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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관성 깨고 세상 바꾸자"…'586 낡은 정치'와 결별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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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 결과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민심 저변에 광범위하게 흐르고 있는 세대교체와 정치개혁에 대한 열망을 고스란히 보여줬다는 평가다. 서열과 경륜을 중시하는 보수당 대표로 원내 경험이 전무한 30대 중반의 비주류 정치인이 뽑힌 것은 대한민국 정치사를 통틀어 유례없는 일이다. 두 달 전 치러진 재·보궐 선거에서 소위 ‘이남자(20대 남성)’들이 보수당에 표를 몰아준 흐름과도 궤를 같이한다는 분석이다. 산업화와 민주화의 공을 세우고 정치권 주류로 올라선 ‘586 정치인’들에게 보내는 민심의 경고장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준석 대표는 누구?
이 신임 대표는 20대 중반인 2011년 당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발탁돼 정치권에 입문했다. 서울과학고와 미국 하버드대를 졸업한 뒤 국내로 돌아와 저소득층 학생을 위한 과외활동을 하다가 박 전 대통령의 눈에 띄게 됐다. 이 대표는 이후 10년간 새누리당, 바른정당, 바른미래당, 미래통합당 등을 거치며 국회의원 선거에 세 차례 출마했지만 모두 낙선했다. 비례대표직 제의도 있었지만, 지역구 출마(서울 노원구)를 고집했다고 한다. 낙선한 이후엔 TV토론회, 시사프로그램 등에서 정치 평론가로 활동하며 대중의 인지도를 높였다.

이 대표가 본격적으로 주목받게 된 것은 그가 ‘공정 경쟁’과 ‘실력주의’를 내걸고 남녀 ‘젠더 갈등’이 이슈로 부각되기 시작하면서다. 성별이나 지역 등 할당제의 불공정 문제를 제기하면서 2030세대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정치적 소신도 뚜렷하다. 비례대표 대신 야당에선 쉽지 않은 지역구 의원에 연거푸 도전했다. 그는 종종 부산에서 여러 차례 국회의원에 도전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치켜세우며 “가치를 위해 싸우는 게 정치”라고 말하곤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결국 정권교체를 위해 ‘대안 정치인’을 바라는 반문(반문재인) 민심이 이준석에게 투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양한 개성 중시하는 ‘비빔밥론’
이 대표는 이날 당대표 수락연설에서도 기성 정치인들과 차별화된 메시지를 내놨다. 그는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공존”이라며 “누군가에게 청년다움, 중진다움, 당대표다움을 강요하면서 우리 사회의 달걀과 시금치, 고사리와 같은 소중한 개성들을 갈아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정치인들이 선거가 끝난 뒤 통합을 위해 의례적으로 내놓는 ‘용광로 이론’에서 한 단계 발전된 개념을 선보였다. 다양한 개인의 개성을 뜨거운 온도로 균질하게 만드는 용광로보다 비빔밥처럼 각각의 개성을 인정하는 다원화된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미다. 대구·경북(TK) 합동연설회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당원과 반대한 당원을 다 함께 끌어안아야 한다”고 호소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정치 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도 드러냈다. 정치인의 기본 자질과 능력을 시험을 통해 검증하는 공직후보자 자격시험을 도입하겠다고 재차 약속했다. 그는 “장년층 당원이 국민에게 봉사하기 위해 따로 시간을 내 (컴퓨터, SNS 등을) 공부한다면 선거 명함의 그 어떤 이력과 경험보다 유권자의 마음에 잔잔한 감동을 불러올 것”이라고 했다.
최대 과제는 대선 승리
당대표는 지명직 최고위원과 당 정책위원회 의장, 대변인 등 당 지도부를 구성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 임기는 2년으로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총괄하는 역할도 맡게 된다. 이 대표가 이런 권한을 적절하게 활용해 성과를 낼지에 대해선 당 안팎의 의견이 분분하다.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조직 경험이 전무한 상황에서 당의 개혁과 조직 안정이라는 상충된 가치를 함께 달성하는 건 쉽지 않은 과제”라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과제는 대선 승리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범야권 대선주자를 국민의힘 내부로 영입해 경선을 흥행시켜야 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내년 대선 승리 여부가 ‘정치인 이준석’의 정치생명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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