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건물 해체(철거)공사감리자의 상시 감리를 의무화하고, 위반 시 강력 처벌하는 조항을 담은 법 개정을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불법하도급 단속을 강화하고, 모든 공사 현장을 CC(폐쇄회로)TV로 확인하는 시스템도 구축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4일 서울시청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건설공사장에서 소중한 목숨을 잃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서울시가 강력한 의지와 대책을 밝히겠다”며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오 시장은 “광주 해체공사장 사고를 통해 불법으로 안전이란 가치가 훼손된 건설공사장의 참혹한 현실을 봤다”며 “해체공사감리자가 상시 해체공사감리를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강력히 처벌하는 조항을 담은 법 개정에 나서겠다”고 했다. 그는 “서울시는 2017년부터 자체 방침으로 해체허가대상 건축물에 상주감리 체계를 도입했으나 법적 근거가 미비해 현장관리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법 개정에 앞서 상주감리 현장에 대해선 해체공사 중 3회 이상 직접 불시점검에 나설 방침이다. 또 국토교통부와 협의해 감리자 책임을 강화하도록 할 계획이다. 오 시장은 “현재는 사고가 나 공중의 위험이 발생했을 경우에만 감리자 처벌이 가능하다”며 “앞으로 해체계획서 내용과 달리 철거하거나, 교통안전 및 안전통로 확보와 같은 안전관리대책을 소홀할 경우 직접 처벌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특히 서울시는 해체허가 시 철거심의를 통해 철거현장의 위험구간과 위험요소를 지정·관리하도록 하고 위험구간은 안전펜스 설치하도록 의무화할 계획이다. 버스정류장, 대로변, 어린이 통학로, 학교 등 불특정 다수가 지나가고 이용하는 곳이 대표적이다.
또 다단계 불법하도급과 페이퍼컴퍼니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면서, 적발된 업체에 대해서는 형사고발 조치하는 방침을 마련했다. 불법 하도급 문제는 이번 광주 참사 원인으로도 꼽힌다. 오 시장은 “건설공사장의 불법 하도급은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한 요소”라며 “하도급 직불제의 100% 전면 시행으로 공정하도급 질서를 확립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공사장정보화시스템을 구축해 민간공사장에 대한 공공감시도 강화한다. CCTV와 연계해 민간공사장의 모든 현장상황을 한눈에 스마트폰으로도 확인할 수 있는 공사장정보화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오 시장은 “스마트폰으로 근로자의 작업 보호구 착용 여부, 안전수칙 준수 등 공사장 현황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할 것”이라며 “하반기 시범사업을 거쳐 내년 3월 정식 공개하겠다”고 했다. 이 밖에 일요일 공사 시 감리 상주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현재 서울 시내 해체 공사장은 총 626곳이다. 이 중 재개발·재개축 정비사업이 약 20곳, 일반 건물 해체가 606곳이다. 2019년 7월엔 서울 잠원동에서 지하 1층·지상 5층짜리 건물이 철거 도중 붕괴해 인접 도로에서 신호 대기 중이던 차량을 덮치는 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다. 당시 차에 타고 있던 20대 예비신부가 숨졌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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