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재임 후 청와대에서 지난 약 4년간 쓴 업무추진비(업추비)가 총 267억원으로 집계됐다. 하루평균 1880만원을 쓴 셈이다. 이는 같은 기간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쓴 업추비보다는 40% 가량 증가한 것이지만, 특수활동비(특활비)와 특정업무경비(특경비) 등 유사 비용을 포함한 전체 업무지원 관련 집행액은 연 평균 25% 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사용처가 불투명한 특활비와 특경비 예산을 크게 줄인데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다만, 업추비 집행 내역 중 일부를 비공개로 전환해 '혈세 집행 내역'에 대한 공개를 더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靑 비서실, 지난 4년간 하루 평균 1880만원 써
1일 한경닷컴이 대통령비서실 및 국가안보실의 업추비 예산 및 집행액을 분석한 결과,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10일부터 2021년 3월 31일까지 1422일간 총 267억3024만원의 업추비를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을 비롯한 주요 행정부처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에 따라 업추비 집행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 2018년까지는 반기별로, 2019년 이후부터는 분기별로 공표하고 있다. 구체적인 사용처 및 사용처별 집행액은 공개하지 않는다.
지난 4년간 청와대는 '정책조정 및 현안 관련 간담회비 등'에 총 106억4982만원을 썼다. 이중 '관계기관(단체) 정책 협의비 등'에 71억9298만원, '기타 민심청취 경비 등' 23억1970만원, '전문가 자문·간담회비 등' 11억3714만원이 쓰였다.
이밖에 '각계각층 경조화비 및 관람객 기념품비 등'은 101억7311만원, '국내외 주요인사 초청행사비 등' 37억8330만원, '부서운영 지원 등 기타경비' 21억2400만원의 세금이 업추비로 집행됐다. '부서운영 지원 등 기타경비' 등에 대해 청와대 자료는 각종 회의준비 및 다과 구입 등 비용으로 설명해왔다.
하루 평균치로 계산해보면 '정책조정 및 현안 관련 간담회비 등'는 749만원이며 이 가운데 '관계기관(단체) 정책 협의비 등)' 506만원, '기타 민심청취 경비 등' 163만원, '전문가 자문·간담회비 등'에는 80만원이 쓰였다. 또 '각계각층 경조화비 및 관람객 기념품비 등'은 715만원, '국내외 주요인사 초청행사비 등' 266만원, '부서운영 지원 등 기타경비'는 149만원 쓰인 것으로 확인됐다.
박근혜 정부와 비교하면…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업추비 집행액은 이전 정부에 비해 얼마나 많은 것일까. 업추비만 놓고보면 박근혜 전 대통령 때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이번 분석 시기와 비슷하게 2013년 2월 25일부터 2016년 12월 31일까지 1406일 동안 박근혜 대통령 청와대가 사용한 업추비 사용액과 비교할 경우, 문재인 정부 청와대는 41% 가량(190억원→167억원)을 더 많이 썼다. 집행액이 박근혜 정부 당시 연 평균 약 47억원에서 문재인 정부 들어 약 67억원으로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업추비와 성격이 유사한 특활비와 특경비까지 함께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전체 예산 및 집행액은 전 정부 때 보다 크게 줄었다. 박근혜 대통령 재임 4년 동안 업추비·특활비·특경비를 포함한 전체 청와대 업무지원 관련 예산은 연평균 240억원 정도였고, 이중 약 230억원이 집행됐다.
이에 비해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업추비·특활비·특경비 예산은 2018년 184억원이었고, 이 중 182억원이 집행됐다. 2019년에도 184억원의 예산이 편성돼 183억원이 집행됐다. 2020년에는 이 예산이 170억원, 집행액이 166억원으로 더 줄었다. 업추비 예산을 늘리는 대신 상대적으로 불투명하게 집행되는 특활비와 특경비 예산을 줄인 결과다. 이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늘어야할 공개 정보, 오히려 줄었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다. 업추비 공개내역 중 지표 하나가 사라진 것이다. 그간 청와대의 업추비 내역은 보다 투명하게 공개될 필요성이 제기돼왔던 터다.
여전히 세부 집행 내역에 대해서는 알 수 없는 가운데, 2019년 1분기부터 집행액 유형별 집행 횟수가 사라졌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업추비 집행횟수는 재정관리시스템에 자동 등재되어 투명하게 관리하고 있어 별도로 공개하지 않는다"며 "추후 공개 필요성을 검토해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국민의 알 권리가 보다 확대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예산을 줄여 세금을 절감한 것은 잘한 일이지만, 공개 내역이 확대된 게 아니라 줄어든 것은 아쉽다"며 "보안상 모든 내역을 투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겠지만 청와대 예산 및 집행액은 더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예산 및 집행액 삭감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업추비 지표의 공개 및 비공개 필요성 적절 여부는 국민이 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