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에타노 도니체티의 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1835)는 스코틀랜드를 배경으로 하지만 이탈리아 베로나가 무대인 ‘로미오와 줄리엣’과 닮은 면이 많다. 해묵은 원수 가문의 청춘남녀가 우연히 사랑에 빠졌다가 반대에 부딪혀 맺어지지 못한 채 죽음으로 마무리되는 것이다. 루치아가 미쳐 죽어가는 ‘광란의 장면’을 위시해 더할 나위 없이 슬픈 순간을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아름다운 멜로디와 초절기교의 테크닉으로 소화하는 것은 ‘궁극의 노래’를 지향하는 이탈리아 벨칸토 오페라다운 특징이다. 물론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관객의 눈물샘을 뜨겁게 자극하는 건 도니체티의 역량이다.
루치아와 연인 에드가르도의 비극이 더 슬픈 것은 이들이 별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저 진심으로 사랑했을 뿐인데 주변의 원한과 욕심, 사회적 인습이 이들을 좌절시켰다. 아픈 사랑에는 위로부터 보내야 한다.
유형종 < 음악·무용칼럼니스트 (무지크바움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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