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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금융위원회를 암호화폐 시장 관리 주무부처로 지정하고 ‘가상자산 사업자’의 시세조종 행위를 금지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관리방안을 내놨다. 코인 시장에 사실상 무대응으로 일관하던 기존 입장에서 벗어났지만, 암호화폐 투자자를 보호하는데 여전히 역부족이란 반응이 적지 않다.
반면 국회는 보다 강력한 암호화폐 투자자 보호 관련 법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입법을 통해 한층 강화된 암호화폐 규제가 탄생할지 주목된다. 현재 발의돼 있는 법안들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정부의 관리방안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등을 살펴봤다.
검토한 법안은 총 6개다. ‘전자금융거래법 일부 개정안(박용진 의원 대표발의)’,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일부 개정안(이주환)’, ‘가상자산법안(이용우)’, ‘가상자산업 발전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김병욱)’, ‘가상자산거래에 관한 법률안(양경숙)’, ‘전자금융거래법 일부 개정안(강민국)’ 등이다.
○누구든지 시세조종하면 처벌
정부는 특금법 시행령을 개정해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가상자산 사업자가 자체 발행한 암호화폐에 대해 매매·교환을 중개·알선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가상자산 사업자 및 임직원이 해당 사업자를 통해 암호화폐 거래를 하는 행위를 금지하겠다는 것이다.
시세조종 등 금지행위의 대상을 가상자산 사업자(정부 안)에서 모든 거래 주체로 넓힌 것이 국회 안의 특징이다. 김병욱·이용우 의원안 등에는 불공정행위 금지의 주체로 ‘누구든지’가 명시돼 있다. 거래량을 부풀리기 위해 다른 사람과 짜고 정해진 시기에 가상자산을 매수·매도하는 행위, 특정 가상자산의 매매 등이 성황을 이루고 있는 듯이 잘못 알게 하거나 시세를 변동시키는 매매를 하는 행위 등이 금지된다.
국회는 주식 시장에서의 불공정행위를 규율하는 자본시장법과 유사한 수준의 규제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는 수사기관이 암호화폐 시장에서의 시세조종 행위 등에 대해 형법상 사기나 사전자기록위작 등 혐의를 적용해 처벌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기망(허위사실 등으로 상대방을 착오에 빠지게 하는 행위)’ 요건 등을 입증하기 쉽지 않아, 사기죄 적용으로 해당 행위자를 처벌하는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게 법조계의 평가다.
○‘코인 난립’ 방지 위한 법안도
이용우·이주환·김병욱·양경숙 의원안 등에는 해킹 사고 등이 일어났을 때 사업자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는 조항이 담겨 있다. 현재는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해킹이나 서버 지연 등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거래소의 고의 또는 과실이 없었다면 책임을 묻기 힘들다. 해킹 등으로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이 거래소를 상대로 법적 절차를 밟으려 해도 문제가 따른다. 손해를 배상받기 위해선 거래소의 고의 또는 과실이 있었다는 점을 투자자가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안사고 발생시 거래소 등의 손해배상 책임을 명문화할 경우 투자자 보호 장치가 더욱 두터워질 전망이다. 시중은행의 보안사고와 관련해선 이미 은행의 손해배상 책임을 명시한 법 조항이 있다. 전자금융거래법에선 △접근 매체의 위·변조로 인한 사고 △전자적 전송이나 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 등 발생시 금융회사 등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만 이용자의 중대한 고의·과실이 발견됐을 경우는 예외다.
거래소의 난립을 막기 위한 법안도 발의돼 있다. 현재는 가상자산 사업자가 일정 요건을 갖춘 후 금융위원회에 신고를 접수하면 사업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용우·김병욱·양경숙·강민국 의원안 등에는 가상자산 거래업자가 금융위의 등록 또는 인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강민국 의원안에서는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은 암호화폐만 발행될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