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맡고 있는 ㈜한화는 그룹 방산 계열사의 맏형 격이다. 한화그룹의 출발도 방위산업에서 시작됐다.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설립된 한국화약이 전신이다. 다이너마이트를 만들던 한국화약은 1974년 방위산업체로 지정된 이후 국내 대표 방산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1993년 ㈜한화로 사명을 바꿨다.
㈜한화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첨단 무기체계 국산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고에너지 레이저 기술을 적용한 미래형 무기체계가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다. 고에너지 레이저빔은 눈에 보이지 않고, 소음도 없다. 이뿐만 아니라 별도 탄이 없어도 전기만 공급되면 저비용으로 운용이 가능하다.
우선 ㈜한화는 2011년부터 3년간 신개념기술시범(ACTD) 과제로 레이저폭발물처리기 개발을 완료했다. ACTD는 민간의 우수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개념의 작전운용 성능을 갖춘 무기체계의 실용 가능성을 입증하는 제도다. 레이저를 이용해 급조폭발물, 불발탄 등을 신속하고 안전하게 무능화시키는 장비로 소형전술차량, 지뢰방호차량 등에 탑재될 수 있다.
여기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화는 2019년 방위사업청 주관의 레이저 대공무기 체계개발 사업의 시제제작업체로 국내 최초로 선정됐다. ‘한국형 스타워즈 기술’로 알려진 레이저 대공무기는 광섬유에서 생성된 광원 레이저로 드론 등 소형 무인기와 멀티콥터 등을 타격해 무력화시키는 신개념 무기체계다. 현재 국방과학연구소 주관으로 시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국방과학연구소와 레이저 발진기 시제 제작 계약을 체결하며, 레이저 무기 원천 기술 국산화도 진행 중이다. 총 4년 개발 기간에 계약규모 243억원이다. 레이저 발진기는 레이저 빔을 발생시키는 장비로, 레이저가 수㎞ 이상 떨어진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도록 멀리, 세게 나갈 수 있게 한다. 레이저 무기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 중 하나다. ㈜한화는 레이저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을 지속해 미래형 무기 전력화에 기여하고, 중장기 성장 동력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한화는 LAH(소형무장헬기) 공대지 유도탄인 ‘천검’의 개발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천검은 소형헬기에 장착해 지상의 목표물을 무력화하는 정밀유도무기다. 기존 토우미사일을 대체하기 위해 국방과학연구소 주관으로 ㈜한화 종합연구소가 참여해 개발을 하고 있다. 적 기갑부대 정밀타격용으로 국산 소형무장헬기에 장착할 예정이다. ㈜한화는 천검 개발을 계기로 공대지 유도무기 분야로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될 전망이다. 이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구성품을 국내에서 조달해 부품 국산화 및 협력업체와 상생 협력에도 기여하고 있다.
㈜한화는 첨단 무기체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항법장치 분야에서도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항법장치는 외부 도움 없이 센서를 통해 측정한 가속도와 각속도 정보를 기반으로 비행체의 위치, 속도, 자세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가속도를 측정하는 가속도계 센서와, 각속도를 측정하는 자이로 센서, 항법컴퓨터로 구성돼 있다. ㈜한화는 30여 년간 연구개발을 통해 항법장치 분야의 핵심 기술이라 할 수 있는 자이로 센서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입증해 왔다. 개발·양산 중인 레이저 기반 RLG, 광섬유 기반 FOG, 초소형 센서를 활용한 MEMS 등이 포함된 항법장치는 유도탄, 지상장비, 무인항공기 등 다양한 플랫폼에 적용된다.
재밍(jamming·전파방해) 신호로 인해 위성항법장치가 무력화되는 것을 방지해주는 항재밍 기술도 함께 개발 중이다. 항재밍 장치는 현대전 환경에서 더 정밀한 항법정보를 무기체계에 제공하는 필수 장비로 인식되고 있다. ㈜한화는 전술급 유도무기 및 지상 차량용 항재밍 장치를 자체 개발해 국내 개발 무기체계에 적용하는 국산화에 성공했으며, 수출향 무기체계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