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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는 전기차·재생에너지…포드·엑슨모빌 '脫탄소' 속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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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제조기업들이 주력 제품을 완전히 바꾸는 실험에 나서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라는 안팎의 압력이 워낙 거세기 때문이다. 26일(현지시간) 전기자동차 업체로의 변신을 선언한 미국 포드차의 짐 팔리 최고경영자(CEO)는 “헨리 포드가 (1908년) 모델T를 생산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큰 가치 창출 기회를 맞았다”고 말했다.
포드, 전기차에 300억달러 투입
포드는 2030년까지 생산량의 40%를 ‘탄소 무배출 차량’으로 내놓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전기차 투자 금액을 대폭 증액할 방침이다. 지난 2월엔 2025년까지 220억달러를 투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날 80억달러 늘린 300억달러(약 33조5400억원)로 상향 조정했다.

전기차 강화에 맞춰 조직도 재정비했다. 기업 및 정부 기관을 위해 ‘포드 프로(Ford Pro)’란 이름의 상업용 차량 부문을 신설했다. 대량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전기차 충전기와 차량 위치 추적기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2019년 270억달러였던 기업·정부 부문 매출을 2025년 450억달러로 늘리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포드의 창사 이래 최대 변신은 지난해 10월 취임한 팔리 CEO가 주도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순조로운 편이다. 지난주 공개한 ‘F-150 라이트닝 전기 픽업트럭’의 예약 주문이 7만여 건에 달했다.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머스탱 마하-E’ 생산을 시작한 데 이어 조만간 전기 화물 밴 판매에도 나선다. 포드는 자체 배터리 생산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SK이노베이션과 손잡고 전기차 배터리 합작사(블루오벌SK)를 설립했다.

전기차 시장에서 한발 앞서 있는 일본 닛산자동차도 영국 북동부 선덜랜드에 배터리 공장을 신설할 계획이다. 유럽 내 전기차 대량 생산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시설이 완공되면 연간 20만 대의 차량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미 최대 완성차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는 2035년까지 휘발유·경유 엔진을 완전히 퇴출하고 전기차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메리 바라 CEO는 “모든 차량이 배출가스를 뿜어내지 않도록 변신 속도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유사는 이사 뺏기고 탄소 감축 압박
원유를 시추·정유하는 기업들에 대한 압박은 더욱 거세다. 환경 악화의 주범이란 인식 때문이다. 세계 최대 정유업체인 엑슨모빌은 12명의 이사 중 최소 2명을 행동주의 투자펀드 몫으로 배분하기로 했다고 이날 밝혔다. 헤지펀드인 엔진넘버원은 작년 엑슨모빌 주식 5000만달러어치(0.02%)를 매입한 뒤 “기후변화 문제에 대처하라”고 촉구해왔다. 엔진넘버원은 주요 투자자는 아니지만 엑슨모빌의 2대 주주인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지지를 끌어내 이사 자리를 확보했다. 이 펀드는 추가로 이사 2석을 요구하고 있다.

엔진넘버원이 신재생 등 투자를 대폭 확대하라고 주문하고 있어 엑슨모빌의 대대적인 변신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엑슨모빌은 지난해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등 여파로 224억달러의 순손실을 내며 40여 년 만에 첫 적자를 기록했다.

유럽 최대 기업인 로열더치셸은 법원 명령에 따라 탄소 배출량을 강제로 줄여야 할 처지다. 네덜란드 법원이 이날 셸을 겨냥해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19년 대비 45% 줄이라”고 판결해서다. 앞서 7개 환경단체는 네덜란드 시민 1만7200여 명을 모아 네덜란드·영국 합작사인 셸을 환경 파괴 혐의로 제소했다. 셸이 항소심 등에서도 패소하면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 감축한다는 자체 계획을 대폭 수정할 수밖에 없다. 원고 측 로저 콕스 변호사는 “이번 판결이 다른 대규모 탄소 배출 기업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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