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김명민이 매 순간을 명장면으로 만드는 ‘연기 본좌’의 저력을 과시하며, 명품 연기의 정의를 새로 썼다.
JTBC 수목드라마 ‘로스쿨’의 양종훈(김명민)은 예습을 하지 않고는 절대 수업에 참여할 수 없는 문답법으로 학생들을 혹독하게 몰아붙여 ‘공포의 양크라테스’란 악명을 가진 형법 교수로 강렬하게 등장했다. 이후 전대미문의 캠퍼스 살인사건부터 제자들이 얽힌 사건까지 법적으로 해결하는 과정에서, 법과 정의, 그 원칙에 대한 메시지를 깊이 있게 설파했다. 엘리트 수석 검사 출신다운 치밀하고 날카로운 법적 논리로 ‘법꾸라지’들을 강력하게 몰아붙인 법정 공방, 늘 한 수 위를 앞서가는 기행은 극적 텐션을 일으킨 주요 장치였고, 시청자들에겐 차별화된 사이다 감성을 선사했다.
‘연기 본좌’라 불리는 김명민의 캐스팅에 당연히 기대치는 높았다. 하지만 ‘역시나’를 뛰어넘는 명품 연기는 꺼지지 않는 열정과 진심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예를 들어, 10분가량의 독백 장면을 ‘원테이크’로 소화한 것이 알려져 화제를 모았던 최후 변론 장면에선, 한 치의 오차 없는 딕션으로 수많은 전문 법률 용어들이 나왔고, 그 안에서도 좌중을 압도한 감동 역시 놓치지 않았다. 엄청난 연습량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혼신의 연기였다.
김명민만이 그 맛을 살릴 수 있는 “이 사건의 쟁점은?”이란 양종훈의 시그니처 대사는 신드롬을 불러일으켰고,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개소리에 그만 사레가 걸려서”라며 마시던 물을 뿜어내는 등의 ‘양종훈식’ 사이다 유머는 시청자들을 속 시원하게 웃게 했으며, 제자들과는 밥도 같이 안 먹는다던 그가 짜장면을 권했을 땐 강인한 포커페이스에 감춰진 따뜻한 속내도 고스란히 전달됐다. “김명민이 아닌 배우는 상상도 할 수 없다”라는 시청자들의 호평이 방송 내내 끊이지 않았던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렇듯 법정물이라는 진입장벽을 뚫고, 중반부를 넘어갈수록 두터운 팬층을 형성하며 상승세를 탄 ‘로스쿨’의 인기 속엔 교수로서, 검사로서, 그리고 괴짜로서의 모든 면면을 빈틈없이 소화한 김명민이라는 배우가 중심을 단단히 잡고 있었다. 가히 ‘연기 본좌’의 진가와 저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던 지난 8주였다. 또 한 번 길이 남을 인생 캐릭터를 남긴 김명민의 마지막 활약이 집약된 ‘로스쿨’ 최종회는 오는 9일 수요일 오후 9시 JTBC에서 방송된다.
신지원 한경닷컴 연예·이슈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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