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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받아 명품 사나"…굳이 '여성전용 상품' 있는 이유 [차은지의 금융실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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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가다 보면 '여성 전용'이라고 써 붙인 곳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여성 전용 헬스장, 여성 전용 주차장에 심지어 여성전용 대출 상품도 있다. 최근 '젠더(gender·성) 갈등'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굳이 대출상품까지 여성을 따로 구분할 필요가 있냐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여성 전용 대출 상품이 출시된 배경은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적 능력이 확실하지 못한 여성들을 배려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여성들에게는 일반적인 기준으로는 대출이 잘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여성 고객은 남성에 비해 연체율이 상대적으로 낮아 금융사 입장에서는 유리한 측면이 있다. 여성 전용 대출 상품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자.
저축은행서 주부·여성 직장인 대상 전용 대출 선봬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BI·OK·웰컴저축은행에서 여성 전용 대출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과거에는 대부업체들에서 여성대출시장을 독식했다. 이제는 저축은행들도 여성특화 대출상품을 출시하며 여심잡기에 나선 것이다.

SBI저축은행의 여성 직장인 전용 대출인 'SBI중금리(W)'는 최대 대출한도가 1억5000만원으로 일반 직장인 대출보다 넉넉하고 금리는 최저 연 5.0%로 SBI저축은행이 운영하는 다른 대출 상품보다 낮은 수준이다. 여성 직원이 대출 상담을 진행한다는 점도 차별화다.

OK저축은행의 '주부OK론'은 만 30세 이상의 기혼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여성전용 신용대출 상품으로 대출한도는 최대 500만원, 대출기간은 최장 60개월, 금리는 최저 연 17.7%로 구성돼 있다.

주부OK론의 특징은 대출 한도가 최저 10만원부터 가능하다는 것이다. 소액이 필요한 고객들이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최저 대출한도 금액을 낮췄다.

웰컴저축은행의 여성전용대출은 직장인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여성 신용대출'과 주부를 위한 '주부신용대출'로 나뉜다. 여성 신용대출은 최대 1억원까지, 주부신용대출은 최대 5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대출 기간은 여성 신용대출이 최대 7년이며 주부신용대출은 최대 5년까지로 약간 짧다. 대출금리는 두 상품 모두 최저 연 5.9%다.
급전 필요한 여성 고객 타깃…연체율 낮고 대출금 상환도 잘 돼
이처럼 저축은행들이 여성에 특화한 대출 상품을 선보이는 것은 경기 불황으로 인해 급전이 필요한 여성들이 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생활비나 단기간의 융통을 위해 대출이 필요한 경우가 늘었다는 얘기다. 저축은행들은 여성고객 맞춤형 대출상품에 여성 상담원, 여성 채권추심원까지 동원하면서 여성고객을 응대하고 있다.

금융업계에서는 여성이 남성 대비 대출 연체율이 낮고 대출금 상환이 잘 이뤄진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금융권에서 우수고객으로 통한다. 실제로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일자리행정통계 개인사업자(기업) 부채'에 따르면 남자의 평균대출이 1억8364만원으로 여자(1억3630만원)보다 많았다. 연체율은 여자가 0.25%로 남자(0.36%)보다 낮았다. 대출금액이 상대적으로 적고 연체율이 낮다보니 금융사들 입장에서는 선호하는 고객층이다.

그렇다면 시중은행에서는 왜 여성전용 대출을 선보이지 않는걸까? 가장 큰 이유는 여성 전용 대출이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어서다. 시중은행의 대출 심사는 차주의 소득과 재산상황, 과거의 신용데이터와 직장정보 등을 감안해 산정된다. 대출심사 시스템에 성별은 크게 중요한 요소가 아닌 셈이다.

결과적으로 제 2금융권에서만 여성전용 상품이 있다는 것이다. 여성 대출이 여성들의 낭비벽을 겨냥해 나온 상품이라는 설도 있다.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여성을 대상으로 명품 쇼핑이나 자기 과시에 이용할 수 있도록 대출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여성우대', '쉽고 빠른 대출' 등의 광고를 앞세운 여성 전용 대출이 은행 문턱을 넘기 힘든 주부 등 여성들의 '고금리 빚' 증가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고금리 대출 비중이 높아 빚이 또 다른 빚을 불러오는 악순환의 늪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상환 능력이 된다면 대출을 받아도 문제될 것이 없지만 일반 소비를 위해 무분별하게 대출을 받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대출에는 책임이 꼭 따른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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