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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족 골퍼' 한정원의 아름다운 도전…"내겐 극복해야 할 다음 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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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번홀(파4)을 ‘양파’로 마무리한 한정원(51)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총 42오버파 114타. 첫 번째 프로대회 도전이었던 28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E1채리티오픈 1라운드에서 거둔 결과였다. 아쉬움이 컸지만 경기 이천 사우스스프링스CC(파72·6546야드)의 산악지형을 의족으로 한 발 한 발 디디며 일궜기에 무엇보다 값진 점수였다.
왼다리 의족으로 이뤄낸 스윙
한정원은 국내 유일한 절단 장애인 골퍼다. 왼쪽 무릎 아래를 의족이 대신하고 있다. 이번 대회는 한정원의 첫 정규 투어 도전이다. 경기 용인시 기흥고 체육교사인 그는 아마추어 추천선수 자격으로 이번 대회 출전권을 얻었다.

철인3종경기 출전을 꿈꿀 정도로 열혈 체육교사이던 한정원에게 교통사고라는 악몽이 닥친 것은 8년 전. 패혈증으로 왼쪽 다리를 절단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고 의사에게 “아이들과 운동장에서 뛸 수 있게만 해달라”고 애원했다. 그의 간절한 바람을 외면하지 못하고 의사는 위험 부담을 안은 채 무릎 아래 7㎝를 남겼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의족을 끼고 걸을 수 있게 됐다. 다시 운동하고 싶다는 그에게 의사가 추천한 종목이 골프였다. 걸어다니며 할 수 있는 운동이고, 장애인 필드골프도 규칙, 장비, 코스 등이 일반 골프와 같기 때문이다.

골프에서 왼다리는 스윙의 중심이 되는 회전축이다. 한정원은 의족으로 중심축을 잡아야 하는 상황. 왼쪽 허벅지의 근력을 키우는 것으로 한계를 극복했다. 그 결과 2018년 장애인 세계골프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출전이 결정된 뒤 8개월 동안 새벽과 퇴근 후 저녁 시간을 이용해 틈틈이 연습했다. 하지만 프로의 벽은 높았다. 평소 70~80대 타수를 기록하던 그였지만 부담감이 발목을 잡았다. 1번홀(파4)을 더블보기로 시작한 그는 4번홀(파4)에서는 10타로 ‘양파’를 훌쩍 넘겼다. 전반 내내 숨도 제대로 못 쉴 정도로 긴장한 탓이다. 그래도 후반 들어 한결 편안하게 경기를 풀어갔다. 10번홀(파4)을 보기로 시작한 뒤 12번홀(파4)에서 파를 잡았다. 이어 13번홀(파4), 14번홀(파3)을 연달아 보기로 막으며 최선을 다했다.

한정원의 도전은 1라운드에 그치게 됐다. KLPGA투어 규정에 한 라운드 성적이 88타 이상이면 자동 실격처리되기 때문이다. 그는 “골프는 인생과 같다고 생각한다. 한 홀에서 무너졌어도 다음 홀에서 극복할 수 있다”며 “인생에서도 지금 비록 힘들지라도 내일은 기쁨이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2년 안에 세미 프로 테스트를 통과해 시니어투어에서 커트 통과가 1차 목표고 나중에 시니어 투어에서 활동하고 싶다”고 밝혔다.
악천후에 KPGA 2R 결국 취소
이날 남녀 프로골프대회 모두 악천후로 난항을 겪었다. KLPGA E1채리티오픈은 낙뢰로 지연을 거듭하다가 결국 4시간10분 늦은 오전 11시 시작됐다.

경기 이천 블랙스톤이천GC에서 열릴 예정이던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KB금융리브챔피언십 2라운드는 폭우와 낙뢰로 지연과 재개를 거듭하다 취소됐다. 이에 따라 이 대회는 54홀로 축소됐다. KPGA 코리안투어 대회가 날씨 때문에 54홀로 축소된 것은 올 들어 처음이다. 2라운드는 29일 열리고 컷을 통과한 선수들은 30일 최종 라운드를 치른다.

이천=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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