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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칼럼] 민사고 폐교와 한전공대 신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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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사관고와 상산고가 폐교된다고 한다. 한쪽에선 갑자기 공기업인 한국전력의 돈으로 공대를 신설한다고도 한다. 민사고와 상산고는 보기 드문 혁신가와 교육가의 헌신과 희생으로 수립된 사립 명문이다. 우리 사회는 언제부터인지 독립운동과 계몽운동에 맞닿아 있는 사립교육을 매도하고 모욕하고 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도 마녀사냥 했다. 민사고와 상산고가 학생들의 입시 부담을 심화시켰다고들 한다. 엉터리 인과관계 주장이다. 그렇다면 서울대부터 없애야 하지 않나? 전신이 일제 때의 경성제국대학 아닌가. 필자가 보기에 명문 사립학교의 문을 닫게 하는 것과 얼렁뚱땅 철학과 방향 없이 또 다른 공공대학을 신설하는 것은 같은 이유로 매우 부적절하다. 정부의 두 가지 그릇된 경향이 결합해 나라를 어둠과 빈곤으로 끌고 가는 현상의 일단이라고 판단한다.

첫째는 공공부문의 비대화다. 한국 관료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장 강력하다. 권한, 예산, 조직, 팽창 속도 측면에서 그렇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지출, GDP 대비 복지지출, 조세 규모, 인구 대비 공무원 규모 등 현대 정부의 상대적 규모를 따지는 지표에는 전혀 잡히지 않는 부분이 많다. 하지만 그냥 보기에도 행정부, 국회, 검찰, 법원이 국민의 생활과 살림에 주는 영향이 막강하다. 게다가 LH(한국토지주택공사), 농협 같은 공기업과 건강보험공단 등의 공공기관, 준공공기관이 있다. 더불어 은행, 막대한 정부의 지원·보조를 받는 방송사와 신문사 등 언론사, 교육기관 역시 모두 정부의 직접적 영향력 아래 있다.

산업체들의 모임인 각종 협회 등도 마찬가지다. 나라 대부분이 관료제에 장악돼 있으니 결과적으로 관료화돼 있다. 비효율, 책임 회피 등의 관료적 병리현상, 형식주의, 경직성, 집단적 온정주의 등 관료화의 병폐는 우리 사회 모든 곳에 스며들어 온 나라를 괴롭히고 있다. 세월호에서부터 서울지하철 2호선 스크린도어로 이어지는 대부분의 슬픈 사건·사고도 관료화의 부작용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이렇게 스멀스멀 관료화되는 집단과 기관들이 무능해서가 결코 아니다. 정부에 발목 잡혀 있기 때문이다. 가격을 통제하고 혁신적인 운영을 금지하고, 카르텔을 사실상 정부 주도로 형성해 담합을 유도하면서 그들을 불구로 만들었다. 그러고는 찔끔찔끔 생색내면서 통제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교육의 무사안일과 집단이기주의 문제도 심각하다. 누구나 안다. 지금 우리의 교육이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초등학교 때부터 논리와 과학기술을 친숙하게 느껴야 하고, 인간성과 인과에 대한 이해를 깊이 해야 하며 첨단 인공지능(AI)·정보기술(IT) 실습을 통해 상상력과 창의력을 자극해야 한다. 이 당위성이 교육현장에서는 전혀 구현되지 않는다.

모든 학교, 모든 학년의 교과과정을 정부 부처가 통제하고 감시하니 현장의 유연성과 자율성은 기대하기 어렵다. 쓸모없는 암기 위주의 대학입시도 뿌리부터 바꿔야 한다. 객관식과 단답형으로 전국적인 보편 일반시험만을 강요하는 나라가 선진국 중에 어디 있는가? 보여주기식 공정성일 뿐이다. 교과목과 관련된 뿌리 깊은 집단이기주의, 무기력한 공교육 시스템, 무사안일의 교육정책을 눈가림하고 있을 뿐이다.

고등교육 역시 마찬가지다. 교수·기관에 대한 낡은 각종 자격 규제, 운영과 연구에 대한 끝없는 규제와 감사 등이 교육과 연구개발의 혁신과 수월성을 옥죈다. AI 교육만 해도 그렇다. 세계 최고의 학자와 전문가들로 다양한 교육 및 훈련과정을 설계해 온라인으로 수업하면 된다. 각 학교의 개별 교과목이 될 수도 있고, 학위과정이나 평생교육, 직업교육훈련도 가능할 것이다.

이것이 어째서 불가능한가? 이것을 불가능하게 하는 교육제도, 교육과정, 규제가 우리나라의 약점이다. 이 약점들의 근거가 되는 낡은 믿음과 폐쇄적인 집단의식, 그리고 막연한 불안감에서 비롯된 도전의식 결여가 한국 교육의 근본적인 문제점들이다. 나라의 미래가 공공부문의 팽창과 교육의 낡음에 붙들려 어둡고 비참한 길로 끌려가고 있다. 시민들의 인식과 문제의식이 이에 주목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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