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렌탈이 만기가 4년인 장기 기업어음 1500억원 규모를 발행했다. 기업공개(IPO)를 추진중이라 혹여 금융시장에서 부정적 평가가 나오는 것을 피하고자 회사채 대신 어음을 선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8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롯데렌탈은 이날 액면 50억원 어음 30매로 총 1500억원 규모 CP를 발행했다. 만기 4년물로, 할인율(이자율)은 연 1.749%이다. 이날 만기가 돌아오는 금융권 채무를 상환하기 위해서다. 할인율과 만기를 곱한 이자를 미리 제하는 방식으로 액면 50억원 어음을 46억4996만원 가량에 판매했다.
통상 3~6개월 만기로 발행되는 기업어음을 4년 만기 자금조달에 사용한 것은 이례적이다. 롯데렌탈이 상장을 앞두고 신용등급 강등이나 회사채 미매각 등의 돌발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이 같은 선택을 한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롯데렌탈은 지난달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청구서를 내고 코스피 상장을 추진중이다.
롯데렌탈은 지난 2월엔 회사채 시장에서 2500억원 규모의 ESG(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 채권을 거뜬하게 발행했다. 투자 수요가 몰려 발행금리도 개별민평금리보다 낮은 수준으로 발행했다. 이후 1분기에도 전년 대비 늘어난 493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등 안정적인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롯데렌탈의 신용등급은 현재 우량채권에 속하는 AA-로 유지되고는 있으나 '부정적' 전망이 붙어있는 상태다. 한 단계만 내려도 'A+'등급이라 투자자들이 회사채 청약을 꺼릴 가능성도 있고, 무엇보다 이 같은 사실이 널리 알려지는 데 부담을 느꼈을 것이란 지적이다. 1분기 말 기준 롯데렌탈의 부채비율도 621%로, SK렌터카 등 경쟁업체에 비해 높은 편이다.
롯데렌탈은 옛 KT금호렌터카를 모태로 한 기업이며 차량 등록대수 기준 시장점유율 1위 렌터카 기업이다. 2015년 롯데그룹에 편입(호텔롯데 등 롯데그룹 지분율 70.47%)되면서 현재의 사명으로 변경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지난해 매출 2조2770억원, 영업이익 1643억원을 기록했다. 자회사로 차량공유업체 그린카를 운영중이다. 그린카는 최근 기업가치가 급상승하고 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이 기사는 06월18일(14:44)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