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광역시 학동4구역 철거 건물 붕괴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이 불법 재하도급에 이어 과거 ‘철거왕’으로 불린 업자와 관련된 업체가 개입한 정황을 포착했다.
13일 광주경찰청 재개발 매몰사고 수사본부에 따르면 철거 공사는 건축물과 지장물, 석면 등 3건으로 나눠 진행됐다. 학동4구역 재개발 조합은 다원이앤씨에 석면과 지장물 해체를,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은 한솔기업에 일반건축물 해체를 각각 맡겼다. 계약과 달리 현장에선 다원이앤씨와 한솔기업으로부터 재하도급을 받은 광주 지역 업체 백솔이 석면과 일반건축물 철거 작업을 하고 있었다.
석면과 지장물 해체 하도급을 받은 다원이앤씨는 과거 철거왕으로 불린 이모씨(51)가 설립한 다원그룹 계열사 중 한 곳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1990년대 후반 폭력 등 불법행위를 동원해 철거현장을 장악한 용역업체 적준 출신이다. 1997년 다원을 세워 독립한 뒤 ‘철거업계의 대부’로 성장했다. 이후 2006년 11월부터 2013년 4월까지 허위 세금계산서 발행, 회계장부 조작 등으로 회삿돈 1000억여원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징역 5년을 확정받고 복역했다.
경찰은 지장물 철거 공사 역시 다원이앤씨가 다른 업체에 불법 재하도급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재하도급 과정에서 공사비는 크게 쪼그라든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불법 다단계 하도급은 철거 작업이 동구청에 제출한 해체계획서와 다른 방식으로 무리하게 이뤄진 배경으로 꼽힌다.
경찰은 지금까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현대산업개발 현장 관계자 3명과 철거업체 관계자 3명, 감리업체 대표 1명 등 모두 7명을 입건했다. 시공사, 철거업체 등으로부터 증거물을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추가 조사를 마치는 대로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부검 결과 희생자 9명의 사인은 다발성 손상으로 확인됐다. 지난 12일부터 조선대병원 장례식장 등에서 희생자의 발인식이 이어졌다. 동구청 주차장에 마련된 희생자 합동분향소에는 13일 오전까지 4000명 이상의 조문객이 찾아왔다.
광주광역시는 14일부터 27일까지 2주간을 ‘안전점검 특별주간’으로 선포하고 건축물 및 구조물 해체공사 현장, 건설공사 현장, 장마철 토사 유출 붕괴 우려 지역 등에 대한 대대적인 현장점검을 하기로 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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