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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종하고 100만弗 돈벼락…美 '백신 로또' 묘수냐, 예산낭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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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부 주(州)가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백신 접종자에게 거액의 복권 당첨금을 주기로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주 정부는 접종률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묘수라고 강조하지만 예산 낭비라는 비판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백신 복권’을 처음 선보인 곳은 오하이오주다. 최근 1회 이상 백신을 맞은 18세 이상 주민을 대상으로 26일(현지시간)부터 다음달 23일까지 5주간 매주 1명을 추첨해 각각 100만달러(약 11억원)의 당첨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또 12~17세 백신 접종자에게는 별도 추첨을 통해 오하이오주의 4년제 대학이나 2년제 커뮤니티 칼리지(전문대)에 다닐 경우 전액 장학금을 주기로 했다. 실제 이날 첫 번째 ‘100만달러의 주인공’과 장학금 대상자가 나왔다.

오하이오주의 실험이 관심을 모은 건 ‘로또’ 수준의 당첨금뿐 아니라 당첨 확률도 높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오하이오주 주민 수를 감안할 때 “100만달러 백신 복권 당첨 확률은 270만분의 1로 (미국에서 팔리는) 일반적인 복권 당첨 확률 1200만분의 1보다 훨씬 높다”고 보도했다.

백신 복권의 효과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오하이오주는 백신 복권 도입 초기 백신 접종자 수가 28% 늘었다고 발표했다. 마이크 드와인 오하이오 주지사는 이날 NYT 기고에서 “(백신 복권의) 광고 효과가 2300만달러 이상”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백신 복권 도입이 발표된 13일 6만2000명(1주일 평균)가량이던 오하이오주의 백신 접종자 수는 26일 4만6500여 명으로 오히려 줄었다. 백신 복권 도입 초기 접종자 수가 증가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약발’이 떨어졌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오하이오 정치권에선 ‘예산 낭비’, ‘눈길 끌기용’이란 비판이 적지 않다. 오하이오주의 복권 당첨금은 연방정부가 코로나19와의 싸움에 쓰라고 주 정부에 배정한 예산의 일부다.

거액 당첨금이 주민들에게 ‘백신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럼에도 오하이오주의 백신 복권 실험은 다른 주로 퍼지고 있다. 메릴랜드주는 이달 25일부터 7월 3일까지 백신 접종자 중 매일 1명을 추첨해 4만달러를 주기로 했다. 미국 독립기념일인 7월 4일엔 40만달러의 당첨금을 내걸었다.

콜로라도주는 6~7월 5명을 추첨해 100만달러씩을 지급하기로 했다. 오리건주는 6월 27일까지 백신 접종자 중 추첨을 통해 최대 100만달러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뉴욕주는 10개 접종센터에서 이달 24~28일 백신을 맞은 주민에게 주 내에서 장당 20달러에 팔리는 복권을 무료로 나눠준다. 복권 당첨금은 최대 500만달러다. 오하이오 등 다른 주와 달리 주 정부가 당첨금을 지급하지 않고 시중에서 팔리는 복권을 활용한 게 차이점이다.

미국 각 주는 그동안 소액의 현금이나 공짜 맥주, 야구경기 티켓, 지하철표 등을 지급하며 백신 접종을 독려했다. 하지만 뚜렷한 성과가 나타나지 않자 일부 주가 거액의 복권 당첨금을 내거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하루 백신 접종자 수(1주일 평균)는 지난달 13일 338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6일 170만 명까지 떨어졌다. 전체 인구 중 백신 접종 완료자 비율은 약 40%로, 전 인구의 70~90%로 추정되는 집단면역 기준에 크게 못 미친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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