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이후 대장주 삼성전자의 움직임이 둔하다. 반도체 업황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면서 주가가 쉽사리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기관·외국인의 매도세와 개인의 매수세가 맞붙으며 주가 등락폭은 일평균 500원 수준에 불과하다. 최근 증권가에서 반도체 업황의 호조를 점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삼성전자의 주가가 위로 방향성을 틀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실적 성장 꺾이나…코스피와 멀어진 '8만전자'
삼성전자가 8만원선에서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6월 들어 주가등락폭(당일종가-전날종가)을 조사해 보니 평균 506원을 기록했다. 주가등락폭이 0원을 기록한 날도 이틀이나 됐다. 1월만 해도 주가등락폭이 평균 1674원에 달했던 점을 감안하면 주가가 얼마나 지지부진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실적 성장세가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삼성전자의 발목을 붙잡았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61조6756억원, 10조54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44%, 29.41% 증가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분기만 해도 전년 대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18.19%, 45.53% 늘었으니 실적 성장세가 다소 완만해질 것이라 보고 있는 셈이다. 전분기 대비로 보면 2분기 매출은 5.68% 역성장할 것이란 전망이다.
코로나에 불티나게 팔렸던 노트북·스마트폰 등이 덜 팔리면서 반도체 매출이 예상보다 크게 늘지 않을 것이며, 작년~연초 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설비투자가 늘어난 것도 공급과잉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시각이 모인 결과다. 코스피지수가 연초 이후 14.36% 올랐을 때 삼성전자는 단 0.25% 오르는 등 부진한 양상을 보인 이유다. 해당 기간 동안 외국인과 기관은 삼성전자를 각각 11조3665억원, 13조2106억원어치 순매도 했는데, 개인이 23조9592억원 순매수로 그 물량을 모두 받아내며 주가를 방어했다.
○실적발표 앞두고 다시 오르는 전망치
다만 2분기 실적을 앞두고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 서버 관련 수요가 증가하며 반도체 업황이 강세를 띌 것이며 기업 재고수준이 여전히 많지 않아 공급과잉 가능성이 제한적이란 분석이 대두되고 있어서다. 코로나가 잡히면서 개인용 PC 수요가 줄어든다 해도 사람들이 다시 출근을 시작하면서 기업용 PC 수요 등이 증가하며 반도체 업황은 견조할 것이란 얘기다. 컨센서스도 다시 끌어올려지고 있다. 5월 한달 간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1.44% 하향조정됐으나, 6월 들어(23일 기준) 다시 2.52% 상향조정됐다. 3·4분기 전망치도 동시에 끌어올려졌다.23일(현지시간) 미국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와 일본 노무라증권이 나란히 긍정적인 보고서를 내며 24일 삼성전자는 지난 16일 이후 처음으로 1%대 급등하기도 했다. 골드만삭스는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10조7000억원에서 11조5000억원으로 7.48% 끌어올리기도 했다. 외국인의 매도세도 이달 들어 잠잠해지고 있다. 5월만 해도 삼성전자를 4조1086억원 팔아치웠던 외국인은 이달 들어 4423억원 매도하며 매도세를 줄였다.
타카야마 다이키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는 "스마트폰 출하량은 기대치가 낮지만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에 대한 전망은 좋고 특히 서버 관련 수요에 의해 메모리 수익성이 탄탄히 유지되고 있다"며 "삼성전자의 실적 성장 모멘텀은 메모리 반도체 뿐만 아니라 파운드리의 회복, OLED의 계절적 성수기를 맞아 올 하반기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