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불교조각 걸작이자 보물로 지정된 '구례 화엄사 목조비로자나삼신불좌상'이 국보로 승격됐다.
문화재청은 23일 '구례 화엄사 목조비로자나삼신불좌상'을 보물에서 국보로 승격한다고 발표했다. 화엄사 목조비로자나삼신불좌상은 우리나라 불교조각 중 유일한 삼신불(三身佛)이다. 비로자나불, 노사나불, 석가모니불로 구성돼 있다. 세 불상 모두 높이가 3m를 넘는다.
이 조각들은 임진왜란 때 불에 탄 화엄사를 재건하면서 대웅전에 봉안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최근 발견된 기록에는 1634∼1635년에 17세기 대표 조각승으로 꼽히는 청헌·응원·인균이 제자들과 함께 만들었다고 적혀 있다. 임진왜란으로 피해를 본 사찰의 중창을 주도한 승려인 벽암 각성이 불상 제작을 주관했고, 선조의 여덟째 아들인 의창군 이광 부부와 선조 사위 신익성 부부 등 왕실 인물과 승려를 포함해 1320명이 시주자로 참여했다.
미술사학적으로 보면 조각은 거대하고 중후한 아름다움을 뿜어낸다는 평가다. 강약이 느껴지는 굵직한 옷 주름 표현 등이 대표적이다. 근엄한 표정의 비로자나불과 석가모니불은 조각승 집단인 청헌파가 제작한 것으로, 부드러운 얼굴에 작은 눈과 두툼한 눈두덩이가 특색인 노사나불은 응원파와 인균파 작품으로 추정된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17세기 제작된 목조불상 중 가장 크고, 유일한 삼신불 조각이라는 점에서 불교조각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는 작품"이라며 "예술적 수준도 높아 국보로 지정해도 손색이 없다"고 설명했다.
문화재청은 이날 '울진 불영사 불연'과 '완주 송광사 목조석가여래삼존좌상 및 소조십육나한상 일괄', 안동권씨 문순공파 종중이 소유한 '송시열 초상' 등 3건을 보물로 지정했다. 불교 목공예품인 불연(佛輦) 중 처음으로 보물로 지정된 울진 불영사 불연은 2기의 불교 의례용 가마다. 1670년 화원(畵員, 도화서에 딸린 직업화가)으로 짐작되는 광현·성열·덕진이 참여해 만들었다. 전체적으로 단아한 균형미를 갖췄고, 조각 솜씨가 매우 뛰어나다는 평가다.
완주 송광사 목조석가여래삼존좌상 및 소조십육나한상 일괄은 1656년 제작됐으며, 당시 제작된 나한상 중 규모와 수량 면에서 돋보이는 작품이다. 송시열 초상은 그의 74세 때 모습을 그린 18세기 작품이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