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초 종가 기준으로 100만원을 돌파하며 황제주 자리에 오르기도 했던 LG화학의 시가총액이 크레디트스위스(CS)의 매도보고서가 나온 뒤 이틀동안 6조원 넘게 사라졌다. 코스피 시총 순위도 네이버(NAVER)에 밀려 5위로 내려앉았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화학은 전일 대비 2만9000원(3.49%) 하락한 80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80만원선이 무너지며 79만1000원까지 빠지기도 했다. 전일부터 LG화학 주가를 짓누른 CS의 매도보고서의 영향이 이틀째 이어진 영향으로 보인다.
다국적 투자은행 CS는 지난 25일(현지시간) LG화학에 대해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을 앞둔 시점에 투자자들이 큰 폭의 할인을 받을 수 있는 모회사를 살 이유가 없다. 업종내에서 가장 비선호 종목“이라며 투자의견을 기존 매수(아웃퍼폼)에서 ‘매도(언더퍼폼)’으로, 목표주가를 기존 130만원에서 68만원으로 각각 하향했다.
이미 작년 9월 LG화학이 당시 전지사업본부(현 LG에너지솔루션)의 물적분할을 추진할 때부터 개인투자자들 중심의 반발을 불러온 이슈이지만, CS의 보고서가 국내 증시에 영향을 준 이틀 동안 증발한 LG화학의 시가총액은 무려 6조2827억원이다.
이날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8만7668주와 1만1759주의 LG화학 주식을 팔았다. 전일에도 두 매매주체는 각각 22만4277주와 14만2323주를 팔았다. 특히 외국계 증권사를 중심으로 LG화학에 대한 매도 주문이 많이 나왔다. CS증권는 전일에도 매도 상위 창구에 이름을 올렸고, 이날도 이 창구를 통해 9만6980주의 매도 주문이 쏟아졌다. 이날 CS 외에 매도 주문이 많았던 창구는 맥쿼리(10만5701주)와 제이피모건(7만7227주)이다.
이날 LG화학에 대한 공매도 거래는 모두 10만1295주가 이뤄졌다. 전일에도 7만6245주의 공매도 물량이 나왔다. 지난 3일 국내 증시의 공매도 거래가 부분적으로 재개된 이후 가장 많은 공매도량 기록을 이틀 연속 갈아치웠다.
국내 증권사들은 대체로 LG화학의 전망에 대해 긍정적 관점을 유지하고 있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LG화학에 대해 “올해를 기점으로 LG화학의 중대형전지 수익 창출의 본격화가 예상된다. 규모의 경제가 발생하는 생산 체력을 이미 지난해 확보한 상황에서 매년 평균 30%의 증설로 원가는 더욱 절감될 수밖에 없다”며 투자의견 ‘매수’, 목표주가 130만원을 새롭게 제시하는 보고서를 전일 내놨다.
반면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날 발간된 올해 하반기 전망에서 LG화학의 목표주가를 현재의 120만원에서 78만~80만원으로 변경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한 뒤에 지주사할인율 50%를 적용하면 LG화학에 적용할 배터리 사업 가치가 46조원으로 줄어들 수 있다고 봐서다. 현재 메리츠증권이 LG화학 목표주가를 계산하는 데 적용한 LG에너지솔루션의 가치는 2023년 추정치 기준 77조원이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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