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 ‘소유의 종말’이란 쓰나미가 일상을 덮쳤다. 사람들은 더는 필요한 물건을 ‘사지 않고’ 살아간다. 소유에 집착하지 않는 MZ세대의 부상, 시간과 장소의 구애를 받지 않고 개인의 기호에 맞춘 제품을 파악해 전달해주는 4차 산업혁명 기술 덕에 ‘소유권의 포기’라는 소비 패턴의 큰 변화가 닥친 것이다.
《사지 않고 삽니다》는 한국과 일본, 미국의 다양한 ‘구독 경제(subscription economy)’사례를 조망하며 새로운 소비 트렌드의 특징을 짚고 향후 발전상을 예상해본 책이다. 최근 10년 새 주요국에선 다양한 분야에서 일정액을 내면 사용자가 원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공급자로부터 주기적으로 제공받는 구독서비스가 도입돼 활성화됐다. 전 세계 구독경제 시장 규모는 2020년 현재 5300억달러(약 600조원·크레디트스위스 추산)에 이른다.
구독경제가 확고하게 뿌리 내린 분야는 기성세대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다. 스타일리스트가 골라준 옷과 가방, 안경, 시계부터 커피, 과자, 와인, 술, 미술 작품, 꽃, 세탁물, 자동차까지 광범위하다.
특히 사물을 세분화해 파악하고 이용하는 문화가 발달한 일본은 구독경제의 다양성 측면에서 최선봉에 서 있다. 자신의 피부 특성에 맞춘 화장품과 샴푸부터 건강식품, 염색약, 스무디, 수프까지 맞춤 제품 천국이다. 직접 발효시키는 간장, 반려동물용 사료에 재택근무 확산에 따른 주거공간, 호텔까지 구독 형식으로 이용하고 있다.
사람들이 물건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표출하는 경향이 늘어난 것이 구독경제의 확산에 힘을 보탰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화와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면서 구독 비즈니스의 성장은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기업들도 이 같은 변화를 반기는 모습이다. 고객과 장기적이고 깊은 관계를 맺으면서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도 한정된 자원으로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경험하며 최대의 효용을 거둘 수 있다. 저자가 향후 구독경제의 성장 여지가 무궁무진하다고 진단하는 것이 무리라고 여겨지지 않는 이유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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