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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경험 바탕 ‘유니레버 콤파스’ 새 청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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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ESG] 베스트 프랙티스 - 유니레버



세계 최고의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 사례로 꼽히고 있는 글로벌 소비재 기업 유니레버. 유니레버의 ESG 경영 비결은 간단하다. 기업 자체가 곧 ESG다. 기업의 목표와 가치, 브랜드, 기업 구조와 의사결정 시스템 등 기업을 움직이는 모든 영역에 ‘지속 가능성’이 내재돼 있다. 유니레버는 어떻게 이런 위치에 올랐을까.

유니레버는 2010년 ‘지속 가능한 삶 계획(Unilever Sustainable Living Plan, USLP)’ 10년 전략을 발표한다. 사회적 책임과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기업이 일부분 손해를 봐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던 시기였다. 유니레버는 다르게 봤다. 지속 가능성과 경영 성과가 함께 간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했다.

유니레버는 지속 가능성을 전사적 목표로 삼았다. 10억 인구의 건강과 위생 개선, 기업의 탄소발자국 절반 감축, 여성과 소외계층 삶 개선이라는 세 가지 큰 목표를 두고 시기를 명시한 세부 목표 70개를 설정했다. 지난해 3월 발행된 결과 보고서에는 해당 전략의 성과와 실패, 다음 전략을 위한 교훈이 꼼꼼하게 나와 있다.




지속 가능성과 기업 성과는 함께 간다

먼저 10억 인구의 건강과 위생을 개선하겠다는 첫 번째 목표는 달성했다. 유니레버는 2020년 말 기준 13억 인구에 도달했다. 현지 프로그램을 통해 6억2500명, TV 광고를 통해 7억1500명에게 도달했다. 자사가 판매하는 제품과 마케팅 자체를 지속 가능성으로 평가한 것이다. 기업 성과가 곧 지속 가능성이다.

세계적 소비재 기업으로서 유니레버는 소비자의 행동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산업 전반의 시스템 변화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유니레버는 재생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지만, 에너지를 생산하는 전력 회사는 아니다. 유니레버의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전력 회사가 적정 가격의 재생에너지를 생산해야만 한다. 유니레버가 자사 제품 영역인 소비재, 원료 시장을 넘어 지속 가능한 글로벌 산업 시스템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이유다.

레베카 마못 유니레버 지속가능부문 대표는 보고서에서 "‘지속 가능한 삶의 일상화’를 만들기 위한 우리의 여정은 계속된다. 우리는 더 멀리, 더 빨리 나아가야 한다. 우리가 넘어야 할 도전은 기후변화, 플라스틱 오염, 사회적 불평등, 건강과 웰빙 개선이다. 한 기업이 혼자 해낼 수 있는 걸 넘어 모두의 행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0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유니레버는 최근 '유니레버 콤파스(Compass)' 전략을 발표했다. 유니레버는 “기업의 과제는 기후변화와 사회적 불평등 해결뿐 아니라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라며 “비즈니스 전략과 분리된 지속 가능성 계획은 충분하지 않다”고 강조한다.

앨런 조프 유니레버 최고경영자(CEO)는 “지속 가능성을 위한 노력은 더 나은 비즈니스 성과를 이끌어야 한다. 유니레버 콤파스는 우리의 목적 지향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우수한 성과를 내고 동시에 인간과 지구에 더 좋다는 것을 증명할 것”이라며 “우리는 지속 가능한 목적과 기업 성과 사이에 절충점이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끝내야 한다. 절충점은 없으며, 이러한 오해가 세계가 진보하는 데 큰 피해를 주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고 밝혔다.




코코아 아동노동 드러내고 개선 목표 제시

내용적으로는 인권 존중과 기후 문제 해결, 브랜드의 영향력을 이용해 시기가 명확한 목표를 세웠다. 구체적으로 제품 포트폴리오 성장, 브랜드 파워를 이용한 변화, 미국·인도·중국 등 주요 성장 시장에 주력, 미래 지향적 유통채널 선도, 미래지향적 조직 및 성장 문화 등을 강조한다.

또한 자사 제품 자체를 지속 가능성을 위한 제품군으로 강화했다. 예를 들어 비누 등 위생 제품을 통해 손씻기 및 위생 사업을 확대하고, 식물성 식품을 개발해 고기를 덜 먹는 식단으로 전환하는 데 기여하는 것이다.

유니레버는 경영 구조 전반에 지속 가능성이 내재돼 있다. 지속 가능성이 곧 기업 성과임을 인지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유니레버의 기업책임위원회는 유니레버 콤파스 전략의 목표 진전을 모니터링하고 이사회에 이를 보고한다. 이 회의에는 경영진이자 공급부문 대표이사인 마르크 엔젤과 지속가능성부문 대표인 레베카 마못의 참가가 필수다.

기업의 주요 사업 분야인 식품, 미용, 홈케어 부분별로 지속가능팀이 나눠져 있기도 하다. 눈에 띄는 점은 이사회 산하 분야별 전문가 그룹이다. 탄소중립위원회, 글로벌규범및정책위원회, 글로벌다양성위원회, 매트릭스팀, 안전환경보증센터(SEAC), 지속가능한 포장위원회, 지속가능한소싱운영그룹이 있다. 대부분 C레벨 관리자가 이끄는데, 대부분 지속 가능성 관련 이슈다. 기업 내부 정책에만 대응하는 게 아니라 산업 구조와 시스템의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여러 가이드라인을 만든다.

찻잎, 코코아, 설탕 등 원재료 사용이 많은 제품 특성상 소싱 과정의 지속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다. 유니레버는 공급망에서 사회적 및 환경적 기준을 높이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세웠다. 농업 분야에서는 ‘지속 가능한농업코드(SAC)’ 및 ‘유니레버 재생농업원칙(RAP)’, 노동 인권 분야에 ‘책임있는 소싱정책(RSP)’ 등이 있다. RSP는 자발적 노동, 적정 임금, 적정 연령 등 공급사가 지켜야 할 12개 기본 원칙을 설정했다.

유니레버 측은 “SAC를 수년간 시행했지만 토양 건강 약화, 생물 다양성 손실 등 농업 공급망의 모든 지속 가능성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다”며 “우리는 더 나아가야 할 필요성을 인식했다”고 밝혔다.

또한 “코코아 원료를 채취할 때 아동 노동이 이용된다는 것을 알고 있고, 아동 노동 사례를 평가하고 해결하는 모니터링과 개선 시스템을 갖춘 협동조합에서 조달할 수 있도록 파트너 및 공급업체와 함께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며 “2023년까지 우리가 직접 조달하는 모든 협동조합은 그러한 시스템을 갖추게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현재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개선 목표를 제시하는 솔직함이 진실성을 더한다.

유니레버는 국제표준인증이나 검증 시스템 개발에도 힘쓴다. 유니레버가 주도하는 시스템이 곧 글로벌 기준이 되는 셈이다. 유니레버는 “코코아는 복잡한 공급망을 가진 글로벌 상품”이라며 “유니레버는 전 세계 코코아 생산량의 극히 일부만 구매한다. 우리의 행동만으로는 공급망 전체를 바꿀 수 없다는 의미다. 파트너십과 협업은 필수적인 접근 방식이다”라고 강조한다.

이러한 노력은 기업 평판에 그대로 반영된다. 유니레버는 국제조사기관 글로브스캔과 서스테이너빌리티가 발표하는 ‘지속 가능성을 이끄는 리딩 기업’에 10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가트너가 선정한 공급망 관리 상위 기업 발표에도 ‘마스터(master)’ 기업으로 분류됐다. 지난 10년 동안 최소 7년간 종합점수 상위 5개를 달성한 기업이 인증하는 마스터 기업은 평가 대상에서 아예 제외한다. 지난해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DJSI)에서는 100점 만점에 90점, 개인용품 부문 기업 중 선두를 차지했다.

유니레버는 특정 분야나 부서에서 ESG 이슈를 찾을 수 있는 게 아니다. ESG 가치를 중심으로 기업이 운영된다. 그 사실은 명확한 목표와 수치, 시각화로 보인다. 지속 가능성을 위한 책무는 이제 '좋은 일'이 아니라 '당연한 일'로 바뀌었다. 10년 전 유니레버가 옳았다.

[인터뷰] 조나단 길 유니레버 글로벌지속 가능성디렉터

“소비자도 인재도 인간과 환경에 이로운 회사 선택할 것”

-지속 가능성과 환경에 대한 유니레버의 접근법은 무엇인가.

“유니레버 콤파스는 우리의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전략이자 최상의 비즈니스 성과와 지속가능하고 책임 있는 성장을 가져다줄 유니레버의 청사진이다. 유니레버 콤파스 전략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지구의 건강을 개선한다. 즉, 기후 행동, 자연보호와 재생, 쓰레기 없는 세계를 추구한다. 둘째, 사람의 건강과 자신감, 웰빙을 개선한다. 좋은 영양을 섭취하고 사람들의 건강과 행복을 개선하는 것이다. 셋째, 보다 더 공정하고 사회적으로 포용적인 세계에 기여한다. 평등과 다양성, 포용성을 개선하고, 삶의 표준을 높이며, 인간을 위한 노동의 미래를 만드는 일이다. 유니레버는 우리 브랜드 영향력으로 이를 해낼 것이다.”

- ESG 분야 중 가장 중요시하는 분야는.

“ESG 중 어느 것 하나도 다른 것보다 덜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요소가 연결돼 있고 목적 달성을 위해 함께 작동하기 때문이다. 유니레버 콤파스에 명시된 바와 같이 환경보호든 성평등이든 우리 직원들에게 생활 임금(living wage)을 보장하는 일이든 마찬가지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이 이해관계자를 위해 가치를 창출하는 데 도움이 된다.”

-ESG 평가에서 이미 세계 최고의 수준인데, 장단기 목표는 무엇인가.

“유니레버는 지난 1월에 광범위한 사회적 약속을 발표했다. 보다 평등하고 포용적인 사회를 위한 목적이다. 구체적으로는 2025년까지 과소평과 되는 그룹에 속한 이들이 소유하거나 운영하는 공급업체에 매년 20억 유로를 지출하고, 2030년까지 직접 상품이나 서비스를 납품하는 모든 이들에게 최소한의 생활임금을 보장하려고 한다. 또한 직원들을 위한 새로운 고용모델을 개척하고, 청년 1000만 명이 취업할 수 있도록 필수 기술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기후 보호와 플라스틱 줄이기 등에서도 주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인 사례로는 무엇이 있나.

“올해 프랑스와 인도를 시작으로 2025년까지 자사의 모든 치약을 재활용 가능한 튜브로 생산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에서는 재활용 탄소로 만들어진 한정판 OMO(Online Merges with Offline) 세탁 캡슐을 출시했다. 이 탄소는 중국 베이징의 한 제철소에서 배출된 탄소를 모아 산화에틸렌으로 가공해 세제에 들어가는 계면활성제를 만든다.”

-ESG 전략을 시작하는 기업이 유의해야 할 점은.

“목적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소비자들은 세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만드는 브랜드를 선택한다. 최고의 인재는 단순히 인간과 지구에 덜 해로운 게 아니라 더 좋은 일을 하는 회사와 일할 것이다. 모든 브랜드는 사회적이고 환경적 사안에 대한 목표를 전달하고, 의미 있고 측정 가능하고 장기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ESG 조직은 어떻게 구성돼 있나.

“지속 가능성은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의 중심이다. 지속 가능성이 유니레버의 조직 프레임워크와 비즈니스 모든 측면에 통합될 수 있도록 회사의 목적과 비전, 비즈니스 어젠다, 경영 구조에 모두 내재돼 있다. 유니레버에서 일한다면, 그 자체로 이미 지속 가능성을 위해 일하고 있는 것이다.”

베를린(독일)=이유진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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