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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車보험' 인기…데이터 쥔 자동차회사들, 보험업 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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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제조사들이 보험업에 손을 뻗고 있다. 갈수록 자율주행 데이터 확보에 이점을 지닌 자동차 제조사들이 기존 보험사들 경쟁력을 뛰어넘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이번에도 선도 기업은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다. 테슬라는 이미 미국에서 자사 자동차 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중국, 유럽 등 지역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여기에 자동차 제조사 다임러까지 자동차보험 종합 플랫폼 기업을 운영할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자동차업계에 대한 금융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테슬라판 자동차보험은 국내에도 들어올 수 있을까. 제도상으론 문제 될 게 없다. 현행 보험업법상 자동차 제조사의 보험업 영위를 규제하는 내용은 없다.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의 보험업 진출이 가시화되면서 보험업 시장을 자동차 제조사가 잠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자율주행 시대' 준비하는 테슬라…보험업 진입 '속도'
15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2019년 9월부터 자사 전기차를 대상으로 '테슬라 전용 보험'을 제공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사고에 따른 인명피해와 재산손실을 보장한다. 추가 비용을 지불하면 차량 도난, 차량 파손(교통사고 제외) 문제도 해결이 가능하다.

테슬라가 보험업에 진입한 데는 '방대한 데이터'라는 우위 요소가 자율주행 시대 이후 경쟁력이 될 것이라 판단한 영향이 크다. 자동차 제조사의 경우 전기차 내 탑재 센서, 카메라 등 자율주행 시스템을 기반으로 데이터를 축적한다. 이를 활용하면 운전자 사고율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일반 자동차 보험회사로서는 접근하기 어려운 정보 영역인 셈. 테슬라가 합리적 가격의 보험 상품을 출시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자동차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고 그에 따라 고객의 위험 수준을 파악할 수 있어 합리적인 보험료 측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테슬라가 미국에서 내놓은 자체 보험은 현지의 기존 보험 대비 20~30% 낮은 요금 덕에 가입자 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 테슬라가 정확히 내용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업계에선 신차 구매 고객의 절반 이상이 보험도 함께 가입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테슬라는 보험업 진출 영역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중국에 자본금 5000만위안(약85억원)을 들여 '테슬라 보험 중개사'를 세웠다. 올해 2월에는 이스라엘, 텍사스주의 보험사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보험 상품 출시 채비에 나섰고 4월에는 독일 베를린 인근 그륀하이데 지역에 테슬라 보험회사 지점 등록을 마쳤다.

올해는 미국 내에서의 영향력도 키운다. 캘리포니아주, 텍사스주 외 미국 내 다른 주로도 보험업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한국판 '테슬라 보험' 도입 가능…업계 잠식 우려도
국내에도 이러한 보험 도입이 불가능한 건 아니다. 현행 보험업법상 자동차 제조사의 보험업 영위를 규제하는 사안이 없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물론이고 현대차도 대주주 적격성 심사만 통과한다면 보험사의 대주주가 될 수 있단 얘기다. 다만 국내는 해외에 비해 보험 비용이 저렴한 편이라 테슬라의 자동차보험이 가격경쟁력을 가질지는 따져봐야 한다.


다른 금융사와 달리 보험업이 '금산분리 원칙' 예외 적용을 받는 점도 자동차 제조사의 진입이 용이한 이유 중 하나다. 각 금융업법에선 업권별로 계열사의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할 수 있는 한도를 엄격히 규제하고 있으나, 유일하게 보험업은 금산분리 원칙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보유주식의 평가 기준을 시장가가 아닌 취득원가에 두면서다. 때문에 보험업의 경우 주식·채권 실제 보유지분이 타 금융사보다 훨씬 많아도 금산분리 원칙을 적용받지 않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보험업 허가 요건에 자동차 제조사에 대한 규율 대상이 없으므로 테슬라의 자동차보험이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것을 제도상으로 거부할 방법은 없다"며 "보험업은 금산분리 원칙도 적용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단 보험대리점(GA)을 등록할 수 없는 한계점은 존재한다. 현 법률상 GA로 등록할 수 있는 기관은 은행을 포함해 투자중개업자, 상호저축은행 등 금융기관으로 제한돼 있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가 보험시장에 과도한 경쟁제한성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논란을 빚을 여지도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장애물마저 조만간 사라질 것이란 업계 중론이다. 최근 금융권 전반에는 영역 간 경계가 없어지는 '빅블러(Big Blur) 현상'으로 진입 제도 완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금융당국이 소액 단기 보험 제도 완화를 한 거처럼 일부 보험에 대한 자본금 요건과 인프라 플랫폼 보조 영역, GA 등록 제한 요건 등을 풀어줄 수 있다고 본다"며 "사실 지금도 카카오페이가 손해보험사 예비허가를 받지 않았나. 그렇듯 자동차 제조사가 디지털보험 형식으로 보험업에 진출할 수 있는 여지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자동차 제조업체가 보험사를 운영하겠다고 마음만 먹는다면 가능한 구조란 것. 보험업 진출에 관심을 갖는 자동차 제조사는 테슬라만이 아니다. 다임러도 합작법인을 설립해 자동차보험 종합 플랫폼 기업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최근 발표했다.

현대차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현대차는 이미 한화손보, SK텔레콤과 손잡고 디지털 손보사 캐롯손해보험을 설립한 상태다. 특히 현대차는 캐롯손보의 '퍼마일 특별약관'에 활용된 '주행거리 측정 센서'에 기술력을 결합시키면서 인슈어테크를 실현하기도 했다.

자율주행 시대가 되면 자동차 제조사들이 보험업을 잠식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완전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될 경우 자동차의 인지 장치를 통해 집적된 데이터를 활용해 사고 위험 분석 및 사고 보상이 가능해지는데, 데이터 확보에 우위를 가진 곳이 자동차 제조사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자동차보험 자체가 사라지고 자동차 제조사가 가입하는 제조물책임보험만 남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개인이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고 자동차 제작사가 자동차를 소유하며 개인은 이를 이용만 하는 형태로 운영체계가 변화할 것이란 주장이다.

황현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자율주행차 단계가 높아질수록 자동차 제작사가 직접 자동차보험을 제공하거나 자동차 제작사와 보험회사가 합작법인을 설립해 자동차보험상품을 개발하는 경향이 더 강해질 것"이라며 "자율주행차 시대에는 자동차업체와 자동차 보험사가 협업하거나 그 역할이 융합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김수현/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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