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과 성장은 이 시대 모든 국가의 가장 현실적 고민이다. 성장기반이 마련돼 선진국 대열에 접근하면서부터는 ‘고용 없는 성장’을 극복하기 위해 많은 나라가 안간힘을 다한다. 어제 한국은행이 내놓은 ‘2019 산업연관표’는 장기 저성장 국면에서 고용창출 여력이 갈수록 더 떨어지고 있는 우리 경제의 구조적 취약점을 다시 일깨워준다.
한은에 따르면 취업유발계수가 2016년 11.2에서 2018년 10.1로 떨어진 뒤 회복을 못 한 채 2019년에도 10.1에 머무르고 있다. 10억원의 재화를 생산할 때 직·간접으로 늘어나는 고용자 수가 3년 새 1.1명 줄었다는 의미다. 2013년 13.1명에 달했던 사실을 돌아보면 지난 몇 년 새 더 악화된 현실이 잘 보인다.
‘고용 없는 성장’은 자동화, IT·AI 등에 따른 산업구조 고도화와 노동집약형 기업의 해외 이전 등에 기인한다. 반도체 스마트폰 같은 기술·자본집약형 산업은 수출이 늘어도 인력 수요가 그만큼 생기지 않는다. 여러 변수가 늘어나면서 성장과 일자리의 관계를 규명한 ‘오쿤의 법칙’ 같은 전통 경제이론이 잘 들어맞지 않는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많은 나라가 끊임없이 기술혁신과 경제·산업 구조개혁을 꾀하면서도 생산적 일자리 나누기 같은 보완책으로 고용의 유지·창출에 고심하는 것도 그래서다.
한국의 ‘고용 없는 성장’이 어제오늘 과제는 아니다. 하지만 악화일로라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로 봐야 한다. 이를 부채질하고 가중시키는 ‘한국적 요인’에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먹이사슬 최상부를 장악한 퇴행의 정치와 고용시장에서 기득권의 아성을 쌓아올린 양대 노총 중심의 노동 제도가 그것이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각급 국가기관의 정책·자문위원회에 포진해 노조 의지를 적극 반영하고 있다. 국회 진출도 압도적이다. 2600만 명 임금 근로자 가운데 불과 12.5%가 가입한 양대 노총이 고용시장은 물론 경제·산업·기업 정책에 미치는 영향력은 일일이 거론하기도 힘들 정도로 다양하고 복합적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노정(勞政)연대’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과잉 대표권’을 행사한다. 청년백수 문제와 ‘일자리 불임 경제’로의 전락도 국가 정책까지 좌지우지하는 노조에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산업계 현안인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에서도 노조가 최대 변수다. 양대 노총은 고용이 없는 경제현실에 대해 책임 있는 입장을 내놔야 한다. 공고해진 기득권과 과도한 사회적 대표권만큼 책임도 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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