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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직장'이라던 네이버·카카오…"터질 게 터졌다"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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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30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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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세대에게 '꿈의 직장'이라고 꼽히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각각 직장 내 괴롭힘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직원의 극단적 선택과 고성과자 선별복지 논란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정보통신(IT) 대표 기업인 두 곳에서 연달아 잡음이 일었다. 성과 위주의 업무추진 방식은 물론 인사평가 과정의 공정성 문제까지 도마 위에 오르면서 업계에선 "터질 게 터졌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네이버 노조 "위계에 의한 괴롭힘 겪은 듯"
    지난 28일 분당경찰서에 따르면 이달 25일 오후 1시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한 아파트 단지에서 40대 네이버 직원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비원이 쓰러져 있는 A씨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지만 병원으로 옮겨진 A씨는 끝내 사망했다.

    A씨가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메모에는 평소 업무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내용 등이 적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타살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A씨 직장 동료들을 상대로 메모에 담긴 내용이 사실인지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의 사망과 관련해 온라인상에선 "직장 상사의 갑질과 폭언으로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추측성 글이 확산하고 있다. 경찰은 "해당 내용은 아직 조사 중"이라며 "직원이 네이버 바로 옆 건물에서 사망했다는 글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경찰은 A씨 사망과 관련해 실제로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는지를 조사 중이다. 경찰은 "일부 네이버 직원에 대한 소환 조사를 마쳤다. A씨 사망과 연관성이 있는 네이버 직원에 대한 조사를 순차적으로 이어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네이버 노동조합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고인이 생전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와 위계에 의한 괴롭힘을 겪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사실로 밝혀진다면 명백한 업무상 재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회사 내 인사 제도 결함으로 인해 고인이 힘든 상황을 토로하지 못하고 안타까운 선택을 한 부분이 있다면 회사가 개선할 수 있도록 적극 요구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이버 직원이 모인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가해자로 지목된 특정 상사에 대한 폭로글이 쏟아지고 있다. 한 직원은 "현재 거론되는 이들의 보직 이동과 사내 시스템 접근을 막아야 한다. (네이버가) 피해 직원을 하루 만에 (조직도에서) 삭제했는데 얼마나 걸리는지 지켜보겠다"며 "경찰이 주변인 조사를 한다는데 상위 조직장 눈치 안 보는 환경을 만들어달라. 메신저 대화 자료 등이 보존되도록 해달라"고 했다.

    또 다른 네이버 직원은 "고인이 10년 넘게 몸 바쳐 일한 직장인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회사 1층에 합동분향소를 차려달라. 오늘 발인으로 아는데 (고인이) 좋은 곳에 가시길 바란다"며 안타까워했다.

    기사 댓글에도 가해자로 지목된 상사와 관련된 내용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드디어 뉴스에 떴다. 고인이 되신 분이 떠나기 전 아내 분과 점심을 같이 드셨다고 하는데 마음이 어땠을까" "네이버는 회피가 아닌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지 두고 보겠다"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카카오 직원들 화 많이 났다"

    흉흉한 분위기는 카카오도 별반 다르지 않다.

    카카오는 최근 일부 직원들에게 고급 호텔 숙박권을 지급하는 이른바 '고성과자 선별복지'를 추진하다 홍역을 치렀다. "복지까지 성과와 연동하는 것이냐"라는 내부 비판이 외부로 터져 나오자 카카오는 "각 실단위 조직장에게 과중한 업무로 조직 내 번아웃이 우려되고 리프레쉬가 필요한 임직원을 성과와 별개로 추천받아 가족들과 쉴 수 있도록 숙박권을 제공한 '포상 제도'"라고 해명했다.

    추진 과정도 문제가 됐다. 정책 시행과 관련해 사내 의견 수렴이나 공지가 없었다는 것이다. 논란이 일자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는 내부망에 "회사의 성장과 혁신에 기여한 동료들을 배려하고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해드리고자 고민하는 과정"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해당 글에는 카카오 직원들 수백명이 '싫어요'를 누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카카오는 인사평가제를 두고 동료 간 불신을 조장한다는 내부 비판도 받았다. 다면평가 중 동료평가 항목의 "이 동료와 다시 함께 일하고 싶습니까?"와 "회사에 뛰어난 성과를 내야 하는 프로젝트가 있을 때 이 동료와 함께 일하시겠습니까?"라는 두 질문에 대한 응답이 당사자에게 공개됐기 때문이다.

    IT 기업들의 연봉인상 릴레이가 이어지자 보상에 대한 문제도 불거졌다. 스톡옵션 지급을 두고 2년 이상 근무해야 행사할 수 있고 차익을 보려면 주가가 올라야 해 '인재 묶어두기'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블라인드에선 "(카카오 직원들이) 다들 화가 많이 났다. 짜디짠 연봉에도 (버틴) 사람들에게 과거에 대한 보상이 아닌 미래에 대한 보상을 챙겨준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IT 업계 좁고 학연·혈연 엮어 있는 경우 많아"
    네이버와 카카오는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선정한 '대학생이 꼽은 일하고 싶은 기업'에 2019년과 지난해 각각 1, 2위에 올랐다. 네이버는 2015년과 2016년에 이어 세 번이나 1위에 올랐고 카카오는 삼성전자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2위에 랭크됐다. 조사 집단에 따라 결과가 상이하지만 수년간 네이버와 카카오는 상위권에 매번 랭크됐다.

    이들 기업에 취업하고 싶은 이유로는 △성장·개발 가능성과 비전 △워라밸을 중시하는 기업 풍토 △만족스러운 급여 등이 꼽혔다. 아이러니컬하게도 현재 이들 기업 직장인들 사이에서 터져나오는 각종 고충들과 대비되는 요소들이다.

    노동조합 불모지로 여겨졌던 IT 업계에 최근 노조가 빠르게 늘어난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설명. 2018년 네이버·카카오·넥슨·스마일게이트·안랩에 노조가 설립됐고 지난해 엑스엘게임즈에 이어 올해 카카오뱅크·한컴·웹젠 노조가 만들어졌다.

    업계에서는 2018년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판교의 불 꺼지지 않는 등대'로 불리던 IT 업계도 근무 환경이 개선될 줄 알았는데 큰 변화가 없었던 탓에 노조가 생긴 것이라고 봤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IT위원회가가 지난해 10~11월 판교 지역에서 조사한 'IT 노동자 노동환경 실태'에 따르면 응답자 809명 중 약 46%가 "포괄임금제가 여전히 시행되고 있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의 32%는 주 52시간을 초과해 근무하고 있다고 답했고, 47%의 응답자가 성희롱을 포함한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하거나 목격했다고 전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IT 회사의 노동자 권리 보장을 위해 업종별 공동 집단교섭, 업종별 최저임금제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화섬노조 IT위원회 측은 "IT 사업장을 계도해야 할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한 IT 업계 관계자는 "이 바닥이 생각보다 좁고 학연·혈연으로 엮인 경우가 흔하다. '위디스크 양진호 회장' 사태에서 알 수 있듯 위디스크 직원이 왜 그 수모를 당했겠나"라면서 "IT 업계에선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해도 개선될 것이란 희망을 갖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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