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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름돋는다"…미래 예측한 30년 전 SF소설 '화제' [김동욱의 하이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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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는 '스트리트'에 다가서고 있다. 스트리트는 메타버스의 브로드웨이이자 샹젤리제다. 그곳은 컴퓨터가 조그맣게 만든 화면을 고글 렌즈에 쏘아 만든 모습으로, 불이 환하게 밝혀진 큰 길이다. 실제로 존재하는 곳은 아니다. 하지만 바로 지금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그 거리를 이리저리 오가는 중이다.…"

-닐 스티븐슨, '스노크래시' 중

인류가 상상으로만 그리던 많은 것들이 현실이 됐습니다. 공상과학(SF) 소설은 인류의 꿈을 구체적으로 미리 그려낸 무대로 일찍부터 주목받아왔습니다. 잠수함과 우주선의 등장을 예견했던 19세기 프랑스 작가 쥘 베른의 소설이 대표적입니다. 화석 속 공룡 DNA를 복원하는 내용을 그린 마이클 크라이튼의 '쥐라기 공원'도 허튼 공상으로만 치부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때마침 인터넷이 막 등장했던 시기에 현실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와 가상을 의미하는 ‘메타’의 합성어 ‘메타버스’의 등장을 예견했던 SF소설이 재출간돼 주목받고 있습니다.

메타버스가 지금이야 많은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개념이고, 현실과 가상세계의 융합이 수많은 관련 산업을 파생시키고 있지만 이미 30여 년 전에 상세하게 메타버스 모습을 그려낸 소설은 오늘날 다시 봐도 소름이 돋습니다.


문학세계사는 번역가 남명성 씨 번역으로 2008년 출간됐다가 절판됐던 SF소설 '스노 크래시'를 재출간했습니다. 이 책의 원저는 미국의 베스트셀러 SF 작가 닐 스티븐슨이 1992년에 펴낸 장편소설 'Snow Crash'입니다. 국내외에서 '메타버스'와 '아바타'를 서사 전개를 위한 핵심 개념으로 등장시켰던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 소설은 미국인 흑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히로 프로타고니스트를 주인공으로 삼고 있습니다. 현실에선 마피아에게 빚진 돈을 갚고자 피자를 배달하는 보잘것없는 인물입니다. 제 시간 안에 배달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전전긍긍하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그는 메타버스에서는 뛰어난 검객이자 해커입니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아바타'라는 가상의 신체를 빌려야만 가상 세계인 '메타버스'로 들어갈 수 있는데요. 주인공 히로가 메타버스 안에서 확산하는 신종 마약 '스노 크래시'가 아바타의 현실 세계 주인인 사용자의 뇌를 망가뜨린다는 사실을 알고 배후의 실체를 찾아 나서는 내용을 그렸습니다.

'스노 크래시'는 발표된 이후 많은 정보기술(IT) 업체 개발자들과 경영인들에게 많은 영향을 줬다고 합니다. 2003년 온라인 가상현실 플랫폼 '세컨드 라이프'을 출시한 린든랩 창업자 필립 로즈데일이 이 소설을 읽고 영감을 얻어 서비스 개발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창업자는 이 책을 통해 '구글 어스'의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레리 페이지 구글 공동창업자 등도 영감을 준 책으로 이 소설을 꼽았습니다.


개인적으론 전체 스토리와 관계없이, 소설 속 주인공이 메타버스 초창기부터 한자리를 차지한 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소설은 메타버스 등장 초기부터 가상 세계에 진출한 주인공 히로를 다음과 같이 묘사합니다.

"'현실 세계'와 마찬가지로 스트리트도 계속 개발되는 중이다.…(중략)…스트리트에 보이는 모든 것 중 물리적인 실체를 가진 것은 전혀 없다. 모든 것은 전 세계에서 광섬유 네트워크를 통해 접속한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라고 할 수 있다.…(중략)…히로는 스트리트의 가장 번화한 곳에서 멀지 않은 지역에 집을 한 채 가지고 있다. 약 10년 전 스트리트를 위한 규약이 막 처음 생겼을 때, 히로와 친구 몇 명이 돈을 모아 거의 최초로 지역 개발권을 사서 해커들이 모여 사는 동네로 만들었다."

제가 이 부분을 주목한 것은 세상을 바꾸는 신기술의 중요성을 미리 간파하고, 이를 놓치지 않는 게 성공의 요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지요.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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