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발 연예인 폭로가 이어지고 있어 세간의 이목이 쏠렸다. 일부 유튜버들의 주장 중 사실로 드러난 부분도 있지만, 대다수 루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설문조사에서 '허위 정보가 가장 많이 유통되는 경로'로 유튜브가 22%를 차지하며 1위로 꼽혔다.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대한 책임은 비례해야 한다. 이처럼 '아니면 말고' 식의 무차별 폭로전은 대중에 피로감만 초래할 뿐이다.
◆ 한예슬 남친 화류계 종사자 폭로…극구 부인하다 인정
한예슬은 지난달 남자친구와의 '럽스타그램'을 게재하며 열애 사실을 직접 알렸다. 남자친구 류모씨는 10살 연하로 연극배우 출신임을 밝히며 "제가 잘 키워보겠다"고 말했다. 이후 '가로세로연구소'(이하 가세연) 멤버인 김용호 전 기자는 한예슬의 남자친구가 화류계 출신이며 두 사람이 유흥업소에서 만났다고 주장했다. 또 5억 원을 호가하는 람보르기니 우라칸을 선물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예슬은 이 같은 폭로에 '소설'이라고 치부하며 김용호 전 기자에게 "술 한잔 거하게 해야겠다"는 말을 남겼다. 마약, 성매매 등 범죄의 온상으로 지목된 '버닝썬'에 한예슬이 관련 됐다는 주장에 대해 "하나의 진실로 다른 것을 엮어 거짓말 하면 안 된다"며 "내가 연예계를 은퇴했으면 좋겠느냐"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가세연은 '대치동 아주머니'라는 인물로부터 한예슬 남자친구 류 씨에게 '공사'를 당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했다. 여기서 공사란 화류계 종사자들이 손님을 낚아 금전적인 물품 등을 받아내는 것을 뜻한다.
강용석은 한예슬 남자친구에게 피해를 입은 대치동 아주머니가 이를 갈고 있다. 공사를 살벌하게 쳤더라. 현금으로 30억 이상 뜯긴 것 같다"고 했다. 이들은 "대치동 아주머니 외 피해자가 2명 더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며 "그들은 일하는 수명이 짧으니 5~6개월 공을 들여 10~20억 단위로 뜯어낸다"고 말했다.
한예슬은 남자친구 류 씨 관련 루머에 대해 극구 부인하다 결국 가라오케 만남을 인정해 가세연 주장에 힘을 실었다. 지인과 찾은 가라오케에서 일하던 류 씨를 처음 만났으며 지난해 9월부터 사랑을 키웠다고 고백했다. 그는 "직업에 귀천은 없다"며 "남자친구의 배경보다 감정이 느끼는 대로 지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남자친구에게 람보르기니를 선물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그는 "그 이야기를 듣고 새 차를 남자친구에게 줘야 하나 고민했다"며 "그 차는 제가 저에게 선물한 차"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차가 없는 류 씨를 위해 경제적 능력이 있는 한예슬이 세컨드 카를 공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버닝썬' 여배우로 거론된 것에 대해 "경찰, 검찰에서 밝혀주길 제가 더 원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또 류 씨 피해자 '대치동 아주머니' 등에 대해 "남자친구와의 긴 대화로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듣게 됐다"며 "직접 보지 못한 소문보다 어려운 이야기를 진솔하게 해주는 친구 말을 믿고 싶다"며 굳건한 애정을 드러냈다.
한예슬의 솔직한 고백에 그의 팬들은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불법 유흥업소에서 류 씨를 만난 사실을 당당히 말한 점, '직업에 귀천이 없다'며 '찐 사랑'으로 둔갑시킨 점 등 때문이다.
류 씨가 근무한 가라오케는 1종 유흥시설로 허가받은 곳이 아니며 종업원이 상주할 수 없는 곳이다. 국민신문고에는 '남성 접객원의 불법 유무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해달라'는 민원이 게재되기도 했다. 현행법상 '유흥종사자'는 손님과 함께 술을 마시고 노래 또는 춤으로 유흥을 돋우는 '부녀자'를 말한다고 명시돼 있다.
민원인은 "한예슬이 남자친구 논란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가라오케 출신'이라 언급했는데 남성 접객원의 불법 여부에 관한 명확한 기준이 제시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예슬의 고백에도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자 소속사 측은 법적 대응 카드를 들고 나왔다. 지난 4일 "관련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솔직히 입장 표명을 하고 있지만 더 왜곡하고 조롱하는 상황을 묵과할 수 없다"고 입장을 냈다.
또 한예슬의 남자친구 류 씨에 대해 "개인 인권을 보호받을 권리가 있는 일반인 임을 인지해 주길 바란다"며 "직업에 따라 감수해야 할 부분들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활동해온 한예슬을 응원하는 마음과 건전한 인터넷 문화 확립을 위해 많은 관심과 협조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 전지현 이혼설 즉시 진화…시어머니·남편 반응
톱배우 전지현은 뜬금없는 이혼설의 주인공이 됐다. '가세연'은 전지현 남편이 "전지현 남편 하기 싫다"며 집을 나갔다고 폭로했다. 또 지난해 12월부터 부부관계가 틀어졌으나 전지현은 이혼을 원치 않는다고 확신에 찬 어조로 주장했다.
전지현이 이혼을 기피하는 이유에 대해 가세연은 광고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故 최진실을 언급하며 "지금 전지현도 광고 계약은 수십 곳이라 위약금이 어마어마할 것"이라며 "10억 원대 광고비를 받는다 해도 위약금 30억씩 물어내려면 건물 두세 개 날라간다"고 추정했다.
그러면서 "남편의 바람으로 이혼한다는 지라시까지 도는 거면 (부부관계가) 6개월간 봉합이 못 된거다. 이민을 고려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어떻게든 무마하고 싶은 거다. 전지현이라는 자존심에 금이 가는 것"이라고 했다.
전지현 소속사 문화창고 측은 이들의 주장은 모두 사실무근이라며 공식 입장을 냈다. 또 무분별하게 확산되고 있는 악성 루머에 대해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전지현 시어머니인 이정우 디자이너도 아들 최준혁 알파자산운용 대표의 이혼, 별거설에 대해 "오늘은 너무 화나는 날"이라며 간접적으로 심경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전지현 남편 최준혁 대표는 모바일 메신저 프로필 사진을 통해 재치 있게 이혼 루머를 부인했다. 만화 '슬램덩크'의 한 장면을 캡처해 "젼젼(전지현) 남편 하고 싶어요"라는 대사를 게재한 것이다.
루머를 제기한 가세연은 전지현 측의 반박에도 "잘 살고 있답니다"라는 말만 남겼다. 사과는 없었다.
김 전 기자는 최 대표의 '슬램덩크' 장면에 대해 "정대만은 농구하기 싫다고 나갔다 다시 돌아온 캐릭터"라고 설명하며 "전지현 남편을 하다가 어떤 일을 겪고 다시 전지현 남편이 하고 싶다는 이야기"라고 해석했다.
뿐만 아니라 가세연은 추가 폭로도 예고했다. 그룹 뮤 출신 사업가 김준희의 속사정도 알고 있다며 남편 관련 폭로를 하겠다고 밝혔다. 김 전 기자는 "김준희 남편의 10년간의 삶을 알았다"며 피해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준희의 남편 또한 유흥업소에 종사했다는 말로 해석이 가능하다. 강용석은 "저런 남자가 초이스(손님의 선택) 걸리면 가슴이 두근두근할 것"이라며 "딱 봐도 10살은 어려보인다"고 말했다.
유튜브 등을 통해 누구나 자신의 주장을 콘텐츠로 만들어 공개하는 세상이 왔다. 전문가들은 유튜브를 통한 경제적 이익 확보와 영향력 확대가 가능해진 만큼 과거 개인 SNS 등에서 이어지던 행태들이 유튜브로 이동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증거는 없고 수많은 루머만을 양산하며 조회수, 후원금에 혈안이 된 유튜버들이 스스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유튜브는 과도한 노출 및 성적 콘텐츠, 유해하거나 위험한 콘텐츠 등 제재에 나섰지만 실효성은 회의적인 상황이다. 한 관계자는 "크리에이터와 함께 이윤을 나눠가지는 플랫폼 측이 처벌의 대상자가 된다면 자율심의 규제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