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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해롭다니 전자담배로 갈아탈까…'하이브리드 스모커' 될 수도 [이선아의 생생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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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1일은 ‘세계 금연의 날’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담배 연기 없는 사회를 조성하기 위해 지정했다. 입문하기는 쉬워도 졸업하기는 어려운 게 담배다. 한번 중독되면 금연을 시도하는 것조차 부담이 된다. 1년에 한 번 이상 금연에 도전하는 흡연자는 전체의 15% 수준. 이 중 ‘강력한 의지’ 하나로 성공하는 사람은 3~7%에 불과하다. 전체 흡연자 중 0.5~1.0%만 자력으로 금연에 성공한다는 얘기다.

그런 만큼 금연 성공률을 높이려면 약 또는 금연보조제 등 ‘외부 도움’이 필요하다. 일부 흡연자는 전자담배를 ‘금연 보조도구’로 꼽는다. 단번에 끊기 힘든 만큼 몸에 덜 해로운 전자담배를 ‘금연으로 가는 중간단계’로 활용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전자담배 역시 중독성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야외에선 연초를 피우고 실내에선 전자담배를 즐기는 ‘하이브리드 흡연자’가 되면 연초만 피울 때보다 흡연량이 늘어 오히려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고 경고한다. 금연의 날을 앞두고 담배는 왜 끊기 어려운지, 전자담배는 건강에 덜 해로운지, 금연 성공은 어떻게 이룰 수 있는지 알아봤다.
금연 후 3~7일이 ‘성공 갈림길’

금연 시도가 번번이 ‘작심삼일’이 되는 건 니코틴 때문이다. 담배에 들어 있는 니코틴은 체내에 들어오면 7초 만에 뇌로 이동한다. 니코틴은 뇌의 니코틴-아세틸콜린 수용체와 결합해 도파민을 분비한다. 도파민은 초조함, 불안감, 분노 등을 해소해주는 물질이다. 담배를 피우면 일시적으로 안정감을 느끼게 되는 이유다. 니코틴 의존도가 높아지면 담배를 피우지 않을 때 짜증, 두통, 집중력 장애, 불안, 불면, 졸음, 우울 등의 금단증상이 나타난다.

금단증상은 금연 사흘째에 가장 심해진다. 조홍준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금단증상은 대개 금연 3일차에 가장 심해지고 1주일이 지나면 서서히 줄어든다”며 “금연 후 3~7일 사이에 실패자가 가장 많이 나오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금연을 포기해선 안 된다. 흡연의 대가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담배는 폐암을 비롯해 각종 암의 발병률을 높인다. 전체 폐암 발병 원인의 70%를 차지할 정도다. 하루 한 갑 이상 담배를 피울 경우 폐암 발생률은 비흡연자에 비해 17배 높아진다. 간접흡연이라도 폐암에 걸릴 위험이 1.9~3배 증가한다. 암 외에도 심장병, 중풍 등 다양한 질환의 원인이 된다. 기도에 만성염증이 생겨 숨이 차는 ‘만성폐쇄성폐질환’, 폐가 딱딱하게 굳는 ‘폐섬유화증’도 흡연자들에게 많이 나타난다.

기저질환이 있으면 흡연의 위험은 더 높아진다. 정진세·배성훈 연세대 의대 이비인후과 교수가 2010~2013년 시행된 국민건강영향조사 자료를 활용해 당뇨병과 흡연의 영향을 조사한 결과 흡연을 하는 당뇨 환자들은 일반 환자에 비해 노인성 난청이 발병할 가능성이 1.96배 높았다.

흡연은 코로나19 사망률도 높인다. 호흡기는 점막 운동을 통해 체내에 들어온 바이러스를 방어하는데, 담배는 이 운동을 방해한다. 이 때문에 흡연자들은 감기, 폐렴 등 각종 감염성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중증도 및 사망률을 높이는 천식, 심혈관질환, 당뇨 등 만성질환 역시 흡연자에게 많이 나타난다.
금연 위한 전자담배 선택은 경계해야
금연의 첫 단계로 전자담배를 선택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18년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와 같은 궐련형 전자담배는 벤조피렌, 포름알데히드, 일산화탄소 등 WHO가 지정한 9가지 유해 화학물질이 일반담배보다 90% 적게 나온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담뱃잎을 태우는 것이 아니라 열로 찌는 방식이다. 발암물질은 주로 태울 때 나오는 만큼 전자담배가 연초보다 덜 해롭다는 얘기다.

담배업체들도 비슷한 결과를 내놓았다. 한국필립모리스는 일반 담배에서 아이코스로 바꿀 경우 15가지 유해물질 노출 정도가 담배를 완전히 끊은 사람의 95% 수준까지 감소한다고 밝혔다. 2017년 아이코스 이용자 160명을 대상으로 3개월간 임상시험한 결과다. ‘쥴’ 같은 액상형 전자담배 역시 일반담배보다 일부 유해물질 배출량이 적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전자담배는 괜찮다’는 인식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자담배가 덜 유해하다는 인식 탓에 흡연에 더 많이 노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서울아산병원 교수팀과 국가금연지원센터가 2018년 국내 청소년 6만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자담배를 사용한 경험이 있는 청소년의 81.3%가 일반담배와 액상형 전자담배도 써본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담배가 금연으로 가는 ‘중간 정거장’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흡연량만 늘리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가장 효과가 좋은 건 ‘금연약’ 활용
금연은 웬만큼 의지력이 있는 사람들에게도 버거운 숙제다. 그만큼 중독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정은진 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개인 의지만으로 금연에 성공할 확률은 대략 3~7%”라며 “금연약 또는 보조제를 쓰면서 주변 사람과 금연 계획을 공유하면 성공률을 3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했다.

대표적인 금연 보조의약품으로는 바레니클린과 부프로피온이 있다. 바레니클린은 니코틴 대신 뇌 수용체에 달라붙어 니코틴과 수용체의 결합을 방해한다. 도파민이 잘 분비되지 않기 때문에 ‘담배맛’이 떨어지고 흡연 충동이 줄어든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의 ‘챔픽스’가 이 성분 의약품의 대표주자다.

부프로피온은 뇌가 자체적으로 분비하는 도파민의 양을 증가시켜 담배 역할을 대신한다. 금단증상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대표 제품은 웰부트린(GSK), 니코피온(한미약품) 등이다.

약값은 사실상 ‘공짜’다. 내과 등 동네 병원을 방문해 8~12주짜리 금연 프로그램에 등록하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약값을 지원해준다. 1년에 최대 3회까지 해준다.

바레니클린은 금연 시작 1주일 전부터 약을 먹으면 된다. 부프로피온은 약을 복용한 후 2주 내에 금연을 시작해야 한다. 다만 두 약물 모두 어지러움, 불면증, 소화불량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우울증이 심해지거나 불안, 공격적 행동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복용을 중지해야 한다.

이럴 때는 금연 껌이나 사탕을 써볼 수 있다. 니코틴이 포함된 껌 및 사탕을 통해 흡연 욕구를 줄이는 것이다. 금연 껌을 씹을 때는 30분 동안 천천히 씹는 게 중요하다. 빨리 씹다 보면 니코틴이 한 번에 많이 흡수돼 속이 메스꺼워질 수 있다. 사탕 역시 천천히 녹여 먹어야 한다. 피부를 통해 니코틴을 흡수하는 금연패치도 금단증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이 제품은 니코틴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복용량을 줄여나가야 한다.

금연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물을 자주 마시는 게 좋다. 조 교수는 “담배를 끊으면 입이 허전해지고 쉽게 배고파지는 경향이 있다”며 “이럴 때는 커피보다 물 또는 무가당 음료를 마셔야 금단현상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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