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으로 가장해 다수의 남성들을 대상으로 나체 영상을 제작·유포한 혐의로 구속된 피의자 김영준(29·사진)의 신상이 공개됐다.
9일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약 1300여 명의 남성들과 영상통화를 하며 피해자들의 음란 행위 등을 녹화한 후, 이를 유포한 피의자 김씨를 지난 3일 구속검거했다고 밝혔다.
여성 BJ 가장해 남성들에 접근 '음란행위 해봐'
경찰은 김씨로부터 몸캠 영상 총 2만7000천여개와 저장매체 원본 3개를 압수했다. 영상은 5. 55테라바이트(TB)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자 중 아동청소년은 39명으로 조사됐다.김씨는 2013년 11월부터 2021년 6월 경까지 채팅 앱 등에 여성 사진을 올려 다수의 남성들에게 접근했다. 이후 연락이 온 남성들과 영상 통화를 하며 녹화한 몸캠 영상을 텔레그램 등으로 유포 및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의 사진을 올린 뒤 메신저 대화를 통해 남성들에게 접근한 뒤 '얼굴과 몸이 보고싶다'며 영상통화를 권유하는 수법이었다.
영상 통화에서는 미리 확보해 둔 여자 BJ 등 여성들의 음란 영상을 이용했다. 여성들의 영상을 송출해 피해 남성들이 보는 화면에서는 피의자가 아닌 여성의 동영상이 보여지도록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자신이 직접 여성들의 입모양과 유사한 대화를 하며 음성변조 프로그램을 이용해 남성들이 자신을 여자로 착각하도록 연출했다.
이후 김씨는 녹화된 음란 영상물을 텔레그램 등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교환하거나 판매했다. 뿐만 아니라 김씨는 자신이 가장한 여성을 만나게 해준다는 조건으로 아동청소년 7명을 자신의 주거지?모텔 등으로 유인해 유사 성행위를 하게 하고 이를 촬영한 혐의도 받는다.
여성 불법 촬영물도 발견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남성들을 유인하기 위한 여성들의 음란 영상도 다량 보유하고 있었다. 여성 음란 영상은 4만5000여개, 120기가바이트(GB) 분량을 소지하고 있었다. 불법촬영물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이날 서울경찰청은 오후 3시께부터 신상공개위원회를 열고 피의자의 성명?나이?얼굴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피의자가 남성 아동·청소년 39여명의 성착취물을 제작 및 유포했고 재범 위험성도 높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제2의 N번방 사건인 불법촬영 나체 영상 유포 사건 관련자의 철저한 수사와 처벌, 신상공개를 요구합니다'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약 22만명의 동의를 받는 등 여론의 관심을 받았다.
경찰은 김씨로부터 압수한 영상물을 통해 그의 여죄와 범죄 수익 규모 등을 특정할 예정이다. 영상을 재유포한 피의자들과 구매자들에 대해서도 추가 수사를 이어간다.
경찰 관계자는 "디지털 성범죄가 남성 대상으로도 광범위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사건"이라며 "채팅 앱 등 이성 만남을 미끼로 한 접근을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씨는 오는 11일 검찰에 송치될 예정이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