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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기관처럼 돈 굴린다…슈퍼개인 '슈퍼재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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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3일, ‘회장님’들의 귀를 사로잡는 소식이 들렸다. 당시 가장 ‘핫한’ 관심사였던 비상장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 유상증자에 개인투자자도 참여할 방법이 있다는 것. 삼성증권이 ‘패밀리오피스’ 고객을 대상으로 신탁 형태로 판매하는 상품이었다. 상장만 하면 ‘대박’ 날 기회라고 판단한 회장님들의 문의가 이어졌다. 혼자 2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한 고객도 있었다. 삼성증권이 확보한 400억원어치 물량은 3시간 만에 완판됐다.
고액자산가가 늘어났다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슈퍼 리치’들이 기관투자가 수준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케이뱅크의 1조2499억원 규모 유상증자에는 MBK파트너스 등 기관투자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개인 자산가들이 1000억원에 가까운 물량을 확보해 눈길을 끌었다. 하나금융그룹의 VVIP서비스 ‘클럽원’이 500억원, 삼성증권 ‘패밀리오피스’가 400억원어치 물량을 받아갔다. 삼성증권은 자사 계좌에 예탁금 100억원 이상을 보유한 투자자를 대상으로 지난해부터 ‘패밀리오피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는 앞서 30억원 이상 투자 고객 3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SNI(Samsung&Investment) 서비스를 시작했다. 패밀리오피스는 그중 고액자산가를 선별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평균적으로 가문 전체 자산 1조원, 금융 자산 1000억원, 그중에서도 삼성증권에 100억원 이상을 맡긴 고객들이다. 지난해 서비스를 시작해 올 들어 고객은 50개 가문으로 늘어났다. 현재 패밀리오피스 관리 자산은 10조7000억원 규모다. 공무원연금공단 운용자산과 맞먹는다.

가업 승계, 세무 관리,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 등 고객의 관심사를 반영해 5인 내외의 전문가로 꾸려진 투자 전담조직을 구성해준다. ‘부자’의 부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백혜진 삼성증권 SNI전략담당 상무는 “전통적인 부자는 현금을 많이 물려받은 2세, 3세들이었는데 최근에는 벤처기업 오너, 스톡옵션을 받아 이를 현금화한 임원 등 ‘신흥부자’가 늘고 있다”고 했다.
‘기관 대우’ 받는 슈퍼개인
이런 슈퍼 리치들이 ‘기관투자가급’ 대우를 받도록 해주는 것이 패밀리오피스의 역할이다. 이번 케이뱅크 유상증자가 대표적 사례다. 거래 조건도 기관투자가와 동일했다. 2023년까지 IPO를 못 하면 최대주주인 비씨카드가 재무적 투자자(FI)에게 투자금의 연 5% 수익을 보장하면서 지분을 사주는 콜옵션과 드래그얼롱(drag along·동반매도청구권) 등의 조항이 그대로 적용된다.

세계적으로 고액자산가들은 기관투자가들의 전유물이던 대체투자와 비상장주식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다른 자산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증권 SNI 고객들의 대체투자 잔액은 2조원을 넘어선다. 2013년에는 278억원 규모의 카카오 비상장주식 투자기회를 제공해 1년 만에 세 배가 넘는 수익을 안겨주기도 했다.

백 상무는 “비상장주식은 유동성이 부족해 일반인에게는 권하기 어렵지만, 1000억원대 자산가는 높은 수익을 기대하고 장기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중소 중견기업 오너들의 경우 산업 트렌드 변화에도 밝아 인터넷은행처럼 아직 상장하지 않은 ‘미래 산업’에 투자하려는 의지도 강하다고 백 상무는 전했다.

이 밖에 패밀리오피스 고객들은 단기간에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기업을 상대로 담보 대출을 해주면서 5~10%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사모대출펀드(PDF) 등에도 수백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관투자가들의 전유물이던 상품이다. 삼성증권은 올해 패밀리오피스 70개 가문까지만 모집하는 것이 목표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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