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채로운 색으로 피어난 꽃이 화폭을 가득 메우고 있다. 사이사이로 날아다니는 물총새와 나비, 무당벌레 등 화려한 이미지들이 생동감을 더한다. 왼쪽 위에는 붉은 태양이 이글거리며 타오른다. ‘설악의 화가’ 김종학 화백이 그린 가로 227㎝, 세로 162㎝의 대작 ‘파라다이스’다.
김 화백은 경기중·고, 서울대 미대를 졸업하고 일본 도쿄 미술대와 미국 뉴욕 프랫대로 유학을 다녀오는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하지만 이후 삶은 순탄치 않았다. 무명 화가이자 무능한 아버지였으며 결혼 생활에도 실패했다. 도망치듯 설악산을 찾아든 그를 살린 것은 아이들에게 ‘화가 아버지’를 기억하게 해줄 100장의 좋은 그림을 그리자는 결심이었다. 눈앞에 펼쳐진 설악산의 절경을 독창적인 화풍으로 그려내면서 그는 구상화의 대가가 됐다.
생명력이 가득한 김 화백의 작품은 난해한 현대미술 작품들이 주지 못하는 매력을 선사한다. 그는 말했다. “현대미술은 출발은 좋았지만 너무 새로운 것, 충격적인 것을 찾다가 매력을 잃어버린 경향이 있다. 그림을 그리는 건 사람이 자유롭기 위해서다.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자연을 그리는 것이야말로 화가의 숙명적 책임이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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