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표계의 모나리자'로 알려진 영국령 기아나의 '1센트 마젠타'(One-Cent Magenta)가 830만 달러(한화 약 93억원)에 낙찰됐다.
9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미국 NPR 등 외신에 따르면 이 우표는 명품 구두 디자이너 스튜어트 와이츠먼에 의해 뉴욕 소더비 경매에 출품돼 영국 런던 소재 스탠리 기븐스사에 낙찰됐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기아나에서 1856년 발행된 이 1센트짜리 마젠타는 전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다. 당시 우편 배달부가 폭풍으로 지연된 영국 선적을 기다리는 동안 임시로 발행한 우표다. 공교롭게도 이 우표를 사들인 스탠리 기븐스도 같은해 설립돼 나이가 '165년'으로 같다.
이 우표는 2014년 950만 달러(한화 약 106억원)에 팔리며 우표 역사의 신기록을 썼다. 과거 듀폰(DuPont) 화학의 상속자인 존 듀폰이 소유하기도 했다. NPR은 "우표 한 장 가격의 신기록을 쓸 것으로 예상됐다"면서 "하지만 예상치였던 1000만~1500만 달러에는 한참 못 미쳤고, 지난번 낙찰가인 950만 달러에도 꽤 못 미치는 830만 달러에 팔렸다"고 전했다.
스탠리 기븐스는 한국 코스닥에 해당하는 영국 런던의 대체투자시장(AIM)에 상장된 우표 전문 회사다. 스탠리 기븐스가 이번 경매에 사용한 돈은 회사 시가총액 3분의 1에 달한다고 FT는 설명했다.
피닉스 자산관리가 구제금융에 들어간 이후 최근 3년간 변동이 거의 없던 스탠리 기븐스의 주가는 거래가 이뤄진 이날 10% 올랐다. 피닉스 자산 관리는 2018년 스탠리 기븐스의 지분 58%를 사들이고 경영권에 개입, 부채와 비용을 줄이고 수익성을 개선하는 등 회사를 재정비했다.
피닉스 자산관리는 스탠리 기븐스가 1센트 마젠타를 구입할 수 있도록 5년 무이자 대출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우표는 런던 스트랜드에 위치한 스탠리 기븐스 플래그십 스토어에 전시될 예정이다.
그라함 쉬르코어 스탠리 기븐스 최고경영자(CEO)는 디지털 콜렉션과 지분 소유권 설정 등을 통해 누구나 이 우표의 지분을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스탠리 기븐스는 피닉스 자산관리가 경영하고 있는 또 다른 회사인 카스텔나우 그룹과 디지털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해리 윌슨 스탠리 기븐스 회장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우표 판매상의 재건에 있어 매우 중요한 걸음"이라고 의미 부여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