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도 안 되는 기간에 수많은 범행을 저지른 혐의로 기소된 10대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2019년 12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특수강도, 특수절도, 건조물침입, 자동차불법사용, 무면허운전, 사기, 공갈미수 등 7개 혐의가 적용됐다. 택시 강도, 가게 절도, 인터넷 사기 등 범죄 형태도 다양하다.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1부(이문세 부장판사)는 특수강도 등 7개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A(18)군에게 징역 2년 6월을 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일부 범행에 가담한 공범인 피고인 B(18)·C(18)군에게는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B군은 보호관찰 명령도 받았다.
법원에 따르면 A군은 지난해 3월28일 친구인 B·C군과 택시강도를 계획했다. B군과 C군이 택시 기사의 목을 조르는 사이 A군이 둔기로 때려 기절시킨 뒤 돈과 택시를 뺏기로 했다. 실제 이들은 새벽 시간대 경기 의정부에서 택시에 탄 뒤 양주로 가던 중 범행을 시도했다. 그러나 택시 기사가 팔꿈치로 C군의 배를 가격하는 등 거세게 저항하자 끝까지 실행하지 못하고 달아났다. A군과 B군은 3월 29~30일 택시에 탄 뒤 요금 2만4000원과 2만8000원을 내지 않고 그냥 내리기도 했다.
A군과 B군의 범행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두 달 뒤 다른 친구 2명과 함께 새벽 시간대 포천시 내 한 가게에 몰래 들어가 음식과 담배 등을 훔쳤다. 아르바이트했던 가게여서 주인이 평소 문을 잠그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 가게에서 두 차례 차 키를 갖고 나와 주차장에서 있던 배달용 승용차를 타고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제자리에 놓은 적도 있다. 이들은 운전면허가 없다. 인근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70만원 상당의 오토바이를 훔친 뒤 동두천과 강원 철원까지 타고 다니기도 했다.
수사 과정에서 A군의 범행이 추가적으로 드러났다. A군은 2019년 12월 지인에게 180만원을 빌린 뒤 갚지 않았다. 2020년 3월에는 또 다른 지인의 이름으로 자동차를 렌트한 뒤 무면허를 들먹이면서 “장기를 팔아서라도 1000만원을 마련해 오라”고 협박했다가 미수에 그쳤다.
강원 속초와 경기 화성, 충남 천안에서는 문이 잠기지 않은 승용차에서 명품 지갑, 테블릿 PC, 현금 등을 훔쳤다. 같은 해 2~9월에는 인터넷에 스마트폰과 무선 이어폰 등을 판다는 글을 올린 뒤 먼저 송금하면 물건을 보내겠다고 속여 35차례에 걸쳐 총 760만원을 가로채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이른바 ‘이체 아르바이트’를 모집해 사기 범행에 이용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 A군은 범행 경위나 내용, 수법에 비춰 죄질이 매우 나쁘고 비난 가능성도 높다”며 “사기·특수절도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구하거나 피해를 복구하고자 진지하게 노력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특수강도 피해자와 합의하고 사기 피해금을 다소나마 지급한 점, 일부 피해자들은 처벌을 원하지 않은 점, 피고인이 여러 차례 소년보호처분 외에 형사처벌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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