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빅테크들은 대부분 홍콩증시에 상장돼 있습니다. 홍콩에 상장된 텐센트 알리바바 같은 기술주 30종목을 묶어놓은 지수가 항셍테크인덱스입니다. 중국 빅테크 기업들이 1분기 실적을 공개하면서 항셍테크인덱스가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빅테크 규제가 여전해 아직 바닥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오늘은 텐센트와 알리바바, 바이두로 대표되는 중국 기술주들의 1분기 실적을 분석하고, 중국 본토와 홍콩 증시 바닥론을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Q1. 시가총액 기준 중국 최대 기업이죠. 텐센트가 최근 1분기 실적을 내놨는데, 숫자는 괜찮았죠?
텐센트가 최근 내놓은 1분기 실적을 보면 매출은 작년 1분기보다 25% 늘었고요, 순이익은 65%나 증가했습니다. 1분기 매출은 1353억위안, 약 24조원이었고요, 순이익은 477억위안, 약 8조3000억원이었습니다. 로이터통신이 집계한 시장 추정치 평균이 354억위안이었는데, 이걸 크게 뛰어넘은 겁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1회성 이익 195억위안이 포함된 것이긴 합니다. 텐센트가 2대 주주로 있는 중국 2위 짧은 동영상 소셜미디어인 콰이서우가 1분기 중에 상장을 하면서 지분 재평가가 이뤄진 게 큰 부분을 차지했습니다.텐센트 측은 그래도 매출에 있어서 게임과 인터넷 클라우드로 구성된 사업 모든 영역에서 성장세를 이뤘고, 앞으로도 투자를 계속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텐센트는 사업 영역을 크게 세 부문으로 나눕니다. 매출 구조를 보면 게임을 포함한 부가가치창출사업부, VAS라고 하는데 이 사업부 매출이 724억위안으로 16% 커졌습니다. VAS사업부 안에 있는 게임 부문이 17% 늘어난 436억위안을 기록했습니다.
두번째로 큰 사업부인 핀테크와 기업서비스 부문이 47% 늘어난 390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여기에는 금융업과 클라우드가 포함됩니다. 세번째 사업부인 온라인광고가 23% 늘어난 218억위안을 나타냈습니다.
Q2. 매출 구조가 복잡한데, 좀 간단하게 정리해 볼까요?
텐센트가 워낙 하는 일이 많은 회사라 정리하기가 쉽지 않긴 합니다. 먼저 VAS사업부를 보면, 여기에 게임이 포함돼 있고요, 또 위챗이나 QQ같은 소셜미디어에서 개인에게는 이모티콘을 팔고 기업에게는 회의 플랫폼 같은 걸 제공하면서 벌어들이는 소셜미디어 수입이 포함됩니다. 좀전에 별도로 말씀드린 온라인광고는 텐센트의 각종 소셜미디어나 애플리케이션 등등에 올리는 광고로 벌어들이는 수입인데 소셜미디어 수입과는 별도입니다.
또 핀테크와 기업서비스에는 소액대출이나 보험판매로 벌어들이는 금융업 매출과 기업들에게 저장공간을 제공하는 클라우드 매출이 같이 들어있습니다. 이렇게 사업부로 묶어서 매출을 내놓으면서 구체적인 사업 현황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 부분은 아쉬운데, 이건 좋게 보면 기업 영업전략을 노출시키지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되고요, 좀 부정적으로 본다면 당국의 간섭을 좀 피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매출을 묶어서 내놓는 게 주가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Q3. 텐센트가 세계 최대 게임회사라고 하는데, 어떤 게임을 갖고 있죠?
PC 게임 부문에서 세계 1~2위를 다투는 리그오브레전드, 롤이라는 게임이 있는데요, 이 게임의 개발사가 미국의 라이엇게임즈입니다. 이 라이엇게임즈를 텐센트가 갖고 있습니다. 또 모바일 게임 세계 1위는 플레이어 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 국내에선 배틀그라운드라고 하고 해외에선 펍지라고 부르는데, 이 게임도 텐센트가 판권을 갖고 있습니다. 배틀그라운드는 한국의 크래프톤이 PC용으로 개발한 게임인데, 이걸 텐센트와 크래프톤이 같이 모바일용으로 만들고 텐센트가 중국 등의 판권을 가져갔습니다. 텐센트는 크래프톤의 2대주주이기도 하고요.텐센트가 세계 최대 게임업체로 성장한 전략은 아주 심플하면서도 명확합니다. 해외에서 검증된 게임을 중국에 들여와서 돈을 벌고요, 이렇게 번 돈으로 해외 게임업체에 지분투자를 해서 안정된 관계를 유지하는 겁니다. 꼭 최대주주가 되는 것도 아니고, 최대주주가 된다고 해서 경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도 아닙니다. 오로지 게임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게 특징입니다. 클래시오브클랜이라는, 모바일 게임계에서 유명한 게임이 있는데, 이 게임은 핀란드 수퍼셀이 개발했습니다. 이 회사를 일본 손정의의 소프트뱅크가 사들였다가 다시 텐센트가 인수했습니다. 텐센트는 또 미국 최대 게임업체 중 하나인 에픽게임즈의 2대주주이기도 합니다.
Q4. 그런데 텐센트 주가는 고점 대비 많이 내렸죠? 요즘 주가는 어떤가요?
텐센트 주가 고점이 지난 1월 770홍콩달러선이었습니다. 이후 약세가 지속되면서 600홍콩달러선도 한때 깨졌다가 최근 600홍콩달러선은 회복했습니다.
주가 약세 이유는 크게 시장 전체적인 요인과 텐센트를 비롯한 빅테크에 대한 중국 정부의 규제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시장 전체적으로는 미국 국채금리 상승으로 시작된 전 세계적 인플레이션 우려를 들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오늘 후반부에 중국증시 바닥론으로 다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중국 빅테크 견제는 그동안에도 기술주들에게 악재였을 뿐 아니라 앞으로도 두고두고 지켜봐야 할 듯 합니다. 알리바바에게 3조1000억원대의 역대 최대 반독점 벌금을 물린 이후 다음 타깃이 텐센트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로이터통신은 1조원대 벌금을 예상하기도 했고요. 저는 알리바바 때도 그랬지만 1조원대 벌금은 일단 확정되기만 하면 큰 부담은 아닐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Q5. 반독점 말고 다른 규제들도 많이 있죠?
우선 당국은 빅테크들에 금융업을 묶어서 관리하는 금융지주회사를 세우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금융지주회사를 세운다는 건 간단히 얘기하면 은행급 규제를 받게 된다는 겁니다. 좀 자세히 말하자면, 그동안 빅테크들은 대출이나 보험판매 펀드판매 자산운용 같은 금융업을 할 때 각 부문에서 허가를 받거나, 이미 허가가 있는 회사를 사들여서 영업을 해왔습니다. 각 부문에선 당연히 금융당국의 감독과 규제를 받았지만 기존에 해오던 걸 못하게 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데 금융지주회사를 세운다는 건 금융당국이 금융지주회사를 통해서 빅테크가 하는 금융업을 통째로 관리하겠다는 의미로 보면 됩니다. 형식적으로만 보면 크게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 하지만 일단 금융지주회사를 차리게 되면 어떤 신사업을 하더라도 당국 눈치를 봐야 하는 처지가 됩니다. 또 금융지주사의 자회사들이 금융업을 할 때 지주사가 자회사에 자본을 대거 확충해야 하는 부담도 추가됩니다.
그리고 중국 정부가 빅테크들의 인수합병 사례들을 더 면밀하게 들여다보겠다고 했는데요, 이건 특히 M&A로 성장해 온 텐센트에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입니다.
텐센트는 최근 당국의 견제 강화를 의식한 듯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사회 문제 해결에 500억위안, 약 8조7000억원을 내놓겠다"는 기존 계획을 다시 강조했습니다. 마화텅 회장은 지난달 탄소 중립, 식량·물 공급, 농촌 활성화, 과학 교육 등에 기여하는 '지속가능한 사회적 가치' 프로그램을 가동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또 텐센트는 정부의 지침에 부응할 수 있도록 내부 통제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으며, 지침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Q6. 알리바바도 1분기 실적이 괜찮았죠?
알리바바는 1분기에 적자를 내긴 했지만 3조원대 벌금을 반영한 1회성 요인이 컸습니다. 알리바바는 1분기에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4% 늘어난 1873억위안, 약 32조8000억원에 달했습니다. 영업손실은 76억위안, 약 1조3400억원 냈습니다. 정부가 4월에 부과한 반독점 벌금 182억위안을 1분기 실적에 반영한 탓이고요, 이런 1회성 요인을 빼면 전년 동기 대비 48% 늘어난 105억위안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습니다.저는 알리바바 1분기 실적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을 클라우드사업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알리바바의 클라우드 매출은 1분기 168억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 성장하긴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성장률은 작년 1분기 58%에서 대폭 떨어진 수치고요, 2016년 이후 가장 낮은 성장세이기도 합니다.
앞에서 텐센트도 기업서비스에서 클라우드를 하고 있고, 알리바바와 텐센트 모두 클라우드를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런데 두 회사 모두 클라우드 부문에서 성장세가 꺾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평가가 나오게 된 중요한 요인이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화웨이입니다.
Q7. 화웨이가 클라우드 사업을 얼마나 하나요?
클라우드 시장을 전문적으로 분석하는 캐널리스라는 업체가 매분기 글로벌과 중국 미국 등의 클라우드 시장점유율을 내놓습니다. 캐널리스 분석에서 화웨이는 2019년 4분기까지만 해도 아예 순위권 밖이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알리바바가 46%, 텐센트가 18%, 바이두가 8%를 하는 3강 체제를 유지했습니다. 나머지 기타가 26%였는데, 아마 화웨이는 기타로 분류됐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작년 1분기에 갑자기 화웨이가 2위로 치고 올라왔습니다. 시장점유율 14%를 달성했고요, 알리바바는 44%, 텐센트는 14%로 내려갔습니다. 이후에도 화웨이가 계속 점유율을 늘려서 작년 4분기에는 알리바바 40%, 화웨이 17%, 텐센트 15% 체제가 됐습니다.
중국 클라우드 시장이 매분기 60%씩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서 다들 매출이 커지고 있는데, 그중에서 화웨이는 다른 업체들 점유율까지 빼앗아가고 있는 겁니다.
화웨이가 부인하고 있기는 하지만 중국 국유기업이나 다름없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고요, 또 스스로도 공기업과 공공기관 고객을 다수 확보했다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중국 정부 지원을 받고 있다는 얘기고, 이건 정부 견제를 받고 있는 알리바바나 텐센트에게는 또 하나의 악재라고 볼 수 있습니다.
Q8. BAT 한 축인 바이두 1분기 실적과 주가도 볼까요?
중국 최대 검색엔진인 바이두는 1분기에 매출 281억위안, 약 5조원을 거뒀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25% 커졌고요, 시장 예상인 273억위안도 넘어섰습니다. 순이익은 257억위안이었는데, 이건 텐센트처럼 콰이서우에 지분투자했던 게 재평가되면서 이익으로 반영된 1회성 요인이 컸습니다.바이두는 미국 나스닥에 상장돼 있고요 지난 3월 공모가 250홍콩달러로 홍콩증시에 2차상장을 했습니다. 최근 주가는 180홍콩달러선까지 내렸고요.
BAT의 시가총액을 보면 텐센트가 5조8000억홍콩달러, 알리바바가 4조4000억홍콩달러, 바이두가 5200억홍콩달러니까 바이두가 상당히 작긴 합니다.
바이두를 오늘 BAT로 묶어서 소개해 드리긴 했는데, 이 회사는 검색업체에서 인공지능업체로 변신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이 다른 회사들과 차별화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지리자동차와 합작해서 자율주행 전기차업체를 설립하기도 했고요.
Q9. 중국 증시 바닥론이 최근 나오고 있다고요?
상하이종합지수가 지난 2월19일 고점인 3700을 찍은 이후 석 달 동안 5% 넘게 내렸습니다. 홍콩증권거래소 우량종목 55개로 구성된 항셍지수도 같은 기간 7% 하락했습니다. 뉴욕증시를 대표하는 S&P500지수가 6% 상승한 것과 대비되는 성적입니다.
악재는 명확했습니다. 국내외에선 인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됐고 내부적으로는 빅테크 견제가 지속됐습니다. 그런데 중국 3대 증권사 중 하나인 궈타이쥔안증권이 최근에 상하이종합지수가 조만간 4000선을 돌파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공교롭게도 보고서 직후 지수가 상승세로 돌아서기도 했고요.
상하이종합지수가 4000을 넘긴 건 2015년 6월이 마지막입니다. 앞으로 15% 올라야 하는데, 궈타이쥔안증권은 이런 강세장을 예측하는 주요 근거로 불확실성 해소를 꼽았습니다. 인플레이션과 시중 유동성, 기업 실적 등 다양한 '변수'들이 구체적 숫자가 나오면서 이미 주가에 반영된 '상수'로 바뀌고 있다는 얘깁니다.
예컨대 중국의 생산자물가지수는 원자재가격 상승 탓에 지난 3월과 4월 각각 전년 동월 대비 4.4%, 6.8%씩 뛰었습니다. 그러자 행정부인 국무원이 "비정상적 원자재가격의 배후에 있는 투기 세력을 점검하겠다"며 관련 기업들을 소환하는 등 적극 대응에 나섰습니다. 이후 원자재 가격이 안정세로 돌아섰습니다.
또 지난 4월 전체 은행권 대출 규모가 3월 대비 45%나 줄어들었는데, 이걸 근거로 유동성 회수도 마무리 단계라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추천주로는 몇주 전에 소개해 드린 증권주인 둥팡차이푸와 배터리주인 CATL을 제시했습니다.
Q10. 신중론도 여전하죠?
'떨어지는 칼날을 잡지 말라'는 증시 격언을 들어보셨을지 모르겠습니다. 현재 중국 주가는 아직 떨어지는 칼날이라는 얘기도 여전히 많습니다. 홍콩 BCA리서치는 빅테크들에 대한 중국 정부의 반독점 규제와 금융업 제한 조치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알리바바, 텐센트 등 주요 기술주들의 약세를 예상했습니다.핑안증권은 중국의 긴축과 미국의 금리 상승이 앞으로도 중국 증시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낙관론자들과 달리 앞으로도 중국 정부가 물가를 관리하기 위해 시중 유동성을 계속 회수해 나갈 것이란 예측입니다.
아직 우려가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만, 주식 투자에는 종종 역발상도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보면 많이 내린 주식들 중에 실적이 뒷받침되는 종목을 찾아보시는 게 어떨까 합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