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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 안났는데 바꿀 필요없다"…충성고객 때문에 '애타는' 회사 [박신영의 일렉트로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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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스검침원들이 소비자 집을 방문했을 때 꼭 확인해야할 것이 있다. 바로 구형 딤채 김치냉장고가 있는 지 여부다.

현재 산업부 국가기술표준원 주관 도시가스협의체, 정수기협의체, 가전협의체, 전기안전공사를 통해 구형 딤채 김치냉장고 발굴 및 리콜 서비스 접수 진행하고 있다. 검침원(코디)이 고객 집을 방문하면 본래 해야 할 점검업무를 한 다음 딤채 김치냉장고가 있는 지 살펴봐야 한다.

검침원들이 이같은 업무를 하는 것은 최근 딤채 김치냉장고 화재사고가 잇따라 일어나서다. 최근 5년간 소비자원에 접수된 김치냉장고 화재 사례는 296건으로 이 중 81%(239건)가 위니아딤채 사례였다. 화재 사고가 나고 있는 김치냉장고는 2005년 9월 이전에 생산된 모델이다. 냉장고 문이 위로 열리는 뚜껑형 제품이다. 이때문에 한국소비자원과 국가기술표준원이 지난 5월 소비자 안전주의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위니아딤채 측은 지난해 12월부터 리콜을 진행 중이지만 구형 모델이다 보니 판매 이력을 파악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 현재 리콜 대상 278만대 중 126만대(45%)에 대해서만 리콜이 완료된 상황이다.
숨은 충성고객 찾아야 리콜 가능

위니아딤채가 이처럼 구형 모델 리콜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충성고객'들 때문이다. 딤채는 1995년 출시된 이후 26년 째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2005년 이전에 딤채를 구입한 고객들은 당시 40~50대 주부들이었는데 현재 대부분 60대 이상이라는게 위니아딤채 측 분석이다. 위니아딤채 관계자는 "충성고객들 대부분 MZ세대의 어머니들로 물건은 무조건 오래쓰고 봐야한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딤채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보니 '고장 나지도 않았는데 굳이 바꿀 필요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고 말했다.
등산로에서 리콜 안내장 나눠주기도
그러다보니 위니아딤채 측도 애가 탄다. 딤채로 인한 화재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브랜드신뢰도가 떨어질 뿐 아니라 민사상 책임을 져야한다는 요구가 이어질 수도 있어서다. 리콜대상인 구형 딤채를 쓰는 연령층이 인터넷과 스마트폰 사용에 취약하다는 점을 감안해 한 때 청계산, 도봉산, 북한산, 관악산, 수락산 등 등산로 입구에서 리콜안내장을 나눠주기도 했다. 전국에 입주 10년 이상 된 1000세대 이상의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관리사무소에 무상점검 홍보물을 발송 및 게시를 요청하기도 했다.

위니아딤채 측은 충성고객들 덕에 신규 소비자 층이 넓어지고 있다는 점에서라도 더욱 기존 고객의 화재사고 예방에 신경쓰고 있다. 소비자들이 구매 현장에서 김치냉장고를 선택할 땐 주로 어머니의 조언을 듣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60대 이상 고객들은 여전히 '김치냉장고=딤채'라는 인식이 강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펜트업(보복)소비로 가전제품 수요가 늘면서 김치냉장고 매출도 덩달아 늘어났다. 위니아딤채는 지난해 연결기준 누적 매출액 8756억원은 영업이익 497억원으로 각각 전년비 17%, 141% 증가했다.

위니아딤채는 당분간 계속해서 리콜 홍보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리콜 홍보와 함께 김치냉장고 보관에 대한 당부사항도 전파하고 있다. 위니아딤채 관계자는 "김치냉장고의 경우 일반 냉장고와 달리 베란다 등 열악한 환경에 설치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김치냉장고를 벽면에서 10㎝ 이상 떨어뜨려 기계실에서 발생되는 열이 외부로 빠져 나가도록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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