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이 벤처기업 경영진 보유 주식에 복수의결권을 부여하는 차등의결권 법안을 26일 대표 발의했다. 차등의결권이 없는 한국을 피해 미국 증시에 상장한 쿠팡 사례를 예방해야 한다는 취지다.
김 의원은 이날 이런 내용을 담은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벤처기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발표했다. 김 의원은 민주당 자본시장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를 맡고 있다.
김 의원은 “최근 거래소 간의 상장 기업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벤처기업이 지배권을 확보하고 대규모 투자로 인한 지분이 희석되더라도 안정적인 경영을 할 수 있도록 복수 의결권 주식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홍콩과 싱가포르 거래소의 경우 복수의결권을 허용하고 있다. 지난 3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쿠팡은 김범석 의장이 1주당 29개의 차등의결권 행사 권한을 부여받아 관심을 끌었다.
현재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는 차등의결권 도입을 담은 벤처기업법 개정안 3건이 계류 중이다. 산자위는 지난달 13일 국회에서 차등의결권 도입 관련 공청회를 열었지만 이후 이렇다 할 추가 논의는 없는 상황이다.
벤처업계에서는 현재 논의 중인 법안들에 대해 “창업 후 10년 범위 내 존속기한을 두고, 상장 후 3년만 유효(총 합산 10년 이내 범위 내에서), 1주당 10개 이하 등 제한이 있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김 의원은 △창업 후 3년이 경과하고 최근 3년 간 관계법령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지 않은 비상장 벤처기업의 창업주에 한해 △4분의 3 이상 주주의 동의를 받도록 해 소수주주의 권리는 보호하면서도 차등의결건 실현가능성을 높이도록 했다. 또한 △정관 기재사항 △차등의결권 주식의 소멸 요건 △의결권 제한 요건 △발행 보고 등을 법률에 명시해 차등의결권 남용방지를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김 의원은 “차등의결권은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가능성이 있는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핵심”이라며 “존속기간이나 상장 등의 규제를 일률적으로 도입하면 기업성장이나 기업공개(IPO) 회피 등 도입취지가 퇴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창업주의 모럴해저드나 일탈 등은 방지하는 안전장치는 두면서도 경영권 위협으로부터 안정적으로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도록 자본이동의 제한을 가하지 않는 법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