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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다시 '부자·기관들의 전유물' 되나 [김대훈의 뱅크앤뱅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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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연기금이 정기적으로 투자하는 시리즈 해외 펀드에 대해서도 수탁을 받지 않겠다는 얘긴데, 다른 사모펀드는 오죽할까요?"

은행들이 해외 재간접 펀드에 투자하겠다는 연기금의 사모펀드에도 최대 7배의 수탁 수수료를 받겠다는 한경 보도(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21053185771) 이후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이같은 말을 전해왔다. 수탁사의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진 뒤 사모펀드 시장이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다. 돈을 관리, 보관 하는 수탁이 힘들어지면 사모펀드는 설정 차제가 어렵다.
◆사모펀드의 속성은?
사모펀드는 공모펀드의 반댓말이다. 누구든 살 수 있고, 되팔기 쉬운 공모펀드 대신 폐쇄형으로 운용되고, 돈이 있는 대형 기관투자가가 주로 투자하는 펀드를 말한다. 시장은 지극히 비대칭적이다. 돈이 많을 수록 대접받는다. 특히 국내에 저금리, 저성장 시대가 도래한 뒤 수익률이 높은 해외 사모펀드는 초대형 기관투자가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국내에서 가장 큰 사모펀드 투자자는 국민연금이다. 대형 공제회, 농협상호금융과 보험사 등도 '바잉파워'를 갖춘 사모펀드 투자자다.

기자는 2016년 부터 약 3년여간 대형기관들의 사모펀드 투자 동향을 취재했다. 언급한 대형 기관들은 사모펀드 투자의 위험성을 잘 아는 만큼 까다로운 잣대를 갖고 있다. 운용사의 역량을 점검해본 뒤 투자를 결정한다는 원칙도 마련하고 있다. 대형 기관투자가는 사모펀드 투자 시 현지 실사를 반드시 보내고, 유명 평가사에 의뢰해 현지 자산운용사의 실적을 점검한다.

처음투자를 하는 분야라면 이마저도 조심스럽다. 특정 분야의 트랙 레코드를 갖춘 해외 사모펀드들을 운용자산이나, 수익률에 따라 줄세운 뒤 '3위안의 운용사에만 투자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는 곳도 많다.

그런데 국내 운용사나 증권사의 해외 사모펀드 투자가 무르익은 2018년 이후부턴 대형 기관들의 우려가 더욱 심해졌다. 질 나쁜 사모펀드를 국내 증권사가 떠온 뒤(총액인수) 판매하고 있고, 판매가 잘 안돼 떠온 물량을 그대로 안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가 돌기 시작했다. 해외 사모펀드를 소개하거나 떠온 뒤 대형 기관투자가에게 되파는 IB영업을 하는 국내 증권사 중에선 이를 '반 공모화' 해 시장에 떠넘기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대형 기관 한 두곳에 파는 게 수익률과 관리 측면에서 낫지만, 잘 팔리지 않자 은행이나 증권사 창구를 통해 수익증권을 더욱 잘개 쪼개고 개인 자산가나 소규모 법인에 파는 행태가 나타난 것이다. "기관이 투자를 거절한 사모펀드가 개인에게 팔리고 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 것도 이때 즈음이다.
◆어떤 투자건이 국내에 팔리나
기관들은 사모펀드에 투자할 때 의심의 눈초리를 먼저 보낸다. 오죽하면 한국에서까지 투자자를 찾겠냐는 것.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개인들은 이런 시각을 갖지 못하고, 투자 설명서에 적힌 눈앞의 수익률에 현혹될 때가 많다.

라임, 옵티머스, 젠투, 이탈리아 헬스케어 등의 해외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나타난 건 이 이후다. 기자는 환매가 중단된 사모펀드 취재 과정에서 본사의 사적 화해 결정 전날 까지 PB들이 고객들을 "괜찮다"며 안심시키는 행태가 많다는 점을 확인했다. 'PB 본인조차 모르는 상품을 팔고 있다'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형 사모펀드 징계 국면을 거치면서 은행이 '본인도 잘 모르는' 사모펀드를 팔고 있다는 점은 의심이 아니라 확신으로 바뀌었다.

정기예금 두 배의 수익률을 돌려주겠다는 해외 대출형 사모펀드가 있었다고 가정해보자. 은행 예금이 연 2~3%의 이자 수익을 줄 때이니 해당 펀드의 수익률은 약 6%라고 가정해보자. 이땐 현지에서 실제 집행되는 대출 금리가 최소 10%가 넘는다는 게 중론이다. 이를 브로커나 국내 플레이스먼트 에이전시(PA) 영업을 하는 증권사가 떼오면 수수료가 1~2%포인트에 달한다. 여기에 은행 창구에서의 소비자 판매 수수료 2% 포인트를 떼가고 나면 연 개인 투자자에게 돌아가는 최종 약 6%의 수익률(이자율)이 나오는 셈이다. 애초부터 중위험 중수익이 아닌 고위험 고수익의 상품이 유통과정을 거쳐 예적금 이자의 수익을 돌려주는 상품으로 둔갑하는 셈이다.

문제는 사기성 짙은 상품도 종종 팔렸다는 점이다. 운용사의 도덕적 헤이가 확인된 옵티머스, 라임 뿐 아니라 다른 펀드들 다수에서도 현지 운용사들은 애초에 약속한 상품이 아닌 다른 상품을 편입한 사례가 여럿 확인됐다. 그리고 국내 판매사의 상품 부서와 PB들은 이를 확인할 역량이 없었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국민의 돈을 굴리는 국내 공적 연기금 등 대형 기관투자가들이 사모펀드에 대한 '검증 역량'을 일반에 공개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런 조치는 폐쇄성 짙은 사모펀드 성격엔 맞지 않는다. 사모펀드를 잘 고르는 노하우는 대형 기관 투자가의 '영업 비밀'에 해당해 사실 불가능하다. 자본시장이 첨단으로 발전한 미국 시장에선 수익률이 높은 사모펀드일 수록 운용 전략과 결과를 투자자에게조차 자세히 알려주지 않는다. 투자자들이 확인할 있는 정보는 그간의 수익률과 계약서 상의 수수료 및 성과 보수 뿐일 때가 많다. 그런데 이런 사모펀드는 업력이 최소 십년, 수십년에 달한다. 단 수십명의 운용역으로 수억 달러의 성과보수를 받아가고, 벌어들인 돈으로 자기자금을 투자해 수익을 내 투자자를 끌어모으기 쉬운 곳도 많다. 그간의 업력이 '얼굴'이 되고, 투자자들에게 '갑'으로 군림하는 경우도 많다. 아직 사모 시장이 성숙하지 않은 국내에선 살펴보기 힘든 모습니다. 그마나 최근 국내 대형 운용사들도 투자자 자금과 함께 자기자금을 함께 투자해 '책임투자'를 강조하는 모습을 보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수탁책임 강조할 수록 시장이 위축될 것
최근 금융당국은 사모펀드 판매사와 수탁사 책임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문제가 없는 건 아니지만 수탁, 판매사의 책임을 강조할 수록 시장은 위축되고, 사모펀드에 투자했던 개인은 시장에서 밀려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이다.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31일 내놓은 ‘수탁 업무 처리 가이드라인’에 따라 은행 등 사모펀드 수탁 기관은 오는 6월 28일부터 직접 펀드 자산을 관리·감독하는 역할을 맡는다. 최근 수탁사의 책임이 커지는 건 옵티머스 사태가 결정적이었다. 라임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은 수탁을 맡은 하나은행의 책임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사모펀드 수탁업무는 공모펀드에 비해 매우 단순하다. 자금 운용을 맡은 회사의 지시에 따라 돈을 넣고, 빼며 보관하는 영역에 그치게 마련이다.

금융당국은 가이드라인 덕에 그동안 모호했던 수탁 회사의 의무와 책임을 명문화하고, 은행과 운용사 간 갈등 해결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수탁사는 관리와 보관 책임을 잘 지면 되고, 운용사는 운용의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면 된다. 최근 운용사들이 은행이 요구하는 '사모펀드 수탁 수수료가 지나치게 높다'는 볼멘소리를 하는 건 수탁사에 과도한 책임을 물리려 하는 데 따른 부작용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은행 고위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개인 자산가가 투자할 수 있는 사모펀드는 위축될 수 밖에 없다"며 "검증된 운용사만 수탁받게 되면 앞으로 고수익을 사모펀드에서 추구하긴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부자만의 사모펀드'라는 비난이 일자 2014년 이후 사모펀드 투자 최소 금액을 낮추고 운용사 설립 요건도 완화하는 조치를 꾸준히 펴왔다. 최근 은행이 사모펀드 판매와 수탁을 꺼리면서 다시 사모펀드 투자의 '허들'이 높아지고 있다. 사모펀드 시장에 남아있는건 건 초대형 기관과 일부 자산가들 만이 될지 모른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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