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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외곽 '패닉바잉'…중계동 아파트, 1년 새 3억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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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결혼한 30대 대기업 직장인 부부 강모 씨(35)는 전세살이 중이다. 집을 매수할까 고민도 했지만 대출 여력이 많지 않아 청약을 기다리던 중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다시 집을 매매하기로 마음 먹었다. 앞으로 무주택자의 대출 한도가 늘어난다는 소식이 들려와서다. 대출 한도를 최대로 잡으면 6억원대 전후의 집을 계약할 수 있다.

강 씨는 ”매수할 수 있는 중저가 아파트가 빠르게 소진되고 있어 대출 한도가 늘어난 김에 집을 사야겠다고 결심했다“며 ”강북 끝자락이나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등 외곽지역을 중심으로 6억원대 아파트엔 대부분 임장을 다니는 중“이라고 말했다.

다음달부터 무주택자의 대출 규제가 완화되면서 중저가 아파트에 2030세대의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 올 초 집값은 하반기부터 진행될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등으로 매매 대신 청약을 택하는 수요자가 늘면서 주춤한 상태였지만, 다시 매물을 찾는 이들이 늘면서 매수세가 붙는 분위기다.

25일 서울 외곽지역 중개업소들은 매수 수요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고 했다. 노원구의 K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주 주말 하루동안 집을 찾는 고객들이 20팀이 넘게 왔다”며 “담보인정비율(LTV) 완화 대상이라 대출이 60%까지 가능한 6억원 이하를 찾는 젊은 층들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7월1일부터는 무주택자에 대해 LTV 우대 폭이 기존 10%포인트에서 20%포인트로 높아지는 한편 대상 주택은 기존 6억원 이하에서 9억원 이하로 확대된다. 이같은 조건을 충족한다면 투기과열지구에선 집값의 50~60%, 조정대상지역에선 집값의 60~7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현재와 비교하면 LTV가 10~20%포인트 높아진다. 대출 한도는 4억원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규제 완화로 대출 가능 금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6억~7억원대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수 심리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투기과열지구에서 무주택자가 7억원 아파트를 구입할 경우 기존 LTV를 적용하면 2억8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했다. 반면 7월부터는 대출 가능액이 최대 4억원으로 1억2000만원 늘게 된다.

중저가 주택이 몰려있는 서울 외곽 지역에서는 6억원대 아파트에 대한 매수 문의가 늘고 있다. 도봉구 일대의 중개업소에 따르면 방학동에 위치한 ‘우성아파트2단지’ 전용면적 84㎡의 매도 호가는 최고 7억원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5월 3억5500만원(1층)에 매매됐지만 지난달에는 5억7000만원(1층)에 팔려 1년간 60.6% 올랐다. 하지만 또 값이 큰 폭으로 뛴 것이다.

노원구 중계동 ‘현대그린’ 전용면적 84㎡도 집주인들이 8억원까지 호가를 매긴다. 이 단지도 지난해 5월 4억5500만원(2층)에 매매됐지만 지난달에 7억3000만원(2층)에 거래돼 이미 1년간 2억원 가까이 오른 단지다. 지난해 5월 5억9500만원(19층)에 거래됐던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 전용 84㎡도 실거래가는 8억원(16층·지난 5월 기준), 호가는 9억원 이상으로 오른 상태다.

구로구에서는 구로동 ‘구로두산’ 전용 51㎡ 호가가 6억원 후반대까지 상승했다. 지난달 6억1900만원에 매매 계약이 체결된 주택형이다. 금천구에서도 20년 이상된 구축 전용 84㎡ 아파트 매물은 8억원대, 전용 59㎡는 6억원대 중후반를 부른다. 독산동 ‘현대’ 아파트 전용 59㎡의 마지막 실거래가는 지난달 5억9900만원이었다.

구로구의 D중개업소 대표는 “최근 중저가 아파트 매수세가 다시 나타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주로 번듯한 직장을 가진 젊은층들이 대출을 최대로 써 아파트 한 채는 사겠다고들 얘기한다”고 전했다. 도봉구의 U공인 관계자도 “더늦기 전에 오래된 작은 아파트라도 사겠다는 젊은 직장인들의 문의가 늘었다”고 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셋째주 노원구 아파트 매매가는 전주와 마찬가지로 0.25% 올라 11주 연속 서울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이는 2018년 9월 둘째 주 이후 2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도봉구(0.14%) 관악구(0.12%) 금천구(0.07%) 등의 집값 상승률도 가팔랐다. 부동산원 측은 “교통이나 개발호재가 있는 중저가 지역과 일부 재건축 중심으로 매수세가 유입되며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중저가 아파트를 찾는 이가 많지만 이미 서울에는 물량이 많지 않다. 서울 강북에서도 중소형 평균 아파트 가격이 9억원에 다다른 상황이다. 이번 매수세로 몇 안되는 6억~7억원대 중저가 단지들이 빠르게 소진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KB국민은행 추산 지난달 서울 중소형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9억9585만원으로 이미 10억원대에 육박했다. 2년 전과 비교해 3억84만원 뛰었다. 상승률로 보면 43.3%에 달한다. 이 중 강북권 중소형 아파트값은 8억6642만원을 기록했다. 2019년 8월 평균 6억원대에 진입한 뒤 11개월 뒤에 7억원을 처음 돌파했다. 이후 6개월 만에 8억원을 넘겼다. 강남권 중소형 아파트값은 11억5728만원이었다.

이 조사에서 기준으로 삼은 중소형 아파트는 전용면적 60㎡ 초과~85㎡ 미만 아파트다. 시장에서는 25~34평 아파트로 불린다. 대부분 방 3개를 갖추고 있어 신혼부부와 3~4인 가구가 선호하는 면적이다.

서울 양천구 신월동에서 전용 59㎡ 전후의 중소형 아파트를 알아보고 있는 30대 공기업 직장인 양모 씨(33)도 “친구들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로 아파트를 사 1년만에 많게는 2억~3억원씩 올랐다는 이야기를 할 때마다 집을 샀어야 했다는 후회가 어마어마하게 컸다”며 “이번 기회에 대출을 최대치로 받아 방 2칸짜리 아파트라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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