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수 검찰총장의 취임 일성은 문재인 정부가 강조하는 이른바 ‘검찰개혁’ 완성에 대한 당부였다. 김 신임 총장은 “검찰에 남아 있는 6대 중요 범죄 등에 대한 직접수사는 최대한 절제하겠다”며 검경수사권 조정 안착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검찰총장인 김 총장은 ‘친정부 인사’로 꼽힌다. 야권에선 ‘정권 방탄총장’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정권 관련 수사 처리 방향에 따라 김 총장에 대한 평가가 엇갈릴 전망이다.
“경찰에 대한 사법통제 강화해야”
김 총장은 1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취임식을 열고 제44대 검찰총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취임사를 통해 “검경수사권 조정을 하루빨리 안착시키고 검찰의 수사 관행과 조직문화도 국민을 위해 과감하게 혁신해야 한다”며 “경찰이 수사에 있어 더 큰 권한과 자율성을 부여받은 지금 경찰 수사에 대한 사법통제를 강화하도록 노력하자”고 강조했다.문재인 대통령은 임명장 수여 후 환담에서 김 총장에게 “검찰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공정한 검찰로 거듭나는 데 큰 역할을 해줄 것이라 믿는다”며 “검사들이 스스로 개혁의 주체라는 자긍심을 갖도록 후배들을 잘 이끌어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김 총장은 “‘국민 중심의 검찰’로 탈바꿈하는 계기를 만들겠다”고 답했다.
김 총장에게 놓인 과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청와대를 겨냥한 검찰 수사를 매듭짓는 게 1순위로 꼽힌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에 가담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에 대한 기소 여부 결정이 그에게 달려 있다. 이 사건은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이정섭)가 수사 중이다. 대전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상현)가 들여다보고 있는 ‘월성 원자력발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사건도 있다. 이 사건에 연루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기소 여부 역시 김 총장의 결재만 남겨두고 있다. 김 총장은 수사 공정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 김학의 전 차관 사건 및 이전에 몸담았던 법무법인이 선임한 사건에 대해서는 보고를 받거나 지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 총장은 김 전 차관 사건으로 수원지검으로부터 서면조사를 받은 상태다.
검찰 인사 문제도 도마에 올라와 있다. 검찰 안팎에선 이달 단행될 대규모 검찰 인사와 관련해 김 총장의 인사 원칙에 관심을 모으는 모습이다. 부장검사 등을 대상으로 하는 중간 간부급 인사 전에 정권 관련 수사 기소 여부를 결정짓지 않는다면 이 사건 수사팀은 대규모 교체를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김 총장은 취임사에서 “공정한 평가를 기초로 적재적소 인사를 시행함으로써 소모적인 오해나 불신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며 “법무부와 적극 소통해 평가제도 개선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6대 범죄 직접수사 어려워질까
법무부가 추진 중인 검찰 직제개편안은 김 총장의 정치적 중립성을 가늠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법무부가 제시한 직제개편안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의 반부패수사부 등 전담 부서만 ‘6대 범죄’(부패·공직자·경제·선거·대형참사·방위사업) 직접수사가 가능하고, 형사부는 이 수사를 하지 못하게 된다.수사를 하기 위해선 총장 승인이 필요하다. ‘월성 원전’과 같은 사건을 일선청 형사부가 더 이상 맡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 두고 검찰 내부 반발이 잇따르자 김 총장은 지난달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개편안에 법률 위반 소지가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총장은 취임사에서 “과도한 수사에 따른 폐해는 경계해야 한다”고 언급하며 “6대 범죄에 대한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최소한으로 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이에 따라 법조계에서는 “사실상 법무부의 직제개편안을 따르겠다는 의미가 아니냐”며 “현 정권의 기조를 충실히 따르기만 한다면 검찰 내부의 신망을 잃게 될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친정권 성향 검찰 간부들의 거취 문제도 김 총장이 풀어야 할 과제다. 검찰 내 대표적인 친정권 성향으로 분류되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최근 김학의 사건과 관련해 수사 외압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친정권 성향으로 꼽히는 심재철 서울남부지검장과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 김관정 서울동부지검장이 차기 서울중앙지검장 후보로 거론되는 상황에서 김 총장이 얼마나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안효주/강영연/남정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