌다.
장타 자신감으로 ‘닥공’
‘포천 퀸’ 김지영이 ‘닥공 플레이’로 타이틀 방어에 나섰다. 지난해 대회에서 우승해 디펜딩 챔피언으로 나선 그는 이날 3언더파 공동 3위로 경기를 시작해 1타를 더 줄였다. 중간합계 4언더파 140타를 기록해 공동 2위(오후 5시 기준)로 예선을 마쳤다. 초반부터 공격적인 플레이로 대회 2연패에 강한 드라이브를 건 셈이다.
초반에는 다소 매끄럽지 못했다. 이날 10번홀(파5)에서 경기를 시작한 그는 첫 두 홀에서 연달아 티샷 실수를 하며 보기를 기록했다. 그는 “날씨가 더워 체력적으로도 힘들었는데 코스 중간중간 작년 저의 플레이에 대한 기록이 세워져 있어서 자랑스럽기도 했고, 좋은 기억이 떠오르면서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었다”며 “이런 배려를 해준 포천힐스CC 측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경기 중반부터 한국 대표 장타자로서의 저력이 빛을 발했다. 15번홀(파4)에서 티샷으로 266야드를 날리며 이날 첫 버디를 잡아낸 뒤 본격적인 상승 흐름을 탔다. 3번홀에서의 과감한 2온 시도도 자신의 장타에 대한 믿음이 있기에 가능한 도전이었다. 그는 “3라운드에서는 8번홀(파4)과 18번홀(파5)에서 티박스를 당긴다. 8번홀에서는 무조건 1온, 18번홀에서도 2온을 노리겠다”며 공격적인 플레이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틀째 이어진 신인 돌풍
이날도 ‘행운의 언덕’에서는 이변이 이어졌다. ‘포천의 딸’ 서연정(26)은 이날 첫 홀부터 3개홀 내리 버디를 잡으며 총 4타를 줄였다. 결과는 중간합계 6언더파 단독 선두. 김지영 등 2위 그룹에 2타 차로 앞서가며 본선에 진출했다. 서연정은 특히 보기 없는 무결점 플레이로 경기 내내 뛰어난 샷감을 자랑했다.프로 데뷔 2년차 현세린(20)은 1라운드에서 3언더파 공동 3위에 이름을 올린 뒤 이날 1타를 줄여 4언더파로 공동 2위에 올랐다. 공동 1위로 2라운드에 나섰던 루키 홍정민(19)도 이날 이븐파를 치며 4언더파를 유지해 리더보드 상단에서 이름을 지켰다.
반면 상당수 톱랭커는 매끄럽지 못한 플레이로 애를 먹었다. 왼쪽 발목 통증을 호소하며 라운드에서 불편한 모습을 보였던 장하나(29)는 이날 이븐파를 쳐 2오버파로 2라운드를 마쳤다. 자칫 커트 탈락할 위기까지 갔지만 가까스로 본선에 진출하게 됐다. 최혜진(22)과 박현경(21)은 이븐파로 3라운드에 나선다.
포천힐스CC=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