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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커스] 성장이 더 정의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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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과 분배는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는 중요한 가치다. 성장과 분배의 우선순위를 이념 기반으로 따지는 논쟁은 결코 끝나지 않을 것이다. 성장과 분배는 조화가 필요하고, 시대 상황에 따라 비중을 달리하는 가치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밖에 없다. 이 문제에서 국민 공감대를 얻으려면 무엇보다 먼저 현 상태에 대한 객관적인 진단이 필수적이다.

소득분배의 현황 파악은 늘 쉽지 않다. 전문가들도 의견이 나뉘는 주제다. 현 정부가 표본 개편 또는 이해되지 않는 이유로 소득분배 통계의 연속성을 약화시키면서 일관성 있는 장기 시계열 분석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졌다. 모든 추정을 제외하고 통계청의 공식 소득분배 통계를 이용해 소득분배 현황을 살펴보자.

소득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0과 1 사이 값을 나타내며 1에 가까워질수록 소득 불평등이 높아짐)는 시장소득 기준으로 2011년 0.418에서 2019년 0.404로 3.3% 하락해 불평등도가 소폭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시장소득에서 세금과 이전소득을 감안한 가처분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2011년 0.388에서 2019년 0.339로 12.6%나 하락했다. 시장소득과 가처분소득 간 지니계수 차이는 정부 소득분배 정책의 불평등도 개선 효과를 나타낸다. 이 개선 효과는 2011년 7.7%에서 2019년 19.2%로 대폭 늘어났다. 같은 기간 정부의 소득분배 개선 대책이 크게 확대됐음을 알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와 비교하면 우리의 분배 문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 OECD 국가의 지니계수 평균은 2011년 0.316에서 2019년 0.321로, 한국과 달리 같은 기간 분배 상태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OECD 평균 대비 우리나라의 지니계수는 2011년 1.23배에서 2019년 1.06배 수준으로 격차가 대폭 축소됐다. 우리 사회는 OECD 평균 수준의 소득 평등도를 지향한다고 볼 때, 소득분배 측면에서는 조금만 더 노력하면 목표를 거의 달성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2019년 한국의 근로 연령층(18~65세) 지니계수는 0.317로 OECD 평균보다 낮고, 은퇴 연령층(66세 이상) 지니계수는 0.389로 OECD 평균보다 높다. 따라서 향후 세계적으로 빈곤율이 매우 높은 은퇴 연령층의 소득 불평등을 개선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우리나라 분배 정책이 돼야 함을 보여준다.

현황 파악부터 논쟁이 있는 분배와 달리 성장 문제는 아주 쉽고 명료하다. 대부분 연구기관이 한국 경제가 2020년대 연 2%대 성장을 하고, 2030년대부터는 1%대 성장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OECD는 장기적으로 한국이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률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복잡한 이론을 동원하지 않더라도 인구가 감소하면서 동시에 고령화되고, 공공의 적처럼 돼버린 기업가들이 위험한 투자를 하지 않으려 하고, 혁신과 창의가 따돌림당하고 외톨이가 되는 나라에서 성장을 기대하는 일은 어렵다. 모든 행정부가 정치의 하녀가 되고, 정책의 일관성과 효과성, 논리성은 포퓰리즘의 광풍 속에 실종된 나라에서 성장을 기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우리 상황은, 분배는 OECD 평균 수준에 근접하고 있지만 성장률은 OECD 국가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요약할 수 있다. 이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거의 모든 대선 주자는 더 많은 재원으로 더 많은 복지를 제공하겠다고 공약한다. 그러나 우리가 당면한 냉혹한 현실은, 지금은 분배보다 성장이 더 시급한 상황임을 말하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본소득, 안심소득, 공정소득, 음의소득 등 별의별 이름의 복지소득이 아니라 자신의 삶에 의미를 더하고 존재감을 확인받을 수 있는 근로소득이다. 성장이 회복돼 국민이 일자리를 통해 얻는 소득이 근로소득이고, 성장이 회복되지 않고 늘어난다는 소득은 결국 복지라는 이름의 부채소득이다.

성장률이 회복돼야 근로소득이 증가하고, 근로소득의 증가가 가치있는 성장이다. 분배가 정의로운 것이 아니라 다시 성장이 더 정의로운 시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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