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초청받아 참석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중국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폐막 성명이 발표됐다.
G7 정상들은 13일(현지시간) 영국 콘월에서 막을 내린 정상회의 공동성명(코뮈니케)에서 중국에 신장 자치구 주민의 인권 존중과 홍콩에 대한 고도의 자치 허용 등을 촉구했다.
G7 정상회의가 폐막 성명을 통해 중국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초청국인 한국은 공동성명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러시아와 중국에 대응해 주요국간 공동 전선을 구축하자는 취지로 이번 회담에 초청된 만큼 '양자택일' 압박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G7 정상들은 성명을 통해 "중국에 신장의 인권과 기본적인 자유를 존중할 것과 홍콩반환협정과 홍콩 기본법이 보장하는 홍콩의 권리와 자유, 고도의 자치를 지키라고 촉구함으로써 우리의 가치를 증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G7 정상은 이어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도 언급했다. 남중국해에서의 갈등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G7 정상은 "우리는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의 상황에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며 "남중국해의 지위를 바꿔 긴장을 고조시키는 일방적인 행위를 강력하게 반대한다"고 했다.
또 G7 정상들은 글로벌 경제의 공정하고 투명한 운영을 저해하는 중국의 비시장(Non-Market) 정책과 관행에 대응하기 위한 집단적 접근 문제를 지속해서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들은 중국의 거대 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에 대응해 새로운 글로벌 인프라 파트너십을 구축하기로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G7의 글로벌 인프라 펀드인 '더 나은 세계재건'(Build Back Better World·B3W)' 프로젝트가 '일대일로'보다 공정할 것이라고 했다.
G7 성명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원 재조사를 촉구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G7 정상들은 코로나19의 중국 우한 실험실 유출설을 포함한 다양한 가설을 논의했다.
G7 정상회담의 결과물에 북한이나 러시아가 아닌 중국이 집중적으로 거론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G7 정상회의 폐막 성명이 사실상 '반중 동맹' 선언으로 평가되는 이유다.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는 로이터 통신에 중국과 관련해 달라진 분위기를 강조하면서 "2018년도 G7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는 북한과 러시아에는 한 문단이 통으로 할당됐지만, 중국은 명시적으로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면서 "당시엔 중국과 관련해서는 어떤 것에서도 합의에 이를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장관도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이 제기한 도전에 맞서 G7 회원국을 통합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는 모든 분야에서 중국을 힘의 우위에서 다룰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중국은 자국을 겨냥한 G7의 움직임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영국주재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작은 그룹의 국가들이 글로벌 결정을 지시하는 시기는 오래전에 지났다"라며 "작은 집단이나 정치 블록의 이익을 위한 것은 사이비 다자주의"라고 비판했다.
중국은 이 같은 G7 움직임에 한국이 참여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중국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9일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미국이 제안한 인도·태평양 전략은 냉전사고로 집단 대결을 야기해 지역 평화 안정과 발전에 이롭지 않다"며 "중국은 단호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G7 정상회담에 앞서 우리나라에 사전 경고를 보낸 격이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