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카카오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노쇼'로 발생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잔여 백신 접종을 예약할 수 있는 시스템이 지난 27일부터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우선 접종 대상자가 아닌 일반인도 접종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면서 트래픽이 몰리는 등 서비스 장애가 발생하기도 했다. 네이버나 카카오 앱을 통해 검색해도 잔여 백신 수량이 계속 '0'으로 뜰 정도여서 어떻게 해야 접종 기회를 얻을 수 있을지 궁금해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부는 27일 오후 1시부터 네이버·카카오를 통해 앱 이용자 인근 병·의원의 백신 잔여량을 조회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가동했다. 네이버는 지도 앱이나 웹을 통해, 카카오는 카카오맵을 비롯한 카카오톡 샵(#) 검색 기능을 통해 잔여 백신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다. 잔여 백신 수량 확인 뒤 의료기관을 선택해 본인 인증 절차 등을 거쳐 접종 예약(선착순)을 신청하도록 했다.
하지만 예약 첫날 곳곳에서 혼선이 발생했다. 카카오는 시작과 함께 장애가 발생해 접속 자체가 원활하지 않았다. 카카오톡 샵 탭에서 '잔여 백신'을 검색하자 빈 화면이 뜨거나 접속이 원활하지 않다는 메시지가 떴다. 카카오 측은 "트래픽이 순간적으로 몰려 서비스가 원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이상없이 작동했지만 잔여 백신을 찾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네이버에서 '잔여 백신'을 검색하자 인근 병·의원의 잔여 백신 상황이 대부분 '0'으로 나타났다.
네이버나 카카오 관계자들은 "앱에 표시되는 잔여 백신 수량은 병·의원이 자체적으로 등록한다"고 말했다. 그래야 앱 상에 표시된다는 설명이다.
경기 남부 지역 한 병원 관계자는 "병원으로 전화해 먼저 접종 의사를 밝혀온 사람들이 많고, 우리도 그런 분들의 명단을 따로 정리해서 갖고 있었다"며 "그분들에게 우선으로 연락을 취해 접종 의사를 묻고 진행했다. 잔여 백신이 그렇게 여유가 있지는 않다"고 상황을 전했다.
성남 소재 병원 관계자도 "포털이나 앱을 거치지 않고 전화나 직접 방문을 통해 잔여 백신 접종 의사를 밝힌 분들이 많다"면서 "적어도 다음주까지는 사람들이 기대하는 분량이 나오지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백신 잔여 수량이 발생하는 경우라도 병·의원 판단에 따라 사전에 노쇼 수량에 대한 접종 의사를 밝힌 대기자들부터 우선순위가 돌아갈 수 있단 얘기다. 이 경우 네이버나 카카오 앱상에는 잔여 수량이 표시되지 않는다.
서울의 한 병원 관계자는 "백신 한 통당 10명 정도 맞을 수 있지만 약간 여유를 두기 위해 조금 더 백신을 채우기 때문에 최대 12명까지 접종 가능하다"며 "하루 예약자가 26명이면 총 3통, 즉 30명 분을 뜯어야 하고 남은 4명 분이 대기자에게 돌아가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대기자가 많아 이 4명분에 대한 추가 접종자를 따로 구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면서 "이 인원을 구하지 못했을 경우 병원이 자체적으로 네이버나 카카오 백신잔여 수량 시스템에 등록한다. 오늘은 등록하자마자 대기자가 바로 채워졌다"고 했다.
경기도 수원의 한 병원 관계자는 "오늘은 굳이 앱에 잔여 백신을 등록할 필요가 없었다"며 "관련 문의 전화가 상당히 많이 와 업무가 불가능할 정도다. 앱에 예약을 걸어두는 것보다 병원에 직접 연락하는 게 더 빠를 것이란 인식도 있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30대 직장인 A씨는 "올해 안에 백신을 맞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 못했는데, 어쨌든 기회 자체가 생긴 셈이라 좋다"며 "네이버를 통해 예약을 걸어뒀다. 여름 휴가를 조금 늦춰 마스크 없이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방역당국은 전날 백신 접종 상황에 따라 방역 조치를 일부 조정하는 내용의 '예방접종 완료자 일상 회복 지원 방안'을 내놨다. 여기에는 접종자에게 사적 모임 인원제한 제외, 실외 마스크 벗기를 허용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노쇼 백신 접종 예약은 코로나19 잔여 백신 폐기량 최소화를 위해 실시 중이다. 예약 후 미접종된 백신에 대해 1991년 12월31일 이전 출생자를 대상으로 하고 사전접종 예약, 접종 이력이 없다면 당일 예약신청이 가능하다. 네이버와 카카오에서 2주간 시범 운영한 뒤 미흡한 기능을 보완해 다음달 9일부터 본격 운영된다.
강경주/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