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잡앤조이=강홍민 기자/이윤서 대학생 기자] 코로나19의 여파로 배달 음식이 급증하면서 무분별하게 방치되는 일회용 쓰레기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실제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생활 쓰레기 발생량은 지난해에 비해 11.2%,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은 13.7% 증가했다. 기후변화와 지구 생태계에 큰 위협이 되는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 환경을 살리자는 목적의 ‘용기내 챌린지’가 인기를 얻고 있다.
△그린피스 홍보대사 류준열이 참여한 ‘용기내 캠페인’. (사진 출처=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용기내 챌린지는 물건을 구입할 때 필수적으로 따라오는 플라스틱 용기, 일회용 비닐봉지 등의 쓰레기 발생량을 줄이기 위해 직접 개인 용기를 가게에 들고 가면 내용물만 받아오는 운동을 뜻한다. ‘용기(courage)’와 ‘용기(container)’의 이중적 의미를 중심으로, 배우 류준열이 홍보대사를 맡은 용기내 챌린지는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에서 시작돼 해시태그 인증과 함께 SNS를 통해 다양하게 확산되고 있다.
△다양한 #용기내 챌린지 후기. (사진 출처=인스타그램)
최근 환경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며 용기 재활용을 운영 원칙으로 삼는 가게들도 다수 생겨났다. 그래서 직접 체험해봤다. 용기를 들고 가게들을 방문해 생생한 사진들과 함께 친환경 챌린지에 참가했다.
포장이 되지 않는 카페, 얼스어스
서울 마포구 연남동과 종로구에 위치한 카페 ‘얼스어스’는 포장 용기와 테이크아웃 컵이 없는 가게다. 얼스어스는 제로웨이스트 카페로 일회용품을 일절 사용하고 있지 않다. 가게 내에선 한순간에 쓰레기로 전락할 수 있는 휴지 대신 재사용이 가능한 손수건을, 물을 마실 때 필요한 종이컵 대신 유리컵을, 빨대 대신 스푼을 제공해 카페에서 다수 생산되는 플라스틱을 최소화한다.
주방도 마찬가지다. 행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비닐랩 대신 실리콘랩을, 유산지 대신 무스틀을 씻어 사용한다. 포장을 원하는 손님은 텀블러에다 음료를 받고, 미리 공지된 케이크의 사이즈를 보고 그에 맞는 다회용기를 가져가 케이크를 포장할 수 있다.
△(위)용기에 담긴 케이크와 빨대가 없는 카페 라떼.(아래)얼스어스 카페 운영 준칙.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락앤락 용기에 포장됐던 케이크는 걱정과 달리 플라스틱 용기에 포장했던 케이크보다 더 신선한 상태를 유지했다. 텀블러와 락앤락 개인 용기를 통해 냉기도 더 잘 보존되고, 쓰레기도 줄일 수 있어 일석이조였던 경험과 함께 용기내 챌린지의 첫 발걸음을 뗐다.
망원시장도 용기내 챌린지 참여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와중에도 환경을 위해 상인이 주체가 돼 친환경 활동에 팔을 걷어붙인 또 다른 장소가 있다. 2021년 5월 6일 국내 전통시장 최초로 상인들이 뜻을 모아 친환경시장을 선언한 망원시장에서 이제 소비자들은 빈 용기를 들고 가면 일회용 용기와 비닐로 포장된 식품 대신, 모양도 내용물도 ‘내 집 반찬’ 같은 식품을 그 자리에서 얻을 수 있다.
△(위)망원시장 내 배치된 용기내 챌린지 포스터.(아래)망원동 남경반찬 가게 옆 포스터와 다회용기에 담아 구매한 식품.
용기내! 망원시장 캠페인은 시장 곳곳에서 상인들이 도시락통에 반찬을 담아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2019년부터 ‘알맹@망원시장 당근몹‘이라는 이벤트를 통해 장바구니를 권하고 비닐봉지 사용을 지양했던 남경반찬 망원시장 점은 용기내 챌린지의 시초와 인연이 깊다. 여기에서 반찬을 구입할 땐 개인 용기를 가져가면 후한 인심은 덤이다.
망원시장은 21일부터 또 다른 캠페인을 시작했다. ‘알맹이모아 용기내 망원시장’ 캠페인에선 본인 용기를 가져와 음식 장을 보고 장바구니까지 가져오면 마포공동체화폐를 모으면 망원시장 내 상점에서 소정의 선물을 받을 수 있다. 용기를 깜빡했거나 캠페인을 모르고 오는 소비자들에겐 무료 용기가 지급된다. 기부자들에겐 망원시장과 연계된 합정 ‘알맹상점‘에서 플라스틱 프리 쿠폰 도장을 찍어준다.
△알맹이모아 용기내 망원시장 캠페인. (사진=인스타그램)
껍데기는 가라, 알맹이만 파는 알맹상점
마포구 합정역 근처에 위치한 알맹상점은 망원시장과 함께 다양한 캠페인을 추진하는 일명 ‘세제 리필스테이션‘이다. 폐기물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 소비를 취지로 열린 알맹상점에선 용기를 들고 가면 음식 대신 다양한 종류의 세제를 살 수 있다. 말 그대로 ’알맹이‘만 담아 오는 가게에서 구입할 수 있는 세제의 종류도 다양하다. 가루 세제, 나무 열매 만능 세제, 액상 세제, 소독 살균제 등 종류별 세제를 구할 수 있고, 현재는 화장품까지 알맹이만 담아올 수 있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토너, 선크림, 클렌징, 샴푸, 로션 등을 개인 용기나 상점에서 제공하는 유리병에 담으면 무게에 따라 가격을 측정할 수 있다.
△(위)알맹상점에 위치한 세제 리필스테이션과 잼병에 구입한 친환경 가루세제. 44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었다.(아래)알맹상점 내 화장품 리필 스테이션과 무게 측정기.
알맹상점이 추진하는 또 다른 캠페인은 ’알맹상점 공유센터‘다.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상점 입구에 놓은 다음, 센터 위에 놓인 메모장에 사연을 적어 놓으면 필요한 사람이 가져갈 수 있다. 순환 경제를 목표로 하는 알맹상점은 동네의 ’자원순환 거점센터‘ 역할을 자칭하고 있다.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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